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이 영하권의 쌀쌀한 날씨를 보이면서 서울 양화한강공원 선착장 구조물에 고드름이 매달려 있다. |정지윤 기자

‘한파에 술 마시면 저체온증 위험합니다. 사망까지 이를 수 있습니다’.

정부가 겨울 한파가 계속되자 음주 후 저체온증을 조심하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국민안전처는 1월 들어 영하권 강추위가 다음주까지 계속될 것으로 예보되고 있어 한파에 따른 저체온증 발생에 주의해야 한다고 21일 밝혔다. 저체온증은 추위를 느끼고 몸이 떨리는 가벼운 증상에서 시작되나 계속 방치할 경우 의식장애, 심폐정지로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심각한 질환이다.

국민안전처 관계자는 “추운 날씨에다 바람과 눈 등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체온유지 기능에 이상이 발생한다”면서 “특히 음주 후에는 중추신경계의 기능저하로 저체온증의 위험이 더욱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음주 장면|경향신문 자료사진

국민안전처가 저체온증을 경고하고 나선 것은 지난해 겨울(2014년 12월~2015년 2월)도 겨울철에 저체온증 환자는 총 384명이 발생해 이중 12명이 사망했기 때문이다. 당시 자료를 보면 저체온증이 가장 많이 발생한 장소는 ‘길가’로 143명(37%)이었다. 이어 집이 73명(19%), 주거지 주변이 47명(12%) 등의 순이었다.

특히 저체온증 환자의 절반가량(47%)은 음주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직업은 무직자(노숙인 제외)가 162명으로 가장 많았다.

저체온증으로 사망까지 이른 경우는 올 겨울에도 계속되고 있다. 경찰은 지난 19일 오전 7시30분쯤 부산 사상구 낙동강변 둑길에서 숨진채 발견된 70대 노인의 경우 저체온증이 원인인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사망자가 전날 밤 집에서 차로 30분가량 떨어진 이 둑길에 혼자 왔고, 사온 술을 마신 뒤 잠에 들었다가 저체온증으로 숨졌을 가능성이 커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부산지역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4.5도였다. 초속 8.5∼13ｍ에 이르는 강풍까지 불어 체감온도는 영하 11.6도를 기록했다.

지난 18일 설악산에 오른 등산객 18명이 한파와 강풍으로 중청대피소에 고립돼 이 중 김모씨(60세)에게 저체온증이 발생했지만 강풍으로 구조가 이틀간 지연되면서 치료시기를 놓쳐 사망하기도 했다. 앞서 질병관리본부는 지난해 12월 이후 지난 13일까지 저체온증으로 숨진 사람은 6명이라고 밝혔다.

저체온증 응급처치 요령|국민안전처 제공

국민안전처가 이날 공개한 ‘저체온증 예방 및 응급처치 요령’을 보면 평소에 고른 영양섭취와 가벼운 실내운동을 생활화하고 외출 시에는 충분한 방한용품(장갑, 목도리, 모자, 마스크 등)을 착용해야 한다. 또 외출 전 체감온도를 확인해 너무 추운 때는 가급적 외출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특히 심한 떨림증상이 나타나면 젖은 옷가지를 벗고 마른 옷으로 갈아 입히고, 핫팩이나 더운 물통으로 겨드랑이 등 심장 주변의 몸통을 따듯하게 해야 한다. 의식이 있는 경우 따듯한 음료와 고열량의 음식을 먹게 하는 것이 좋다. 국민안전처 관계자는 “주변에 저체온증 증세를 보이는 사람이 있다면 즉시 응급처치를 통해 증상을 완화시키고 심각한 증상으로 이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119등을 통해 신속히 병원을 방문하여 치료를 받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