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두통, 진통제 남용 땐 통증 더 심해져

두통이 오래 지속되는 만성두통은 진통제 복용만으로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경우도 많으며, 진통제를 남용할 경우 오히려 통증이 심해질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신경과와 소아청소년과 등 전문의로 구성된 대한두통학회의 김병건 회장(을지대 을지병원 신경과 교수)은 19일 “두통이 장기간 지속되는 경우라면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원인을 파악하고 이에 맞는 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한림대 성심병원 신경과 주민경 교수는 “만성두통에 대해서는 환자와 주변 사람 모두 일시적이거나 대수롭지 않은 증상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면서 “하지만 만성두통은 업무와 학업을 수행하는 데 큰 지장을 초래해 신속한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라고 말했다.

대한두통학회가 ‘제 1회 두통의 날'(23일)을 앞두고 전국 14개 병원의 신경과를 내원한 만성두통 환자 35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 약 83.3%(289명/347명)가 최근 한 달간 두통 증상 없이 머리가 완전히 맑은 기간이 2주 미만이었다고 답변했다. 또 하루도 없었다고 답변한 이들의 비율도 약 37.8%(131명/347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두통 경험 후 3개월 이내에 내원한 환자는 약 23.2%(52명/224명)에 불과했으며, 약 21%(47명/224명)와 19.2%(43명/224명)가 두통 경험 후 각각 ‘3개월 이후 1년 이내’와 ‘1년 이상에서 3년 이내’에 내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두통 경험 후 3년 이후’에 내원한 것으로 답변한 이들의 비율이 약 36.6%(82명/224명)로 만성두통 환자 중 상당수가 병원 치료를 미루는 경향을 보였다.

두통이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 관련으로는 약 24.2%(85명/351명)가 최근 3개월 내 두통으로 인해 직장 결근 또는 학교 결석 경험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약 47%(165명/351명)는 두통으로 인해 업무나 학습 능률이 절반 이하로 감소한 것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두통을 해결하기 위한 조치로는 설문 참여자의 63.8%(224명/351명) 정도가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약을 구입해 복용한 것으로 답변했다. 병ㆍ의원에서 처방 후 약 복용, 침을 맞음, 한약 복용으로 답변한 비율은 각각 약 63.5%(223명/351명), 21.4%(75명/351명), 14.2%(50명/351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설문 참여자의 78.1%(274명/351명) 정도가 최근 1년 이내에 진통제를 복용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만성두통 환자의 상당수가 두통 해결을 위해 진통제를 복용하고 있지만, 진통제 복용만으로 두통을 효과적으로 조절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설문 조사 결과, 진통제 복용에 대한 만족도에 대해서는 ‘만족’ 또는 ‘매우 만족’으로 답변한 환자의 비율이 약 25.2%(69명/274명)에 불과했다. ‘보통’으로 답변한 비율이 약 47.8%(131명/274명), ‘불만족’ 또는 ‘매우 불만족’으로 답변한 비율도 26.6%(73명/274명)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김 용 기자 (ecok@kormed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