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유방암 환자일수록 우울 증세 심해

유방암 3기 A씨는 암 치료를 위해 병원 두 곳을 다닌다. 집에서 가까운 병원에서 항암치료를 받고 있고, 멀리 떨어진 대형병원에서 정신과 상담을 받는다. 항암제 부작용으로 머리카락이 빠지고 손발톱이 빠질 것 같은 통증이 나타나자 불안장애가 그녀를 덮친 것이다.

A씨의 정신건강의학과 주치의는 “치료 중 우울감을 호소하는 암환자는 전체의 절반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A씨처럼 정신과를 찾아오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A씨가 정신과상담을 받게 된 것은 자신의 수술을 담당한 유방외과 주치의 덕분이었다.

노동영 서울대병원 외과 교수는 “수술 후 항암치료 중에 불안과 우울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있다. 우울과 불안은 바른 수면에도 영향을 줘 결과적으로 암 치료를 방해한다. 우울과 불안 증세가 심한 환자는 정신건강의학과로 의뢰한다”고 말했다.

◇암환자 우울 나타나도 알아줄 의사 없어 방치=그러나 한 병원 내 정신과와 유방외과가 함께 있지 않는 경우 암환자의 우울증세를 방치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정신과 전문의가 없거나 암환자를 위한 정신건강프로그램이 없는 병원일수록 암환자의 심리상담을 받는 비율이 낮다. 우울증세를 경험하면서도 정신과 치료를 받지 않는 배경에는 정신과에 대한 환자의 거부감 외에 의료진의 견해도 한 몫 한다. 암 치료에 집중한 나머지 환자 심리 상태를 치료가 필요한 부분으로 판단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함봉진 서울대병원 정신종양학 교수는 “과거보다 암환자의 심리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었지만 여전히 치료개입이 필요치 않다고 보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함 교수는 “모든 병원에 암환자를 위한 정신과 전문의가 있을 필요는 없다. 다만 우울과 불안 증세로 수면장애를 호소한다면 정신과 전문의가 있는 대형병원으로 진료를 의뢰해 필요한 치료를 받도록 해야 한다. 암 치료 중에 발생한 불안과 정서 장애는 간단한 약물요법으로 빠른 호전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유방암 환자 40대 가장 많아…심리적 증상 위험 높아=유방암 환자는 암 치료로 달라진 자신의 모습과 항암제 부작용, 완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우울이나 불안, 수면장애와 같은 정신과적 증상을 호소한다.

함봉진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서구 여성들에 비해 한국에서는 비교적 젊은 유방암 환자들이 많다. 특히 40대에서 유방암 환자들이 많은데, 이들은 어린 자녀가 있거나 생계의 책임이 있는 사회적 위치에 있기 때문에 암으로 인한 충격이 더욱 큰 편”이라고 말했다.

의료진의 말처럼 한국의 유방암은 40대 여성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 40대라는 호발연령은 발생하는 심리적 증상과도 관련 있다. 완치하더라도 남은 긴 여생동안 재발의 두려움을 안고 사는 경우가 많다. 60대 암에 걸려 완치한 경우와 마음가짐이 사뭇 다르다는 것이다. 또 암 치료로 단절된 경제적 활동은 치료 후에도 경력단절로 인한 우울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함 교수는 “치료가 끝났어도 재발에 대한 두려움이 상당하다. 30∼40대 비교적 젊은 나이에 암에 걸려 완치한 사람은 치료가 끝났어도 재발에 대한 두려움이 상당하고 경제활동 문제에 직면해 힘들어하는 특성이 있다. 이들을 위한 의료진의 관심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단비 기자 kubee08@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