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한 운동은 보약 아닌 毒… 걷기만해도 사망위험 25% 낮춰

[동아일보]
[2015 건강 리디자인][70대는 100세 건강의 골든타임]70대 이후의 운동요령
한 복지회관에서 노인들이 요가 수업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70대 이상 노인들은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면서 운동을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 “몸도 마음도 아직 청춘이라고 생각했는데….” 50대 못지않은 체력을 과시했던 김수민 씨는 79세였던 2012년 유산소운동 기구
스테퍼를 이용하다 갑자기 쓰러졌다. 매일 유산소운동과 근육운동 2시간, 사우나 1시간을 할 정도로 체력이 왕성했기에 충격은
더했다. 병원으로 옮겨진 김 씨는 뇌출혈 수술을 받았다. 2년 6개월가량 재활 치료에 매달린 끝에 지팡이를 짚고 걸을 정도로
상태가 좋아졌다. 하지만 나이를 생각하지 않고 격렬한 운동을 즐겼던 자신을 후회했다. 김 씨는 “나이를 생각해 조심조심 운동하라는
아내의 잔소리를 흘려 넘겼던 것이 한이 된다”며 “이 나이엔 운동이 과하면 안하느니 못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

운동은 70대 이후의 건강한 삶을 위해 필수적이다. 하지만 김 씨의 사례처럼 심폐지구력, 근력이 급격하게 감소하는 70대 이후에는 무리한 운동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60대까지는 운동량이 중요했다면 70대 이후에는 신체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안전한 운동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 70대 이후 운동은 ‘안전’이 최우선

70대는 근육의 크기와 세포의 대사 능력이 감소한다. 이럴 경우 중추신경계의 퇴화가 촉진돼 신경 자극이 감소하고 운동 능력이 떨어진다. 평균적으로 60대 이후 10년마다 근육량이 10%씩 떨어진다. 70대가 되면 최대산소섭취량도 30대에 비해 절반가량 줄어든다. 결국 신체 능력은 20∼40% 떨어지게 된다.

특히 남성의 경우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정상에 비해 훨씬 준 갱년기엔 운동 능력이 더 떨어진다. 이땐 발기부전, 근감소증, 골밀도 감소, 인지 기능 장애, 우울증 등이 동반되면서 운동을 하기 더 어려운 신체 조건이 될 수 있다.

진영수 서울아산병원 스포츠건강의학센터 교수는 “70대 이후 노인은 자신의 신체 기능을 주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적절한 운동 처방을 받고, 자신에게 맞는 강도의 운동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70대 이상 노인의 경우 격렬한 운동이 아닌 가벼운 걷기 운동만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다. 노르웨이 연구진이 1997∼2007년 10년 동안 노르웨이인 5만339명을 추적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일주일에 3시간 미만의 걷기 운동만으로 전체 사망 위험을 25%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표 가족력 질환인 심근경색으로 사망할 위험도가 24% 낮아졌다.

○ 등산 조깅보다는 수영 자전거가 효과적

먼저 근력운동은 무거운 아령을 사용하기보다는 20회 이상 동작을 반복할 수 있는 가벼운 기구를 사용해야 한다. 고무줄, 튜브를 이용해서 근육을 잡아당기는 운동이 대표적이다. 60대까지는 1일 평균 20분 정도 근육운동을 했다면 70대 이후에는 10∼15분가량으로 줄여야 한다.

심폐지구력 운동은 등산, 조깅 등보다는 걷기, 수영, 수중 걷기 등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기구를 이용한 유산소운동을 할 때도 트레드밀(러닝머신)보다는 자리에 앉아서 할 수 있는 자전거가 더 안정적이다. 특히 트레드밀의 경사도를 높이고 걷는 것은 무릎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70대는 유연성과 균형 운동이 더 중요한 시기다. 스트레칭, 노인 요가, 외발로 서서 1분 버티기 등 가벼운 유연성 운동을 지속적으로 하면 노화 속도를 늦출 수 있다. 내기 등 상대와 경쟁적으로 운동하는 것은 피하는 게 좋다.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운동으로는 사교댄스, 라지볼 탁구 등이 있다. 사교댄스는 좌우전후로 보행을 계속하기 때문에 균형감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라지볼 탁구는 일반 탁구공보다 큰 44mm 공을 사용해 눈에 잘 띄고 속도도 일반 공보다 느려 노인들에게 안성맞춤이다.

개인마다 천차만별인 신체적 능력을 고려해 개인 트레이너와 함께 맞춤형 운동을 하는 70대 노인도 늘어나는 추세다. 최호준 맥스퍼스널트레이닝스튜디오 대표는 “1 대 1 트레이닝은 20, 30대 젊은층과 40대 이상 여성들이 주 고객이었지만, 최근 3년 사이 70대 이상 노인들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 70대 포기하기엔 이르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70대 이후에도 운동을 하면 건강해질 수 있다는 믿음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대한노인병학회 노인증후군연구회가 국내외 논문들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심폐기능이 좋지 않은 70∼82세 노인이 포기하지 않고 적절한 운동을 계속할 경우 심장 및 폐 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을 최소 36%에서 최대 52%까지 낮출 수 있다. 반대로 평소 심장과 폐 기능이 정상인 건강한 노인도 운동을 꺼리고 정적인 좌식 생활을 계속하면 사망할 위험이 최대 1.9배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호천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노인도 매일 45분 이상 8주 정도 운동을 할 경우 발기부전 등의 성적인 증상까지 좋아질 수 있다”며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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