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출산 전 B형 간염 검사 건강한 2세 얻기 위한 필수 코스

강남차병원 소화기내과 전재윤 교수가 한 30대 여성 환자와 간염 등에 대해 상담하고 있다. 프리랜서 임성필

결혼을 6개월 앞둔 김모(34·여)씨는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다. 아직 예비신랑에게 말하지 못했다. 엄마에게 감염된 것처럼 자신도 혹시 임신하면 아이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까 걱정이다. 결혼 상대가 싫어할까봐 두렵다. 결혼, 임신을 계획 중이지만 아직 B형 간염에 대해 잘 모르는 여성이 많다. 강남차병원 소화기내과 전재윤 교수를 만나 여성과 B형 간염에 대해 들어봤다.

‘한국인 만성 간질환 주범 B형 간염 바이러스 대부분 엄마에게서 감염’

김씨 가족은 6개월마다 B형 간염 검사를 받는다. 아버지, 어머니, 여동생이 모두 B형 간염 바이러스가 있다. 할머니로부터 아버지에게로, 아버지에게서 어머니로, 어머니가 임신·출산을 거치며 아이들도 모두 보유자가 됐다. 한국인의 만성 간질환은 대부분 B형 간염바이러스로부터 생긴다. 만성 간염과 간경변증의 80%, 간암의 70~80%가 B형 간염 바이러스에서 진행된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C형 간염은 만성 간질환 원인의 10~15%에 불과하다.
간암 같은 간질환은 자각증상이 거의 없다. 옆구리가 결리며 배가 붓고 황달이 오면 이미 늦은 것이다. 결혼을 앞두고 있거나 임신을 계획 중이라면 ‘아이에게 위험할 수 있는’ B형간염에 대해 잘 알아두고 관리해야 한다.

감염된 신생아 90% 만성 진행
바이러스에 의한 법정 감염병인 B형 간염은 주로 혈액을 통해 감염된다. 간 전문의 강남차병원 소화기내과 전재윤 교수는 “피가 묻을 수 있는 면도기나 칫솔을 공유하거나 성관계를 통해 옮을 수 있다”며 “실제로는 바이러스 보유자인 엄마에게서 아이로, 모체를 통해 감염되는 ‘모아 감염’이 가장 흔해 50~60%를 차지한다”고 말한다.
신생아 시기에 감염되면 90%가 만성 간염으로 진행된다. 성인은 10% 안팎이다. 다행히 한국은 1990년대 초부터 신생아 B형 간염 백신을 접종해 모아 감염자 수가 많이 줄었다. 백신 덕분에 20~30년 전만 해도 10~12% 정도였던 감염자 수가 7~8%대로 줄었다.
요즘 산부인과에서 임신 전 진행하는 산전검사는 대부분 B형 간염 표지자 검사를 포함한다. B형 간염 바이러스의 항원과 항체 유무를 검사하면 세 가지 경우의 수가 나온다.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 B형 간염 바이러스 항체가 없어 백신을 맞아야 하는 경우, 마지막으로 바이러스 항체가 이미 있는 경우다.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는 대부분 어릴 때 엄마를 통해 감염된 경우다. 전 교수는 “산전 검사를 통해 약 5% 정도가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로 나온다”며 “바이러스 보유자라고 임신을 특별히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한다. 그는 또 “B형 간염은 임신 자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배우자에게 반드시 알리고, 항체가 없다면 백신 주사를 맞혀야 한다. 임신 기간 동안 술, 담배를 금지하고 영양을 잘 섭취하면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건강하고 영양이 충분한 임산부는 병의 경과에 크게 걱정할 필요 없지만 입덧으로 잘먹지 못하고 토하는 산모나 저항력과 면역력이 떨어지고 간에 문제가 있는 산모는 입원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다.
출산 전후엔 특히 주의할 점이 있다. 전 교수는 “B형 간염이 있는 산모는 출산 전 반드시 B형 간염 백신과 면역글로불린을 투여받아 태어날 아이가 B형 간염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B형 간염이 임신과는 상관없지만 본인의 간 검사도 철저히 해야 한다.
만성 간염의 증상은 급성 간염처럼 심하지는 않지만 전신 쇠약감, 피로감, 식욕부진, 의욕상실이 생길 수 있고, 간기능 검사의 AST와 ALT 수치가 정상(40IU/L)의 수십 배까지 증가할 수 있다. 200~500IU/L 정도를 유지하면서 증가와 감소를 반복하기도 한다. 수치가 정상이 되더라도 완치된 것은 아니다. 현재 만성 간염의 치료 약물로 인터페론, 라미부딘(제픽스), 아데포비어(헵세라), 리바비린 등의 항바이러스제제가 쓰인다.
만성 간염 환자들은 만성 간염이 급격히 악화돼 간기능이 저하되지 않은 한 만성 간염 자
체로 사망하는 경우는 드물다. 전 교수는 “간경변증의 합병증이나 간암으로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증상이 없는 상태라도 6개월마다 정기적으로 진찰을 받아야 한다”며 “임신했다고 1년간 병원을 찾지 않았다가 간암이 발병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1년에 두 차례 간기능 검사와 간암 유무를 알기 위한 혈청 당단백(aFP) 검사를 하고, 아이에게 안전한 복부초음파 검사도 함께 받는다. 조기에 발견하면 대부분 수술로 완치할 수 있고, 수술이 어렵다면 간동맥 색전술로 치료할 수 있다.

항체 없으면 반드시 백신 접종
B형 간염 검사 결과 항체가 없다고 확인되면 반드시 백신을 맞아야 한다. 많은 여성이 자신이 B형 간염 바이러스 항체가 있는지 모르고 있다. 어렸을 때 예방주사를 맞았더라도 항체가 생기지 않는 경우도 있어 자신이 어떤 상황인지 확인해 봐야 한다.
주사는 6개월에 세 차례 맞으면 약 90% 이상에서 면역 항체가 생긴다. 성인은 어깨 근육에 맞는 것이 다른 부위에 접종하는 것보다 항체가 더 잘 생긴다.
B형 간염 바이러스 항체가 이미 있는 여성들은 안심해도 된다. 출산 후 아이가 바로 B형간염 예방접종을 마쳤는지 확인하면 된다. 출생 직후, 1개월 째, 6개월 째에 접종을 해야 한다. 전 교수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지역은 B형 간염 유병률이 높아 B형 간염 예방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여성호르몬 때문에 여성이 남성에 비해 알코올성 간질환이 더 많이 생길 수 있다. 또한 임신 후 2~3개월 내에 신생아의 장기가 형성되기 때문에 약을 조심해서 먹어야 한다. 전 교수는 “여성은 알코올과 약에 특히 조심해야 한다”며 “검증 받지 않은 민간 요법은 가급적 피하라”고 조언했다.

윤혜연 기자 yoon.hyey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