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계 폐암의 날’ 행사를 갖는 의료기관들이 많다. 최근 급증하는 폐암은 치료가 어려운 암이어서 예방이 매우 중요하다. 흡연이 폐암을 유발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평생 한 번도 담배를 핀 적이 없는 중년 여성 가운데 폐암 환자가 늘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여성이 폐암에 취약하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결과에서 확인되고 있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CI)가 미국 8개 도시에 사는 50-71세 남성 27만 9214명, 여성 18만 4623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조사 결과, 흡연자의 폐암 발생률은 남녀가 비슷했지만 비흡연자의 폐암 발생률은 여성이 남성보다 1.3배 더 높았다.
연구팀은 여성이 간접흡연에 더 취약해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비흡연 여성은 치명적인 선암에 걸릴 위험이 비흡연 남성보다 더 높았다. 선암은 여러 폐암 중에서 간접흡연과 연관성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폐암 세포보다 크기가 작아 발견이 쉽지 않고 폐 모서리에서 처음 생겨 림프절, 간, 뇌, 뼈, 부신 등으로 잘 전이돼 사망률이 높은 치명적인 암이다.
여성은 기본적으로 남성보다 담배의 발암물질에 취약하다. 스위스 생 갈렌 병원 연구팀이 폐암 환자 683명을 대상으로 폐암의 남녀 차이를 비교한 결과, 여성은 평균적으로 남성보다 흡연 기간이 짧았지만 더 빨리 폐암에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담배 필터에 의해 걸러지지 않은 간접흡연 연기는 더욱 위험하다.
이와 관련된 국내 연구결과도 있다. 국립암센터의 폐암센터가 지난해까지 폐암 수술을 받았던 2,948명의 환자를 분석한 결과, 여성이 831명(28.2%)으로 나타났다. 이들 가운데 대부분인 730명(87.8%)이 흡연 경력이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담배와 무관한 여성이 폐암에 걸리는 이유는 요리할 때 들이마시는 연기도 발병 원인일 수도 있다는 연구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중년 주부들은 수십년 동안 조리 과정에서 유독 연기나 가스와 접촉할 기회가 많다는 점에서 폐암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요리할 때 발생하는 연기가 암을 유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수많은 음식을 가스로 볶아 요리하는 주방장들의 폐암 발생률이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들은 좁은 공간에서 뜨거운 기름으로 음식을 조리하는 환경에 놓여 있었다.
미국 예방의학저널은 비흡연자라도 요리하는 시간이 긴 여성일수록 폐암 발생률이 높다는 논문을 게재하기도 했다. 요리할 때 발생하는 아주 작은 유독 입자들이 폐를 통해 흡수되면서 비흡연 여성의 폐암 발병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가족 가운데 집안에서 담배를 피는 사람이 있고 연기가 나는 볶는 요리를 좋아하는 가정의 주부는 폐 건강에 신경써야 한다.
중년여성의 폐 건강을 위해서는 가족들의 배려가 필수다. 집 거실이나 방에서 흡연하는 것은 본인은 물론 사랑하는 가족의 건강마저 위협하는 무책임한 짓이다. 수십 년 동안 이런 간접흡연에 노출된 주부가 주방 환기에도 소홀했다면 폐암 발병 위험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