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성길에 생후 6개월 미만 ‘흔들린 아이 증후군’ 조심하세요

[한겨레] 증상과 예방법

생후 6개월 전 아기는 오랜 시간 차를 타면 드물지만 ‘흔들린 아이 증후군’이 생길 수 있다. 명절에 오랜 시간 차를 타야 한다면 카시트에 꼭 앉히고, 목과 머리를 고정할 수 있는 목 보호 쿠션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중앙대병원 제공
민족 대명절인 설 연휴에는 해마다 고속도로 등 전국 곳곳에서 정체가 나타날 정도로 자동차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어린아이가 있을수록 대중교통이 불편하기 때문에 자동차를 많이 이용하는데, 이때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드물기는 하지만 ‘흔들린 아이 증후군’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사례로 수년 전 일본에서 8시간 동안 차를 탔던 생후 3개월 된 아기가 2주 뒤 심한 구토 증상이 나타났는데, 진단 결과 뇌출혈과 눈의 망막 출혈이 생겼던 것이다. 아이에게 맞는 카시트에 태우는 등 흔들린 아이 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한 요령을 관련 전문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아기 심하게 흔들면 뇌출혈 위험
초기엔 감기나 소화불량으로 오해도
안고 타지 말고 카시트로 머리 고정
운전 중 1시간에 10분은 쉬어야

■ 흔들린 아이 증후군이란? 흔들린 아이 증후군은 울거나 보채는 아기를 부모 등 어른들이 심하게 흔들어 생긴다. 심하게 많이 흔들면 머리뼈 안의 뇌가 머리뼈 안쪽에 부딪혀 뇌출혈이 생긴다. 밖으로 출혈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관련 증상이 나타나더라도 부모 등 어른들이 알아차리기는 힘들다. 뇌출혈뿐만 아니라 종종 망막출혈이나 옆구리뼈 골절이 나타나기도 한다. 흔들린 아이 증후군이 나타나면 이 가운데 약 60%는 수일 또는 수개월 뒤에 실명하거나 사지마비, 성장장애 등 영구적인 후유증이 나타날 수 있다. 또 심한 경우 목숨을 잃기도 하는데, 미국에서는 해마다 1천명가량이 ‘흔들린 아이 증후군’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일단 이 증후군으로 진단된 10명 가운데 3명가량은 숨지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 증후군이 장시간 차에 탔을 때에도 나타날 수 있는데, 목 근육이 약해 머리 고정이 쉽지 않은 6개월 미만 어린아이는 차에서 더욱 심하게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 경련, 발작 등이 주요 증상 흔들린 아이 증후군은 아기를 안고 함부로 세게 흔들거나 공중에 던졌다 받는 행동 등으로 아이의 뇌가 머리뼈 안쪽에 부딪힐 수 있는 상황에서 나타난다. 또 어깨에 목말을 태우고 뛰는 행동도 위험하다. 이 증후군은 처음에는 뚜렷한 증상이 없거나 아기가 칭얼거리며 보채기만 할 수 있다. 또 토하면서 경련이나 발작을 일으킬 수 있는데, 이들 증상을 감기나 소화불량 등으로 잘못 알아 증상이 나타나도 잘 모르고 지나칠 우려가 있다. 이 증후군으로 뇌출혈이 생기면, 아기의 뇌압이 상승해 아기는 축 처지고, 눈의 각막에 핏발이 서 충혈이 나타날 수 있다. 또 잘 걷던 아기가 비틀거리며 넘어지는 등의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 아이에게 잘 맞는 카시트 필요 흔들린 아이 증후군을 예방하려면 우선 생후 6개월 전의 아기는 자동차를 이용한 장거리 여행은 삼가는 것이 좋다. 이번 설 명절에 부득이 아기를 동반해야 한다면, 우선 어른이 아기를 안고 타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반드시 아기에게 맞는 카시트에 태우고 아기의 목과 머리를 고정할 수 있는 목 보호 쿠션 등으로 머리가 앞뒤 또는 좌우로 흔들리는 것을 최소화해야 한다. 또 1시간 운전하면 10분가량은 세워 휴식을 취하고 이때 아이 상태를 잘 살펴야 한다.

흔들린 아이 증후군 이외에도 장거리 이동을 할 때 아기의 건강을 위해서 주의할 점은 많다. 먼저 호흡기질환 예방을 위해서 출발 전에 차 실내 청소를 깨끗이 하고, 에어컨 필터 점검 등을 통해 차 안의 환경이 쾌적해지도록 관리해야 한다. 또 난방을 위해 차의 히터를 오래 틀면 차 안의 공기가 건조해지면서 아이의 기관지 점막이 말라 감기 등에 걸리기 쉽기 때문에, 아이의 얼굴을 물수건으로 닦아주는 등 아이 점막의 습도 유지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또 평소보다는 물을 자주 먹일 수 있도록 물과 분유 등은 충분히 준비해야 한다. 아울러 아기는 체온 조절 능력이 떨어지므로 차 안에서도 보온에 신경쓰고, 직사광선이 드는 자리는 피하는 것이 좋다.

아이가 아플 경우 설 연휴 기간에도 운영하는 병·의원이나 약국이 있는지 보건복지콜센터(국번 없이 129), 119구급상황관리센터(국번 없이 119)에서 안내를 받을 수 있다. 또 응급의료정보제공 웹사이트 이-젠(E-Gen)이나 모바일 앱, 보건복지부(mw.go.kr) 등 인터넷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도움말: 채수안 중앙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