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 고학력 일수록 담배 못끊어…담뱃값 인상 따른 금연효과 계층별 천차만별

박유연 기자   대기업 직장인 김성명(37)씨는 한 달 담뱃값으로 20만원 가량을 쓴다. 하루 한 갑 정도 피는데, 본인 담배를 사면서 가끔 후배에게도 한 갑씩 사주다 보니 한 달 지출액이 20만원 정도에 이르게 됐다. 김 씨는 “처음 담뱃값이 오를 때만 해도 가격이 부담스러웠는데 지금은 무덤덤하다”며 “건강을 생각해 끊을 수는 있어도 가격 때문에 끊는 일은 없을 것 같다”고 했다.

1년 사이 가계 별로 담배 지출액 증가액에 큰 편차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소득층, 30~40대, 고학력, 화이트칼라 계층일수록 지출액 증가액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상대적으로 지출능력이 크다 보니 답뱃값 인상에 무덤덤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반면 저소득층은 지출액 증가액이 미미해 나름 금연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다.

통계청은 3분기 전체 가계의 월평균 담배지출액은 2만2394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 1만7034원보다 31.5% 증가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는 담배 지출 총액을 전체 가구수로 나눈 것이다. 이를 가계 특성별로 쪼개서 분석하면 소득 수준별 담배 가격 인상 후 흡연량, 담배 값 지출 변화를 볼 수 있다.

우선 소득 별로 월소득 500만원 대 계층의 지출 증가액이 가장 컸다. 1만3913원에서 2만4199원으로 73.9% 급증했다. 이는 평균 담배 가격 인상률 80%(2500원에서 4500원으로 인상)과 거의 같은 숫자다. 반면 이보다 소득이 낮아지면 어느 정도 금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400만원대와 300만원대 가구의 담배 지출액 증가율은 각각 23%와 38%를 기록했다. 특히 월소득 100만원 미만인 가구의 담배 지출액은 1년사이 1만2663원에서 1만2842원으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 저소득 흡연자의 흡연량이 크게 줄었거나, 오른 담뱃값이 부담돼 끊은 사람이 꽤 있다고 볼 수 있다.

가구주 연령별로는 젊을수록 지출액 증가율이 높았다. 가구주 연령 30대 이하와 40대의 지출액 증가율은 각각 39.8%와 37.5%로 60세 이상 11.5%를 크게 상회했다. 고령층의 가구소득은 젊은층보다 낮은 편이다.

가구주 학력별로는 고졸과 전문대졸 이상의 증가액이 각각 37.2%와 33.4%로 중졸 이하 14.6%보다 크게 높았다. 가구주 학력이 낮을수록 가구소득이 낮은 편이다.

가구주 직업 종류별로는 관리자·전문가·사무종사자 직종의 증가액이 51.5%로 기계조작 및 단순노무 종사자의 24.2%의 2배 수준에 달했다. 화이트컬러가 블루컬러 보다 증가율이 크게 높은 것이다.

담배 소비액 자체는 소득·학력 수준이 낮거나 블루컬러 계층이 많은 편이다. 월소득 300만원대의 3분기 월평균 지출액은 2만4984원으로 500만원대 2만4199원보다 많았다. 또 중졸이하가 2만5758원으로 전문대졸 이상 1만5666원보다 많았고, 블루컬러 계층이 3만917원으로 화이트컬러의 1만6644원보다 많았다. 생활이 힘들수록 담배 의존도가 높으면서 건강에도 덜 신경쓰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소득이 많을수록 담뱃값 인상에 따른 금연효과가 떨어지면서 지출액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

분석 결과를 종합하면 담뱃값 수용 능력에 따라 담뱃값 인상의 금연 효과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소득 등 계층별 금연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현재 금연정책은 계층 구분없이 일률적으로 이뤄지고 있어서 별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맞춤형 금연 정책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