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담배 피우면 … 자녀 감기·천식·중이염 걸릴 확률 6배

세 살과 일곱 살 된 남매를 둔 직장인 조모(36·경기도 양평군)씨는 10년 이상 담배를 피워 온 애연가다. 하루 흡연량은 평균 열 개비 이상이다. 주로 낮 동안 회사에 있으면서 담배를 피우지만 퇴근 후 집 안에서 흡연할 때도 있다. 조씨는 “아이 방과 떨어져 있는 2층 서재에서 밤에 일할 때 종종 방문을 닫아 놓고 담배를 피운다”며 “피운 이후에는 곧바로 환기를 한다”고 말했다.

 흡연하는 부모 10명 중 4명은 집에서 담배를 피우고 이로 인해 아이들이 간접흡연에 노출될 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최근 펴낸 금연정책포럼 보고서에서 18세 미만 아이를 키우는 주양육자(부모)를 대상으로 한 흡연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흡연율은 4.9%로 나타났는데 이 중 39%(16만8500여 명)는 집 안에서 흡연을 한다고 응답했다. 미취학 아동의 연령대별로는 0~2세 아동을 둔 부모의 가정 내 흡연율이 24.8%로 가장 높았고 3~5세(22.4%), 6~8세(11.5%) 등으로 나타났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간접흡연은 아동의 정상적인 폐 기능 발달을 저해하고 중이염이나 폐렴을 유발할 수 있다.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증상이 심해진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기도 했다. 건강증진개발원은 보고서에서 부모가 흡연하는 가정의 유아는 감기로 불리는 상기도염 감염률이 5.7배 높고 폐암 발생률은 2배, 천식과 중이염에 걸릴 위험은 6배 각각 높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담배 연기에 직접 노출되지 않더라도 흡연자가 머문 공간의 벽지나 소파 등을 통해 담배 연기 성분이 인체로 흡수되는 ‘3차 흡연’의 피해도 경고하고 있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장인 서홍관 국립암센터 교수는 “간접흡연에 노출됐을 때 가장 위험한 건 특별한 질병이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아이가 갑자기 사망하는 영아돌연사증후군”이라며 “심지어 집 밖에서 흡연을 하더라도 부모가 피운 담배에서 나온 독성 물질이 옷이나 집 안 곳곳에 묻어 있다가 아이에게 재흡수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선희 건강증진개발원 지역사회금연팀장은 “간접흡연 예방 교육 등을 통해 간접흡연에 노출됐을 때 아이들 스스로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