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주폭, 당신도 모르게 주먹이 운다
#새벽 5시 성인 4명이 길가에서 연인 둘을 폭행한다. 택시 안에서 욕설을 내뱉는 자신들에게 충고한 데 격분한 것. 집단폭행피해자들은 갈비뼈·코뼈가 부러지는 등 각각 전치5주, 3주의 부상을 입었다.
최근 사회적 공분을 산 ‘부평 묻지 마’폭행사건. 조사결과 당시 가해자들은 만취상태였다. 이처럼 술에 취해 폭력을 휘두르는 ‘주폭(酒暴)’에 대한 경계심이 연말을 맞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7일 강신명 경찰청장은 전국경찰지휘부 화상회의에서 “연말연시 음주상태에서의 폭력에 대한 순찰·단속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주폭은 2010년 충북경찰서에서 처음 명명한 뒤 줄곧 심각한 사회문제로 지적돼 왔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박경래 박사는 2011년 ‘범죄 및 형사정책에 대한 법경제학적 접근’을 통해 주폭으로 인한 사회비용이 연간 8조800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또 지난 10월 경찰청이 발표한 ‘2014 경찰범죄통계’자료를 보면 폭력건수 17만1166건 가운데 약 25%인 4만3051건이 주취로 인한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술이 감정을 흥분시킨다고 알려져 있지만 오히려 뇌기능을 억제한다는 게 정설이다.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나경세 교수는 “알코올은 동물본능을 억제하고 사회성을 유지시키는 뇌의 전전두엽에 악영향을 끼쳐 폭력성을 깨움으로써 힘쓰거나 물건을 부수고 싶은 본능을 되살린다”고 설명했다.
혈중알코올농도가 높을수록 주폭이 될 확률도 높아진다.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알코올의존치료센터 이수정 교수는 “알코올분해능력이 낮으면 조금만 마셔도 혈중알코올농도가 쉽게 높아질 수 있다”며 “오랜 시간 많은 술을 마신 사람은 뇌세포가 일부 파괴돼 더욱 쉽게 폭력을 휘두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심리요소도 큰 영향을 미친다. 평소 뇌가 정신을 심하게 억제하면서 쌓인 스트레스가 술로 인해 폭발할 수 있다는 것. 나경세 교수는 “평소 억눌린 게 많은 사람일수록 취하면 더 폭력적으로 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수정 교수 역시 “싫은 말을 잘 못하는 사람들이 화풀이로 술을 마시다가 감정을 폭력적으로 표현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무엇일까. 이수정 교수는 “연말연시 회식이 많지만 근본적으로 술을 덜 마시는 것이 해결책”이라며 “어려서 주도(酒道)를 통해 감정절제방법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생각, 감정을 보다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대화훈련이 뒷받침돼야한다”며 “다른 의견을 수용할 줄 아는 사회분위기를 만들어야 내성적인 사람들이 부담 없이 감정을 표현하고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