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임약 성분, 혈액 끈적하게 해
고혈압·자궁근종 있어도 주의
흡연 여성이 에스트로겐이 들어간 피임약을 먹으면 혈전이 생길 수 있어 위험하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김모(26)씨는 3년 전 생리통이 심해 한 대학병원 산부인과에서 먹는 피임약 3개월치를 처방받았다. 그녀는 약을 먹은 이후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차는 증상을 느꼈지만,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피임약을 먹은지 2개월째, 김씨는 갑자기 사망했다. 사망 원인은 ‘폐혈전 색전증’이었다.
피임약은 여성들이 흔히 먹는 약이지만, 김씨처럼 혈전이 생겨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다는 것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건국대병원 산부인과 심승혁 교수는 “피임약을 약국에서 쉽게 구해 먹는데, 만성질환이 있거나 흡연자라면 전문가와 상담을 거쳐 피임약 복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피임약 복용으로 생길 수 있는 부작용 중 가장 위험한 게 혈전이다. 피임약에 들어있는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은 혈액을 끈적끈적하게 만드는 특징이 있는데, 이로 인해 혈전이 생기기 쉽다. 우리나라에 시판되는 먹는 피임약은 모두 에스트로겐을 포함하고 있다.
35세 이상 흡연 여성은 피임약 복용을 해서는 안된다. 흡연은 혈관을 수축시키는데, 피임약을 먹고 혈전이 생기면 혈관이 막힐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35세 미만의 비흡연 여성만 먹는 피임약을 쓸 것으로 권고하고 있다. 강남차병원 산부인과 심성신 교수는 “35세 이하라고 해도 흡연을 한다면 복용을 권장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고혈압 환자도 먹는 피임약을 피해야 한다. 에스트로겐은 몸 속에서 심박수를 늘려 혈압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간질환이 있거나 자궁근종이 있어도 마찬가지다. 몸에 들어온 약물은 간에서 대사 과정을 거치는데, 간질환이 있다면 매일 먹는 피임약이 무리가 될 수 있다. 자궁근종이 있는 경우, 에스트로겐이 근종의 크기에 예측 불가능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피하는 게 좋다.
김수진 헬스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