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돼도 10명 중 8명 증상없어… 지카바이러스 겁내지 마세요

‘메르스 학습효과’로 막연한 공포심 확산

국내 첫 감염환자, 확진 후 1일 만에 퇴원

뎅기열보다 증상 경미… 입원 없이 치료 가능

국내 흰줄숲모기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도 ‘희박’
지난 22일 국내에서 첫 확진 환자가 발생한 지카바이러스에 대해 국내 대다수 감염내과 전문의들은 공기를 통해 전파되지 않으므로 지난해 메르스처럼 대규모 감염사태는 재연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은 서울 용산구 일대에서 용산구 보건소 관계자가 하수구에 모기 유충 구제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 22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지카바이러스 확진 환자가 발생하자 지난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사태처럼 국가적 재앙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지카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최대 2년까지 전파될 수 있다’ ‘지카에 감염되면 무조건 소두증 아이를 출산한다’ ‘감염자는 격리시켜야 한다’ 등 근거 없는 루머들이 돌고 있는 것은 이런 공포감의 반영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내외 감염내과 전문의 등의 진단을 종합하면 지카바이러스는 우리가 차분하게 대응을 잘 한다면 얼마든지 관리와 통제가 가능한 감염병이다.

1. 공기를 통한 급속한 전파 가능성 낮다

무엇보다 지카바이러스가 메르스처럼 공기를 통해 전파되지 않는다는 게 국내 전문가들의 낙관의 배경이다. 지난해 메르스는 확진 환자가 기침과 재채기를 하거나 말을 할 때 나오는 침에 바이러스가 묻어 나와 공기 중으로 전파되면서 급속히 번졌다. 하지만 지카바이러스는 모기에 물리거나 수혈로 인한 혈액 매개 또는 성관계를 통해 감염되므로 대규모 전파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메르스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를 통해 감염되지만 지카바이러스는 모기가 매개체인데, 국내에는 지카바이러스를 전파하는 이집트숲모기가 서식하고 있지 않아 대규모 감염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적다”고 설명했다. 질병관리본부도 “지카바이러스에 감염돼도 사람 간 일상적인 접촉으로는 감염되지 않으므로 급속하게 바이러스가 확산될 가능성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2. 감염되더라도 증상이 가볍다

설사 지카바이러스에 감염됐다 하더라도 감염자의 10명 중 8명은 증상 없이 그냥 지나간다. 증상이 나타나는 20%에서도 발열, 두통, 관절통, 발진, 결막염 등으로 경미해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김남중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메르스 때를 생각해 확진 환자 발생 시 격리입원시켜 치료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사실 지카바이러스는 입원 안 해도 치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첫 확진 환자 환자였던 L(43ㆍ남)씨를 격리치료한 이유는 혈청, 바이러스 등 확보가 목적이었다. L씨는 확진 받은 다음날 완치 판정을 받고 이내 퇴원했다. 엄중식 한림대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카바이러스 치사율은 1% 정도로 알려져 있으므로 과도한 공포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했다.

지카바이러스는 뎅기열과 흡사한 모기 매개 감염병이다. 염준석 강북삼성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뎅기열보다 증상이 덜 해 과도하게 공포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질병관리본부도 “감염이 돼도 충분한 휴식과 수분섭취로 회복되고, 증상이 지속되면 의료기관을 방문해 해열제, 진통제 등 처방을 받으면 치료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3. 매개 가능 흰줄숲모기 국내 개체수 적다

첫 확진 환자가 발생하자 일각에서는 국내에서 서식하는 흰줄숲모기가 이집트숲모기처럼 지카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감염내과 전문의들은 “제주도 등에서 흰줄숲모기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개체수가 적고 남미처럼 모기가 왕성하게 활동하는 시기가 아니라 환자가 발생해도 바이러스 전파 확률이 희박하다”고 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아직까지 국내 흰줄숲모기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된 적이 없는데다, 국내에서 서식하고 있는 흰줄숲모기가 전체 모기의 2~3%에 불과해 급속하게 바이러스를 전파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하고 있다.

성관계를 통한 전파도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감염내과 전문의들 의견이다. 염 교수는 “지카바이러스가 성관계를 통해 전파된 사례가 발표됐지만 성관계가 지카바이러스를 전파하는 효과적 수단이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라고 했다. 엄 교수는 “현재까지 성관계를 통해 지카바이러스가 감염된 사례는 단 2건에 불과하다”면서 “위험지역을 방문하고 귀국한 뒤 콘돔을 사용하는 등 보건당국의 예방권고를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질병관리본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위험지역을 방문한 가임 여성의 경우 귀국 후 최소 2개월 간 임신을 연기해야 하고, 남성은 아내가 임신 중일 경우 성관계를 하지 않거나 콘돔 등 안전한 피임기구를 이용해야 한다. 김 교수는 이와 관련, “확진자의 경우 회복 후 최소 6개월 동안 금욕생활을 하거나 콘돔을 사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4. 공포의 소두증, 확률 낮고 확산 가능성 적다

지카바이러스가 대중에게 공포의 감염병으로 각인된 것은 ‘소두증’ 때문이다. 브라질 보건당국이 수두증 아이 500명을 역학조사 한 결과 230명 정도에서 지카와 연관성이 포착됐다. 현재까지 의학적으로 소두증과 지카바이러스 간 연관성은 뚜렷이 밝혀지진 않았지만 혐의는 아주 짙은 상태다.

하지만 지카바이러스에 감염된 모든 임신부가 소두증 아이를 출산하는 것은 아니다. 소두증이 브라질에서처럼 확산될 가능성은 적다는 데 국내 대다수 전문의들은 동의한다. 소두증을 유발할 수 있는 원인과 뚜렷한 발병 경로 등이 규명되지 않고 있는 것이 공포심을 키우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이와 관련, “임신 중의 감염, 알코올 섭취, 유해물질 등 노출, 심한 영양실조 및 염색체 이상 등과 같은 원인에 노출된 경우 선천성 소두증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cjkim@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