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동장군 외투에 숨은 ‘침묵의 살인자’

ㆍ추위 땐 혈관 수축해 혈압 상승
ㆍ방치하면 협심증 등 합병증

심장이 수축하고 이완할 때 생기는 혈압은 개인차가 있지만 보통 ‘수축기 혈압 120㎜Hg, 이완기 혈압 80㎜Hg’(120/80)이 정상이다. 기온 저하로 체온이 떨어지면 혈관이 수축되어 혈압이 상승하기 때문에 강추위가 반복되는 겨울철은 고혈압 ‘특별경계령’의 계절인 셈이다.

한 직장인이 병원을 찾아 혈압을 재고 있다. 정기적인 혈압 측정은 고혈압을 진단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다. 강북삼성병원 제공

고혈압은 그 원인에 따라 본태성 고혈압과 속발성(2차성) 고혈압으로 나뉜다. 국내 고혈압 환자의 85% 이상을 차지하는 본태성은 뚜렷한 원인이 없고 유전(가족력), 나이, 비만, 염분 섭취, 운동 부족, 스트레스, 성격 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속발성 고혈압의 원인은 신장질환이 가장 많고 선천성 혈관 이상, 당뇨병, 부신종양, 갑상샘질환, 임신 등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음주, 흡연, 나트륨(소금의 주요 성분)·지방·당분의 과다 섭취와 식생활의 서구화는 각종 만성질환을 유발해 속발성 고혈압 환자의 비율을 높이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전문의들에 따르면 혈압이 높더라도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머리가 아프거나 뒷골이 당기는 증상은 대개 고혈압과 상관이 없다. 고혈압에 ‘침묵의 살인자’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다. 고혈압을 방치하면 협심증·심근경색증과 뇌중풍(뇌졸중), 심부전 등 합병증으로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

혈압을 관리하는 기본은 정기적인 혈압 측정이다. 환자들은 혈압을 하루 3번 이상 체크하는 것이 좋다. 혈압이 경계치이거나 정상인 사람들도 정기적으로 혈압을 재봐야 한다. 모든 고혈압 환자는 혈압의 정도와 관계없이 일단 생활요법을 실시해야 한다. 필요시 약물요법을 병행한다. 고혈압 약물 복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이유든 의사와 상의 없이 중도에 약물치료를 중단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고혈압 예방과 관리를 위해 평소 짜게 먹는 식습관을 고친다. 싱겁게 먹으면 항고혈압제 용량을 줄일 수 있다. 국물을 적게 먹는 것이 나트륨 섭취를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정기적으로 유산소 운동을 하면 혈압을 낮추고 정상 혈압을 유지하는 데 효과가 있다. 흡연을 하면 혈압이 올라가고 설령 항고혈압제를 복용하더라도 심혈관계질환을 막기 힘들다. 스트레스 또한 혈압을 높이는 주요 원인이다.

수면 시간이 부족하면 교감신경이 불안정해져 혈압이 불규칙하게 나타날 수 있다. 혈압이 정상보다 높은 사람과 고혈압 환자들은 아침시간대(길게 잡으면 정오까지)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교감신경이 잠들었던 신체 기관을 깨우기 위해 활발하게 작용하면서 심장이 힘차게 움직이기 때문에 혈압은 아침시간대에 가장 많이 오른다.

박효순 기자 anytoc@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