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이상 당뇨병을 앓았다면 평소 특별한 의심 증세가 없어도 운동부하 심전도 검사 등을 통해 1년에 한 번씩 심장 혈관 상태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동아일보DB
운동부하 심전도 검사, 경동맥 초음파, 상·하지 혈압 측정처럼 비교적 간편한 검사를 통해 심혈관 질환 의심증세가 확인된 당뇨병 환자들은 심장동맥 조영술 같은 정밀 검사를 받아 협착이 진행된 혈관이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동아일보DB
10년 전부터 당뇨병을 앓아온 김모 씨(69)는 가슴 통증이나 호흡곤란 같은 심혈관 질환 증세를 경험한 적이 없었다. 또 평소 음식 섭취에도 신경을 쓰는 편이어서 지난해까지 받았던 건강검진에서는 당뇨병 외에는 특별한 질환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김 씨의 가족과 지인들 중에 협심증을 앓은 이들이 많았다. 이에 따라 최근 건강검진에선 심장 혈관 상태를 알아보기 위해 운동부하 심전도 검사를 받았다. 그 결과 김 씨는 운동 상태와 안정 상태 때 심전도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고, 보다 정확한 상태를 알기 위해 심장동맥(관상동맥)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받았다. 김 씨에게서 관상동맥 내 협착이 진행된 혈관이 2곳 발견됐다.
○ 10년 이상 당뇨병환자 중 절반이 혈관협착
앞으로는 김 씨처럼 전형적인 심혈관 질환 의심 증세가 없더라도 당뇨병을 앓는 이들은 막힌 혈관이 있는지를 적극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평소 △가슴 통증과 답답함 △호흡곤란 △식은땀 △어깨통증 같은 심혈관 질환 증세를 전혀 못 느끼는 상황에서도 혈관 협착을 경험하는 당뇨병 환자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의 장기육 교수팀이 2006년부터 서울성모병원을 찾은 31세 이상 심혈관 질환 관련 ‘무증상’ 당뇨병환자 933명에 대해 관상동맥 CT 검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심장동맥 안에서 50% 이상 협착이 진행된 부분이 1곳 이상 발견된 사람이 374명(40.1%)이었다. 특히 933명 중 당뇨병을 10년 이상 앓아온 517명만 따로 분석했을 때는 절반 정도(49.1%)였다. 3곳 이상 막힌 부분이 발견된 환자도 64명(12.4%)이나 됐다.
장 교수는 “당뇨병 환자들, 특히 10년 이상 병을 앓은 환자들은 평소 증세가 없어도 심혈관 질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게 입증됐다”고 설명했다.
○ 당뇨병환자의 심혈관 검사 필요
일반적으로 당뇨병은 심혈관 질환의 발생과 사망률을 2∼4배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특별한 관련 증상이 없는 당뇨병 환자들에 대해서는 심혈관 질환 관련 검사가 적극적으로 진행되지 않았다.
장 교수팀은 이런 당뇨병 환자 관리 문화가 바뀔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모든 당뇨병 환자에게 심혈관 질환 검사를 강조하는 문화가 정착되면 혈관 협착 등 심혈관 질환을 뒤늦게 확인하는 일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10년 이상 심혈관 관련 무증상 당뇨병 환자는 1년에 한 번 정도는 △운동부하 심전도 검사(심장혈관 관련) △경동맥 초음파(뇌혈관 관련) △상·하지 혈압 측정(다리 혈관 관련) 등의 검사를 꾸준히 받는 것이 좋다. 이 세 검사비용은 10만 원 정도다. 이 과정에서 의심 증세가 발견되면 심장동맥 CT와 심장동맥 조영술 같은 정밀 검사를 받아보라는 것.
장 교수는 “조기 진단 시 치료 효과가 좋은 심혈관 질환의 특성을 감안할 때 당뇨병 환자에 대한 관련 검사를 강화하는 건 환자 삶의 질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