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민수(37)씨는 안면 홍조 때문에 곤혹스러울 때가 많다. 대낮에 볼이 발그스름해 있을 때가 잦아 대인 관계에도 지장을 받고 있다. 찬바람이 멎고 봄기운이 완연한 요즘도 안명 홍조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김씨는 커피 마니아다. 틈만 날 때마다 전용 컵에 블랙커피를 듬뿍 넣어 물처럼 들이킬 때가 많다. 외근할 때는 커피전문점에 들러 큰 컵에 든 커피를 마시곤 한다.
최근 커피가 건강에 좋다는 연구결과가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커피에 든 카페인 성분 때문이다. 미국의 최고 영양 관련 자문기구인 식사지침자문위원회(The 2015 Dietary Guidelines Advisory Committee)는 지난 2월 발표한 2015년 가이드라인에서 건강한 성인은 하루에 3-5 잔의 커피를 마실 것을 권고했다.
건강한 사람은 식후 커피 한잔의 여유가 즐거울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즐거움마저 피해야 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당뇨병환자다. 식사후 커피가 혈당조절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공복 상태보다는 당분이나 탄수화물을 섭취한 후 커피를 마시면 혈당이 더 상승되고 지속되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카페인이 인슐린 민감성을 감소시키기 때문이다.
정상인은 식후 카페인을 섭취하더라도 체내 자동 조절 시스템으로 인해 혈당이 조절된다. 하지만 혈당강하제를 복용하고 있는 당뇨환자는 식후 카페인 섭취로 인해 혈당 강하제의 효과가 감소될 수 있다. 따라서 당뇨병 환자는 식후 커피는 자제하는 것이 좋다.
운동 전 커피 한잔을 마시는 선수들이 많다. 카페인이 흥분제 역할을 해 활동성을 증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혈압 환자는 운동 직전 커피 섭취를 절제해야 한다. 커피에 든 카페인은 일시적으로 혈압을 올리는 효과가 있다. 커피 2-3잔(카페인 200-250mg)은 수축기 혈압을 3-14mm/Hg, 이완기 혈압은 4-13mm/Hg 정도 상승시키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따라서 고혈압 환자는 운동 직전 커피 섭취를 절제해야 한다.
부정맥 환자도 커피를 조심해야 한다. 부정맥은 심장 박동이 비정상적으로 이뤄지는 심장병이다. 커피의 카페인은 심장 박동을 불규칙하게 하는 등 심근에 자극을 주므로 치료기간 동안에는 카페인 섭취를 자제해야 한다. 회복 후에도 개인에 따라 하루 2잔 이하의 커피를 마셔야 한다.
커피는 골다공증의 위험이 높은 여성에게 좋지 않다. 카페인은 이뇨작용이 있어 소변으로 칼슘이 빠져나가게 한다. 커피 1잔당 약 4-6mg의 칼슘이 손실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골밀도의 손실을 증가시키고 고관절 골절의 위험을 높이는 것이다. 따라서 골다공증이나 골절의 위험이 높은 노인여성이 하루 300mg 이상의 카페인을 섭취하면 뼈 건강을 해칠 수 있다. 폐경이후 여성은 카페인을 하루 300mg 이하로 줄이고 칼슘과 비타민D의 적절한 섭취가 필요하다. 커피를 즐기는 여성이라면 매일 유제품을 1-2개씩 먹고 30분정도 햇볕을 쬐면서 운동하는 것이 좋다.
커피는 금연 시도를 방해할 수 있다. 고용량의 카페인 섭취가 흡연에 대한 욕구를 증가시키고 흡연이 카페인의 대사를 촉진시키기 때문이다. 이밖에 커피를 과도하게 먹었을 때는 수면장애, 배뇨과다, 속쓰림 등 위장장애, 안절부절, 흥분과 동요, 근육경련, 안면홍조 등을 경험할 수 있다.
카페인은 커피뿐만 아니라 차, 탄산음료, 초콜릿, 심지어 두통약에도 들어 있기 때문에 당일 먹은 음식을 살피는 것도 필요하다. 커피 1잔(150cc)에는 카페인이 100mg, 커피 1캔(180cc)은 74mg, 커피 믹스 1개(12g)에는 69mg 의 카페인이 들어 있다. 그러나 일부 커피전문점에서는 1잔(150cc)에 400mg의 카페인이 포함된 커피를 파는 곳도 있다. 이밖에 콜라 1병(250cc)에는 23mg, 초콜릿 1개(30g)는 16mg, 녹차 1잔(티백 1개)에는 15mg의 카페인이 함유돼 있다.
유준현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카페인은 빠른 약리작용과 각성작용 등 긍정적 효과가 있는 반면에 카페인 금단, 중독, 수면장애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카페인 섭취는 삶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는 원인이 되기 때문에 적절한 섭취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김 용 기자 (ecok@kormed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