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이경원 교수 현재 사용 중인 어떤 항생제에도 끄떡 않는 ‘다제내성 임균’이 국내에서 발견됐다. 시판 항생 중 가장 강력한 세팔로스포린계 약물에도 내성을 가진 성병 균이 확산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성 접촉에 의해 전파되는 임균은 일부 여성에게 자궁내막염과 난관염, 골반감염을 일으키고 불임과 같은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
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이경원 교수팀은 가톨릭관동대학교 의과대학 진단검사의학과 이혁민 교수와 함께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간 성병에 감염된 남자 136명, 여자 47명 등 210명으로부터 검출, 배양한 임균의 내성 정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 세프트리악손(Ceftriaxone), 세포독심(Cefpodoxime), 세픽심 등 세팔로스포린계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균주(菌株)가 무려 19주나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내성 균주 19주 중 4주는 지난 2011년에 일본에서 보고된 고도 내성 균주와 유전형이 비슷했다. 이는 임균 치료의 마지막 보루인 세프트리악손에 대한 고도내성 임균으로 진화할 수도 있다는 뜻이어서 주목된다.
임균에 의한 임질은 우리나라의 경우 연간 3만 5000여 건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생식기 감염질환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쉬쉬 하며 감추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흔한 성병 중 하나인 임질은 발병 여성의 50% 정도와 일부 남성은 감염 증세를 보이지 않는다. 남성의 경우, 배뇨 시 따끔한 느낌이 있는 요도염이 가장 흔한 증상이며 배뇨통과 함께 고름과 같은 농액이 요도를 통해 배출된다. 여성은 자궁경부염의 형태로 발전해 농액 분비물이 보이고 배뇨통과 빈뇨 및 긴박뇨 증상이 일어난다.
대부분 성관계를 통해 임균에 전염되기에 불특정 다수와의 성 접촉을 피하고 피임기구를 사용하는 것이 권장된다.
치료를 위해서는 항균제를 반드시 사용해야하지만 항균제 내성 임균의 증가로 미국은 2013년에 다제내성 임균을 ‘긴급한 조치가 필요한 내성균 3종 중 한 가지’로 지정했으며, 일본은 이미 2011년 세프트리악손 내성 임균 발생이 보고한 바 있다.
국내에서는 2000년 초반부터 대부분의 임균에 전통적으로 사용하던 페니실린, 테트라사이클린 및 퀴놀론 항균제에 내성을 보였고, 이에 따라 보다 강력한 항균제인 세팔로스포린계열 항균제로 치료 받는 환자의 비율이 점차 증가하여 2012년에는 전체 환자의 47%에 달했다.
이경원 교수는 “광범위 세팔로스포린에 내성을 가진 임균이 우리나라에도 출현해 확산을 시작하려는 단계에 놓여있다. 새로운 치료제의 개발도 중요하지만, 세팔로스포린 내성 임균이 확산되지 않도록 적극적인 관리와 감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감염질환 분야 국제 학술지 ‘저널 오브 안티마이크로바이얼 케모써래피(JAC) 최근호 게재됐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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