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짱이 되려다 오히려 몸을 망치는 사람이 많다. 단백질 보충제는 과용하면 신장·간 등을 망친다. 자전거·골프·마라톤도 주의해야 하는 운동이다. 사진=서보형 객원기자
서울 성동구에 사는 이민우(36·가명)씨는 결혼한 지 3년이 지나도록 임신이 되지 않아 고민이었다. 그러던 중 아내가 다니고 있는 산부인과에서 검사를 받아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정자 수가 턱없이 적었던 것. 의사는 이씨가 헬스센터를 다니며 2년여간 먹었던 단백질 보충제가 문제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단백질 보충제 속에 함유된 스테로이드 성분이 고환을 축소시키고, 정자 생성을 억제하고 있었던 것이다. 치료를 받았지만 정자 생성이 원래대로 되돌아오기까지 1년여가 걸렸다.
몸짱 되려 보충제 복용, 불임·심장병 생겨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몸짱이 되려다 몸을 망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대표적인 게 근육운동이다. 경희대병원 재활의학과 이종하 교수는 “근육운동을 좀 한다 하는 남성 대부분이 단백질 보충제를 먹는다. 일부 제품에 스테로이드 성분(아나볼릭 스테로이드)이 들어 있는데, 이것이 몸을 망친다. 불임·탈모·간손상 등을 일으키는데, 잘 모르고 습관적으로 먹는 남성이 꽤 많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스테로이드 성분이 든 단백질 보충제 제조는 불법이다. 음성적으로 팔리는 게 문제다. 스테로이드가 든 제품인지 모르지만 효과가 좋다는 입소문을 듣고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 지난해에는 17억원 상당의 스테로이드 성분이 든 보충제를 판 일당이 적발되기도 했다. 최근엔 직구 열풍으로 해외 사이트에서 직접 구입하는 사례도 늘었다.
학계에 보고된 아나볼릭 스테로이드의 부작용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내분비계 교란이다. 최근 미국생식학회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아나볼릭 스테로이드가 든 단백질 보충제를 장기 복용한 성인 남성 15명 중 11명의 남성호르몬 수치가 정상보다 현저하게 낮았다. 이들 중 9명의 정액에서는 정자가 전혀 없었다. 2명은 치료를 받았지만 생식 능력을 회복하지 못했다. 이 교수는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는 불임 이외에도 발기부전·전립선비대·배뇨장애·여성형유방(남성의 유방이 여성처럼 볼록 튀어나오는 질환) 위험도 높인다”고 말했다.
둘째는 심혈관계 질환의 발생이다.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는 피를 끈적이게 해 동맥경화증 위험을 높인다. 심장이 비대해지고 혈압도 높인다. 그 밖에 탈모·간기능저하·여드름 등의 부작용도 보고돼 있다.
순수하게 음식으로만 섭취하는 단백질도 문제될 수 있다. 단백질을 많이 섭취하면 근육이 빨리 만들어질 것이라고 생각해 하루 섭취 칼로리의 50% 이상을 닭가슴살·계란 등 고단백질 음식으로 채우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단백질 과잉 섭취는 저밀도콜레스테롤(LDL)을 증가시켜 고지혈증·심장질환·동맥경화 등 각종 성인병을 부른다. 신장에도 나쁘다. 단백질이 분해될 때 생기는 질소가 신장에 무리를 주기 때문이다.
잘못된 근육운동은 근골격계 질환도 일으킬 수 있다. 기본 체력이 갖춰지지 않은 사람이 무리하게 운동할 때가 문제다. 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 이상철 교수는 "척추 주변 근육이 약한 상태에서 갑자기 무거운 중량을 들면 디스크가 밖으로 튀어나와 신경을 누를 수 있다”고 말했다. 젊은층이 허리 때문에 병원에 온다면 열에 일곱은 이런 이유다. 또 욕심을 내 무리하게 운동하다 보면 ‘과사용증후군(overuse syndrome)’을 겪을 수 있다. 어깨 근육과 뼈 등 조직에 미세한 상처가 염증으로 진행된다. 인대가 끊어지는 경우도 많다. 근육운동만 욕심내다 유산소운동을 게을리하면 심장에 무리가 갈 수도 있다. 이상철 교수는 “근육 발달 속도를 못 따라간 심장이 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다 지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전거는 연골 손상, 골프는 척추 변형 일으켜
자전거 등 기구 운동을 할 때도 주의해야 한다. 주로 안장과 페달이 문제다. 안장이 낮으면 무릎을 굽히는 각도가 커진다. 무릎 뚜껑뼈가 대퇴골(넓적다리뼈)을 압박해 그대로 놔두면 관절염이 생긴다. 반대로 안장이 높으면 무릎이 완전히 펴진다. 허벅지 근육에 과도한 힘을 주게 돼 통증이 생긴다. 잘못된 안장은 성기능도 떨어뜨린다. 이종하 교수는 “남성의 경우 고환이 안장과 마찰돼 온도가 높아지면 정자 생성률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또 안장이 회음부 동맥을 압박해 조직 손상이 생길 수 있다. 남성은 발기부전을, 여성은 회음부 감각 이상 등이 생길 수 있으므로 오래 앉아 있기보다 엉덩이를 한 번씩 들어줘야 한다. 넓은 안장이나 둘로 나뉜 안장, 회음부 닿는 부위가 뚫린 안장을 쓰는 것도 좋다.
페달 때문에 연골 손상이 생기기도 한다. 발바닥을 페달에 고정한 채 수천 번 돌리면 발 아치가 평평하게 압박되면서 정강이뼈가 안쪽으로 돌아간다. 이때 무릎관절이 비틀려 연골 손상이 생길 수 있다. 신발 안에 두꺼운 깔창을 넣어 아치가 눌리는 것을 방지하면 좋다. 페달을 밟을 때 다리 모양을 11자로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발바닥에 고루 힘이 들어가 발 앞쪽이 안쪽이나 바깥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돼 무릎 관절 부담이 덜해진다.
50대 이상 심혈관계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은 등산을 특히 조심한다. 20세의 심폐지구력을 100으로 봤을 때, 50대는 절반 정도다. 같은 등산을 하더라도 심장에 무리가 가 심근경색 같은 응급질환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이 교수는 “겉으로 건강하게 보이는 사람도 모르는 심장질환이 숨겨져 있는 경우가 많다. 등산을 시작하기 전 운동부하검사나 심장CT 검사 등을 한 번쯤 받아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폐경기 여성은 골절에 좀 더 유의한다. 다리 근육이 감소해 균형감각이 떨어진 상태인데, 골밀도는 20대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가볍게 넘어져도 골절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조심한다. 관절염 환자는 등산은 금물이다. 하산 시 무릎관절에 체중의 3~5배가 실리기 때문이다. 등산을 꼭 해야 한다면 스틱을 활용한다. 몸에 실리는 하중을 훨씬 덜 수 있다. 올라갈 때는 허리뼈 부근보다 약간 낮은 길이로 맞추고, 내려올 때는 허리뼈보다 약간 위쪽에 오게 길이를 맞추면 된다.
테니스나 배드민턴·골프·야구 등은 한쪽 운동이라는 단점이 있다. 이 교수는 “서브나 스매싱 동작(위에서 아래로 세게 내리치는 동작) 시 한쪽 어깨에 과도한 충격이 가해진다. 어깨 근육에 염좌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염증이 반복되면 만성관절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테니스엘보(팔꿈치 관절에 염증이 생기는 질병)는 테니스를 즐기는 사람에게 나타나는 대표적인 질병이다.
골프나 야구를 할 때는 허리를 조심한다. 이 교수는 “허리가 반복해 한쪽 방향으로 돌아가는 편측운동이므로 디스크를 유발할 수 있다. 허리 주변 근육과 인대도 다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타이거 우즈 같은 선수는 척추가 한쪽으로 휘어 있다. 한쪽 근육만 사용하지 않도록 반대쪽 근육도 따로 운동해 좌우 균형을 맞춘다. 스트레칭은 관절과 근육의 온도를 올려줘 혈류량을 증가시키므로 부상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마라톤은 42.19㎞ 이상을 쉬지 않고 달리는 운동이다. 따라서 어느 연령대에도 좋지 않다. 이종하 교수는 “마라톤은 관절·심장·근육 모든 부위에 부담을 준다”고 지적했다. 미국 메이요클리닉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쉬지 않고 한 번에 달리는 것을 기준으로 4마일, 약 6.4㎞ 이상 달리면(보통사람이 뛰었을 때 약 40분 정도 걸리는 거리) 심장질환 위험이 크게 증가했다. 이종하 교수는 “마라톤을 하는 동안에는 극도의 힘든 상황을 이겨내면서 쾌락 호르몬이 분비된다. 정신건강에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육체건강에는 전혀 이득이 될 게 없다”고 말했다.
배지영 기자 bae.jiyo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