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스마트 기기와 눈 건강
눈의 표면이 가렵고 이물감이 들어 안구건조증이 의심되는 환자가 안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고 있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사용 시간 증가 등으로 최근 10년 동안 안구건조증 진료를 받은 환자 수는 110만명에서 214만명으로 2배가량이 됐다. 대한안과학회 제공
스마트폰·피시 등 디지털 기기가 일상에서 많은 편리함을 가져다준 것은 부정할 수 없겠지만, 또한 많은 질환과 불편한 증상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시력을 비롯해 눈 건강에 막대한 영향을 주고 있는데, 최근에는 안구건조증을 일으키는 주요한 요인으로도 꼽히고 있다. 또 어릴 때 긴 시간 동안 스마트폰 등을 들여다보면 근시가 나타날 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한안과학회는 11일 눈의 날을 맞아 스마트 기기를 사용할 때 주의해야 할 안과 질환과 이를 예방하기 위한 수칙을 최근 내놨다.
스마트폰·피시 등 장기 사용 땐
눈깜박 횟수 줄고 눈물 증발 많아
10대 이하는 초점기능 장애 나타나
한시간 10분 이상 피시 작업 쉬고
걷거나 차안 스마트폰 사용 자제
■ 안구건조증 스마트폰 등을 오랜 시간 쓰면 가장 쉽게 나타나는 증상이 바로 안구건조증이다. 이 증상은 눈에 어떤 물질이 들어가 있는 듯한 느낌이 들거나, 안구 표면이 가려울 수 있으며, 눈부심이 강하게 느껴질 수 있다. 드물지만 심한 경우에는 눈 표면에 염증과 감염이 생겨 시력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내놓은 통계 자료를 보면, 최근 10년(2004~2014년) 동안 안구건조증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110만명에서 214만명으로 2배가량 늘었다. 특히 10대의 경우 환자 증가율이 195%, 30·40대는 207%로 집계돼,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등 디지털 영상 단말기를 많이 사용하는 나이대의 환자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대의 경우 증가폭은 크지 않지만 지난해 기준으로 30대보다 절대 환자 수가 더 많다.
안구건조증은 건조한 실내에서 영상 단말기를 오랜 시간 사용해 눈을 깜박이는 횟수가 줄고, 화면을 보면서 눈을 크게 떠서 눈물의 증발이 정상보다 많아질 때 생길 수 있다. 실제 안과학회에 발표된 한 연구를 보면, 휴식을 취할 때는 1분 동안 눈을 깜빡이는 횟수가 20회인 반면, 책을 읽을 때는 10회, 스마트폰을 보거나 컴퓨터 작업을 할 때는 8회로 나타났다. 정상 눈물막이 유지되는 시간도 휴식을 취할 때는 11.5초이지만, 스마트폰 등을 이용할 때에는 6.1초로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 근시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모니터를 가까운 거리에서 오랜 시간 집중적으로 사용하면 눈의 초점을 정확하게 맺게 하는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 안과학회에 발표된 연구 결과를 보면, 보통 피시 등 영상 단말기 작업을 1시간30분 동안 할 경우 눈의 초점 조절 기능이 다시 원래대로 회복되는 데 약 30분이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대체로 이미 시력 발달이 끝난 성인의 경우 모니터 등을 본 뒤 쉬면 다시 회복되기는 하지만, 눈 주변의 통증은 물론 종종 두통, 메스꺼움, 구역질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시력 성장이 덜 끝난 9살 이하는 초점 기능에 대한 조절장애가 나타나 ‘가짜 근시’가 생길 수 있다. 문제는 가짜 근시가 나타난 뒤에도 이런 상황이 계속 반복되면 진짜 근시로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 예방수칙 안과학회는 “우리나라보다 먼저 스마트 기기를 도입한 주요 국가에서는 이미 피시 모니터 등과 관련한 눈 질환에 대해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며 스마트폰 보급률이 세계적으로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에 맞는 예방수칙을 발표했다. 이를 보면 우선 컴퓨터·스마트폰 사용은 50분 작업에 반드시 10분 이상 쉬도록 했다. 쉴 때는 눈을 감거나 창밖 먼 풍경을 바라보는 것이 좋다. 2시간 이상 연속 사용은 아예 금해야 한다는 권고다. 다음으로 실내 온도나 습도도 중요한데, 너무 춥거나 건조한 환경은 안구건조증 등을 악화시킨다. 실내온도는 섭씨 18~24도, 습도는 40~70%를 유지하는 게 좋다. 모니터 화면의 높이는 눈과 수직이 되도록 하고, 밝기는 중간 정도로 설정하되, 눈을 치켜뜨는 자세는 피해야 한다. 차 안에서나 걸으면서 스마트폰 화면을 보면 눈의 피로감이 더 심해지므로 되도록 사용을 피하고, 눈이 피로하다고 느끼면 눈을 자주 깜박이는 게 좋다. 이런 예방수칙을 잘 지켜도 안구건조증이 나타난다면 의사의 진찰을 받고 인공 눈물 등을 사용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도움말: 대한안과학회 김만수(가톨릭의대 안과 교수) 이사장, 박성표(한림대의대 안과 교수) 홍보이사, 박운철(서울대의대 안과 교수) 홍보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