라이프스타일·눈 상태 등에 따라 결정 … 안구건조증, 어느 것 선택해도 존재
직장인 양모 씨(32·여)는 문득 시력교정용 콘택트렌즈를 10년 이상 착용해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한달에 들어가는 콘택트렌즈 비용은 5~10만원 선이다. 주변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최근 시력교정술 비용도 많이 저렴해져 렌즈값을 몇 개월 아끼면 렌즈 없이 또렷한 시력을 가질 수 있다는 말에 마음이 흔들리고 있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미용렌즈 등 콘택트렌즈를 15년 가까이 착용해오고 있다”며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안경 없이 사물을 또렷하게 보는 게 꿈이어서 수술을 받을지 고민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시력교정수술과 관련된 부작용 이야기를 들으면 망설여지는 게 사실”이라며 “그렇다고 렌즈를 오래 착용하는 것도 눈 건강에는 그리 좋지 않을 것 같아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지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시력이 좋지 않은 사람들은 한번쯤 렌즈나 안경 없이 시야를 또렷하게 보길 꿈꿔본다. 렌즈를 매일같이 착용하는 사람은 한번쯤 렌즈를 빼지 않고 잠들었다 새벽에 황급히 일어나 건조해진 렌즈를 벗는 경험도 부지기수다. 안경이 어울리지 않는 이유로 오랜기간 콘택트렌즈를 착용하던 사람들도 이물감 없이 시력이 좋아지는 라식, 라섹 등 시력교정술을 고려하게 된다.
가장 좋은 것은 ‘안경 착용’
미용렌즈, 관리 잘해도 산소공급 어려워 눈건강에 불리한 측면
렌즈를 장기착용하며 관리를 잘 하거나, 각종 시력교정수술을 안전하게 받는다면 둘 다 문제될 게 없다는 게 대다수 안과 전문의의 견해다.
렌즈를 장기적으로 착용하는 사람은 관리만 잘 하면 오래 착용해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정소향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안과 교수는 “렌즈는 착용이 간편하고 휴대성이 좋으며 중간에 렌즈 종류를 바꾸거나 도수를 조정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며 “10년 이상 렌즈를 장기 착용했더라도 각막 및 결막에 문제가 없고 불편하지 않다면 렌즈를 계속 착용해도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로 20~30년 착용하는 사람도 적잖다”며 “소프트렌즈를 착용하는 경우 눈이 불편하다고 느끼면 의사의 처방을 받아 렌즈의 재질, 종류 등을 바꾸고 건조감을 느끼는 분들이라면 인공누액을 써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기철 건국대병원 안과 교수는 “눈 건강 측면만 생각한다면 렌즈나 수술보다 ‘안경’을 착용하는 게 가장 좋다”며 “다만 안경을 쓰는 것 자체가 불편하거나 미용적 문제가 있다면 렌즈를 착용하고, 이때 착용시간을 가능하면 줄이는 게 좋으며, 렌즈 부작용으로 자주 문제가 생긴다면 굴절수술을 생각해 보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부기 온누리스마일안과 대표원장은 “렌즈 착용과 시력교정 중 어떤 게 더 좋다, 나쁘다는 절대적인 기준은 없다”며 “개인의 눈 상태와 편의에 따라 선택하는 게 권장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간혹 직업적인 이유 등 다양한 원인으로 안경착용이 아예 어려운 사람이 20~30년 동안 렌즈를 사용하다보면 관리하는 데 어려움을 느낄 수 있어 수술로 교정하는 게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미용렌즈의 경우 아무리 관리를 잘해도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는 소지가 있다. 눈에 산소 공급이 원활히 이뤄지지 못하면 각막주변부에 신생혈관이 자라날 우려가 있다. 김 원장은 “신생혈관은 각막 중심를 향해 자라며 눈동자가 탁해지고, 혈관이 각막중심부를 침범하면 눈이 흐릿하게 보일 수 있다”며 “이후 각막이식을 받아야 하는 안질환이 걸렸을 때 거부반응을 일으킬 우려가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감염 문제도 주의해야 한다. 렌즈를 착용하다 각막표면에 상처가 생기고 이 곳으로 균이 들어갈 경우 감염을 일으켜 각막궤양이 발생할 수 있는 단점이 있다.
정소향 교수는 “감염으로 가려움, 눈꼽 등이 유발되거나 알레르기성 결막염이 유발되기도 한다”며 “이때 렌즈 착용을 2주 이상 중단하고 필요한 경우 항알레르기 안약을 점안하면 점점 괜찮아진다”고 조언했다.
다만 “인공누액을 쓰더라도 렌즈착용이 불편하거나, 알레르기가 심하거나, 각막 및 결막에 문제가 발생한 사람은 렌즈 착용을 중단하고 병변을 치료한 뒤 시력교정술이 가능한 눈인지 여부를 검사해 적절한 수술법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력교정술, 각막신경 손상으로 ‘안구건조증’ 유발·악화되기도
수술 1~2년은 인공누액 사용·검진 필수
시력교정술은 한번 수술로 거의 영구적으로 시력이 교정되는 게 장점이다. 금액적인 측면에서도 렌즈를 장기간 착용하는 것보다 저렴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이 우수한 측면도 있다. 김 원장은 “최근에는 수술 전 진단 및 수술 장비가 발전해 시력교정술 종류 자체가 늘어났고 수술 전 검사를 꼼꼼히 해 맞는 검사를 한다면 후유증 우려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시력교정 수술은 자칫 수술인 만큼 부작용을 배제할 수 없지만 발생률은 2~3% 미만”이라며 “대표적인 게 각막혼탁, 근시 재발 등으로 이런 경우 안경을 다시 착용해야 하거나, 안경을 써도 정상적인 시력이 나오지 않을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 렌즈를 장기적으로 착용하는 사람들이 시력교정수술로 마음을 돌리는 이유는 대개 ‘안구건조증’ 때문이다. 렌즈를 일정 시간 오래 끼고 있다보면 눈이 뻑뻑해져 모니터를 보는 게 어렵고, 시야가 뿌얘져 업무에 지장이 생기며, 심한 경우 두통이 유발되기까지 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라식, 라섹, 렌즈삽입술 등 시력교정 후에도 안구가 건조해질 우려가 있다.
김부기 원장은 “레이저 시력교정 수술 후에 안구건조증이 생기거나 심해지는 것은 각막표면을 자르거나 벗겨내는 과정에서 표면의 각막지각신경이 손상되거나, 수술 중 각막·결막의 세포들이 손상을 입기 때문”이라며 “이밖에 수술 후 각막 굴곡도가 변해 눈이 건조해지는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신기철 교수는 “라식·라섹 등 굴절수술 후 가장 큰 문제가 안구건조증”이라며 “수술 시 각막신경이 손상돼 건조증이 발생할 우려가 높아 평소 안구건조증이 심한 사람은 수술 후 증상이 악화될 수 있어 수술을 신중히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시력교정술을 결심했다면 인공누액을 1~2년 챙겨야 하는 게 대부분 안과 전문의의 견해다. 정소향 교수는 “시력교정술 후 수술법에 따라 몇 개월 또는 몇 년 동안 건성안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며 “렌즈를 장기착용하는 분들은 적어도 1년에 한 번 정도는 불편함이 없더라도 안과에서 각막 및 결막의 상태를 점검해야 추후 시력교정술이 어려울 수 있는 부작용을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불편하더라도 인공누액 사용을 생활화하면 건조증이 개선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그는 “수술 후 생기는 안구건조증은 6~12개월에 걸려 정상으로 회복된다”며 “만약 수술 전 안구건조증이 심한 사람도 수술 후 꾸준히 인공누액을 점안해주면 증상이 완화된다”고 덧붙였다.
장기간 렌즈를 착용해온 사람은 자신이 수술을 받을 수 있는지조차 의문을 가진다. 실제로 렌즈 관리에 소홀해 각막궤양을 심하게 앓으면 각막혼탁이 남아 레이저가 각막을 깎을 때 불규칙하게 깎일 수 있어 수술이 어려울 수 있다. 신생혈관이 수술 범위까지 침범한 경우라면 수술이 불가능하다.
글/취재 = 동아닷컴 라이프섹션 객원기자 정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