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과 의사소통을 하는데 한계가 있고, 단순 동작을 반복하는 등 행동에 어려움이 있는 질환이 있다. 주위 사람과 대화를 정상적으로 나누지 못하고 관심이나 감정, 정서를 공유하지 못하는 것이다. 당연히 친구나 동료를 사귀는데 장벽이 생길 수 있다. 이런 증상을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라고 한다.
이 같은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면 어떨까? ASD 진단을 늦은 나이에 받은 사람일수록 자신의 업무 처리 능력에 자신감을 보였고, 직장에서 차별 받는다는 느낌도 덜 받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자폐 진단을 받는 시기에 따라 직장생활의 적응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교 연구팀은 “인생 후반기에 ASD 진단을 받은 사람은 일찍 진단 받은 사람들에 비해 자폐증 꼬리표가 붙는데 큰 신경을 쓰지 않는다. 업무공간에서 어떤 대우를 받을지에 대해서도 고민하지 않는 편”이라고 했다. 반면 초기에 자폐 진단을 받은 사람은 스스로를 특정 활동 영역에만 어울리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등 일반적인 ASD 환자들과 유사한 특징을 보였다.
연구팀은 ASD 진단을 받은 성인 30명을 대상으로 그들의 업무 경험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또 자폐증 커뮤니티를 통해 접촉한 20~30대 노동자 210명을 대상으로도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들이 종사하는 업무 분야는 교육, 서비스, 금융 등 다양했다.
그 결과 ASD 진단을 늦게 받은 사람일수록 자신의 업무 처리 능력에 자신감을 보였고, 직장에서 차별 받는다는 느낌도 덜 받는 경향을 보였다. 이들은 자폐증이 없는 건강한 일반 사람들과 유사한 수준의 직업 만족도를 느끼고 있었고 직장에 대한 소속감 역시 높은 편이었다. 사회적인 유대관계를 형성하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최소한 직장 동료들에게 압도돼 주눅 드는 상태에 이르지는 않았다.
이에 비해 초기에 자폐 진단을 받은 사람은 일반 ASD 환자들과 비슷한 특징을 보였다. ASD 증상이 있는 사람들을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는 업무환경에서 일할수록 편안함을 느꼈다. 또한 이들은 자신의 상태가 동료들에게 들통 난 후 불안감이 컸지만 자존감은 크게 낮지 않았다. 반대로 인생 후반기에 진단을 받은 사람은 불안감은 적었지만 자존감은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ASD 진단시기와 직장생활은 상당히 복잡한 상관관계에 놓여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진단 시기 뿐 아니라 증상의 강도 등 다양한 요인이 업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ASD와 업무 사이의 연구가 지속돼야 한다는 견해도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응용심리학저널(Journal of Applied Psychology)’에 최근호에 실렸다.
문세영 기자 (pomy80@kormed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