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간 환자 12%씩 증가… 동반한 증상 종류만 수십 가지
병원 가도 진단 7~8개월 걸려 치료 늦으면 평생 약 먹기도
서울 강동구에 사는 천모(57)씨는 수년 전부터 온몸이 욱신욱신 쑤시고, 피로감이 심했다. 처음에는 체력이 약해서 그런가보다 여겼지만, 얼마 전부터는 어깨부터 골반·다리까지 칼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나타나 밤에 잠들기도 힘들었다. 아침에는 샤워만해도 피곤해서 누워있어야 했다. 증상이 너무 심해 병원에 갔더니 의사는 ‘섬유근육통’이라고 진단을 내렸다. 의사는 “뇌에서 통증 조절 작용에 이상이 생겨, 외부의 평범한 자극을 통증으로 알아채고 반응을 과도하게 하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유 없이 온몸이 아프고, 심한피로·불면증을 겪는 섬유근육통 환자가 늘고 있다. 이 병은 진단이 늦어지면 치료가 잘 안되므로 빠른 진단이 중요하다.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섬유근육통 환자 늘어… 여성에게 많아
섬유근육통은 특별한 이유 없이 온몸에 통증을 느끼는 병이다.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 발표에 따르면 섬유근육통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2009년부터 5년 간 12.2%씩 증가했다. 섬유근육통이 늘고 있는 원인에 대해 전남대병원 류마티스내과 이신석 교수는 “섬유근육통은 남성보다 여성에게 훨씬 많은데, 영국의 연구에 따르면 과거에 비해 여성들이 직장 생활 등 노동 강도가 세지고, 스트레스가 많은 것과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섬유근육통이 생기는 이유의 절반은 통증에 민감한 유전적 소인과 관련이 있고, 나머지 절반은 교통사고·수술 등 외상, 만성 간염·관절염 같은 질병과 관련이 있다. 이신석 교수는 “통증에 민감한 사람이 교통사고, 질병 등을 경험한 후에 섬유근육통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온몸 통증·피로·불면증 ‘3대 증상’
섬유근육통의 3대 증상은 ▲온몸에 걸친 근육통 ▲심한 피로감 ▲불면증이다. 이 외에도 우울증, 소화장애, 과민성대장염, 변비, 방광염 등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강동경희대병원 류마티스내과 양형인 교수는 “환자마다 호소하는 증상이 수십 가지나 될 정도로 많아서 진단이 잘 안된다”며 “병이 아니라고 생각하거나, 이 병원 저 병원 전전하다가 꾀병으로 오해를 받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대한류마티스학회에 따르면 섬유근육통 환자가 병원 방문까지 1년 4개월 이상 걸리고, 병 진단까지는 병원 방문 후 7~8개월이 걸린다. 섬유근육통은 진단을 받지 않고 입증되지 않은 요법을 쫓아다니다 비용만 낭비하고 치료도 안 될 수 있다. 이신석 교수팀이 2013년 의학잡지 ‘류마톨로지’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2098명의 섬유근육통 환자를 분석한 결과, 병 진단 3개월 전에 섬유근육통 치료를 위해 들인 비용이 2139달러였지만 진단 후에는 1114달러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반면에 통증 등 증상은 병 진단 후에 훨씬 완화됐다.
◇진단 늦으면 평생 약먹어야
섬유근육통 진단은 우리 몸을 19개의 부위〈표〉로 나눠 그 가운데 몇 군데가 아픈지 표시하고, 그 다음 ▲피로 ▲잠에서 깨어날 때의 기분 ▲기억력이나 집중력 정도 ▲관절통·두통 등 신체 증상 정도를 점수를 매겨 진단한다.
통증이 심하지 않고, 일상생활의 지장이 크지 않을 때는 비약물 치료를 우선적으로 시행한다. 양형인 교수는 “스트레스는 확실히 증상을 악화시키기 때문에 산책이나 스트레칭 같은 가벼운 운동을 일주일에 2~3회 시작하다가 점차 근력이 생기면 운동 강도를 높이고 운동시간을 늘리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처방에도 증상이 낫지 않으면 약물을 써야 한다. 항우울제·항경련제·진통제 등을 쓴다. 약은 증상에 따라 1~2년 정도 쓰다가 끊거나, 진단이 늦어 증상이 심한 사람은 평생 써야할 수도 있다.
☞섬유근육통
특별한 이유 없이 온몸이 이곳저곳 아프고, 피로감을 심하게 느끼며 잠을 잘 못 이루는 병이다. 통증은 목과 어깨쪽에서 시작돼 전신으로 퍼져나가는 특징이 있다. 전 인구 중 2.2%에서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주로 여성에게 많다.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