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남권기자 여성 대비 한국 남성들의 기대수명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짧은 편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흡연율과 사회생활에서 받는 스트레스 등이 한국 남성의 수명을 단축하는 원인으로 지적된다.
24일 OECD ‘건강 통계 2015′(Health Data 2015)에 따르면 OECD 회원국들의 평균 기대수명(2013년 기준)은 여자(83.1년)가 남자(77.8년) 보다 높았다. 34개 회원국 가운데 남성의 기대수명이 여성보다 높은 나라는 단 한 곳도 없었다.
일반적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오래 살지 못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인간의 수명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다양한데, 그중에서 특히 남성의 수명을 단축하는 원인으로는 여성보다 높은 흡연율이 꼽힌다.
OECD 회원국 가운데 흡연 남성이 비율이 높은 국가들의 기대수명도 대체로 낮았다.
15세 이상 남성 흡연율(2013년 또는 최근 기준)에서 2위와 3위를 차지한 터키(37.3%)와 에스토니아(36.2%)의 기대수명 순위는 각각 28위(73.7년), 31위(72.8년)로 최하위권이었다.
흡연율 5위와 7위에 오른 칠레(76.2년·26위), 헝가리(72.2년·32위) 남성들도 다른 나라 남자들과 비교해 오래 살지 못했다.
한국 남성 흡연율도 36.2%로 OECD 34개국 가운데 3번째로 높았다. 반면, 한국 여자의 흡연율은 4.3%로 34개국 가운데 가장 낮았다.
한국 남녀의 흡연율 차이 역시 기대수명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2013년 태어난 한국 남자 아이의 기대수명(78.6년)의 순위는 16위로 중간 정도였다. 한국 여성의 기대수명(85.1년)이 5위로 상위권을 기록한 것과는 대비된다.
한국 남자의 기대수명은 여성보다 6.6년 낮았다. 남성의 건강관리 등으로 한국 남녀의 기대수명 격차는 점점 줄어드는 추세이지만 OECD 회원국 평균(5.3년)보다는 여전히 높다.
한국 여성과 남성의 기대수명 격차는 OECD 34개국 가운데 5번째로 컸는데 극과 극인 남녀의 흡연율 차이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연구 결과도 흡연이 남녀 간 수명 차이를 가져오는 주요 요인이라는 점을 뒷받침한다.
스코틀랜드의 MRC·CSO 사회공중보건학연구소는 유럽 30개국을 상대로 연구한 결과, 여성과 남성의 수명 격차의 40~60%가 흡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담배를 피우면 각종 질환에 걸릴 위험도도 커지는데 남자의 경우 후두암(6.5배), 폐암(4.6배), 심장병(1.7배), 뇌졸중(1.6배), 췌장암·전립선암(각 1.5배), 간암(1.4) 등의 순으로 위험도가 높아진다.
2013년 기준 암에 따른 사망률(인구 10만명당)은 폐암(34.0명), 간암(22.6명), 위암(18.2명), 대장암(16.4명) 순으로 높았다.
물론 흡연만이 전적으로 사망에 영향을 주는 인자는 아니다.
미국 컬럼비아대학의 마리안 J. 레가토 교수는 ‘왜 남자가 여자보다 일찍 죽는가’라는 책을 통해 남자가 여자보다 오래 살지 못하는 신체·사회적인 원인을 설명했다.
레가토 교수에 따르면 여자보다 면역체계가 덜 잡힌 남자 태아가 유산 확률이 훨씬 높다. 임신 16~17주에 유산되는 비율은 여자 태아 100명당 남자는 248명에 이르고 영아기 생존율도 여아가 훨씬 높다.
어릴 때부터 ‘남자다움’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는 점과 호르몬 체계상 심장질환 등 질병에 더 쉽게 노출되는 점도 남성의 기대수명을 줄이는 요인이다.
레가토 교수는 “음주와 흡연이 잦은 남성들이 많아 직장암, 폐암 등 치명적인 질환에 취약한 편”이라고 강조했다.
흡연 외에도 남성이 여성보다 상대적으로 사회생활을 더 많이 해 사망에 노출될 위험이 더 크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장영식 연구위원은 “흡연, 음주는 물론 암, 자살률 등도 기대수명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이라며 “사회생활을 하면 아무래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사고 위험도 커지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