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D 환자 60% 이상이 흡연자… 금연만이 유일한 예방책

기관지에 염증 생겨 기도 좁아지는 병
폐 기능 50% 떨어질 때까지 증상 없어
금연 상담·약값 보조… 정부지원 다양
기관지 등에 염증이 생겨 호흡 곤란이 오고, 악화되면 생명까지 위협하는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의 주요 원인은 흡연이다./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전 세계 사망 원인 4위를 차지하는 무서운 병이 COPD입니다. COPD는 담배를 10년 이상 핀 흡연자에게 주로 나타나는데, 회복법이 없습니다. 담배를 끊는 것이 생존율을 높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중앙대병원 호흡기내과 김재열 교수는 담배를 오래 피면 COPD(만성폐쇄성폐질환) 위험이 높아진다는 사실은 모르는 사람이 많다고 강조했다. 담배와 폐암의 관계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졌지만 폐암 못지 않게 생명을 위협하는 COPD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통계에 따르면 COPD 환자의 60% 이상이 흡연자다. 국내 성인의 13.4%가 COPD 진단을 받지만 이중 약 2%만 병원을 찾을 정도로 COPD의 위험성은 간과되고 있다.

◇흡연, 기관지 염증 일으켜 COPD 유발

COPD는 독성 물질이 공기 중에 섞여 기관지로 들어와 생긴다. ‘흡연’이 주요 위험 요소다. 담배를 오래 피면 연기 속 타르 등의 유독 물질이 기도와 기관지, 폐를 자극해 염증을 일으킨다. 염증으로 인해 기도와 기관지 점막이 점차 두꺼워지면 숨 쉬는 게 어려워진다. 김재열 교수는 “산소와 이산화탄소의 교환이 이뤄지는 폐포까지 파괴되면서 혈액에 산소 전달이 잘 안되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증상이 심하지 않을 때는 운동을 하는 등 몸을 바쁘게 움직일 때만 호흡곤란이 생긴다. 하지만 병이 진행되면 평소에도 숨을 쉬기 어렵다. 심장에 충분한 산소가 공급되지 못해 몸이 붓기도 한다. 김 교수는 “가만히 있어도 숨을 쉬기 어려운 말기가 되면 보통 1~2년 내 사망한다”고 말했다.

COPD는 날이 추워지는 겨울철에 더 잘 생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2006~2010년)에 따르면, 12월에 COPD로 병원을 찾는 환자수가 평균 11만1838명으로, 1년 중 가장 많았다. 김 교수는 “겨울에 잘 생기는 감기 탓에 상기도(上氣道)가 감염되면 COPD 증상도 심해진다”고 말했다.

◇10년 이상 흡연자, 폐 기능 검사 필수

COPD는 폐 기능이 50% 이하로 떨어지기 전까지는 뚜렷한 증상이 안 나타난다. 약한 기침이나 호흡곤란이 생겨도 노화로 인한 증상이나 감기 정도로 여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10년 이상 담배를 피운 40세 이상 흡연자는 정기적으로 폐 기능 검사를 받아야 한다. COPD를 예방, 완화하는 방법은 금연뿐이다. 조기(早期) 금연이 아니면 효과가 적다. 흡연을 통해 감소된 폐활량과 파괴된 폐조직은 다시 회복되지 않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COPD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한 세 가지 비책을 꼽는다면 1번도 2번도 3번도 모두 금연”이라고 말했다. COPD증상 초기에는 기관지 확장제나 스테로이드 사용으로 증상을 일시적으로 완화할 수는 있지만 근본 치료는 되지 않는다. 말기 환자의 경우에는 산소를 직접 주입하는 법을 쓰는데 증상 개선은 없고 수명을 수개월 늘리는 정도다.

◇국가 금연 프로그램 적극 활용해야

금연을 하려 해도 의지만으로 성공하는 경우는 3%에 불과하다. 이때 국가에서 지원하는 금연 프로그램을 활용, 전문적인 치료를 받으면 금연 성공률을 50%까지 높이고, 동시에 COPD를 예방할 수 있다.

▷금연 캠프=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지난 3월부터 전국 각 지역에 18개의 국가금연지원센터를 만들었다. 금연을 희망하는 사람들을 위해 4박 5일, 1박 2일짜리 두 가지 종류의 남녀별 금연 캠프를 운영중이다. 금연을 위한 심리상담과 약 처방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상담비·약값 지원=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 2월부터 일부 의료기관(병의원·보건소 등)을 지정해 ‘금연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지정된 의료기관을 찾아가면 금연을 위한 상담을 최대 12주간 6회 받을 수 있다. 진료비, 처방비, 금연치료 의약품 구입비의 80%를 국가가 지원해준다.

▷전화 상담=국립암센터에서 진행하는 무료 프로그램으로, 전문 금연상담사가 금연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전화 번호는 1544-9030이다.

☞ COPD(만성폐쇄성폐질환)

기도와 기관지에 만성 염증이 생겨 기도가 좁아지는 병. 기도가 좁아지면 숨쉬기가 어려워지고 여러 장기에 문제가 생겨 결국 사망에 이른다.

[이해나 헬스조선 기자 lh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