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170cm에 몸무게 89kg인 직장인 장소원 씨(42)는 체질량지수(BMI·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수치)가 31에 이르는 고도 비만이다. 장 씨의 부모 모두 비만이었고, 부인도 BMI가 28로 비만이다. 장 씨는 중학생 아들 혁주 군(13)이 어릴 적 유전적인 요인 때문에 비만이 되지는 않을까 걱정을 했다. 장 씨의 예상대로 혁주 군은 돌 무렵 “장군감이네”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큰 몸집을 자랑했다.
혁주 군은 두 살이 되면서 살이 쪽 빠졌다. 장 씨는 ‘이제 비만 걱정은 안 해도 되겠구나’라고 생각하고 혁주 군이 원하는 대로 패스트푸드를 사주는 등 식단 관리에 소홀했다. 하지만 혁주 군은 네 살이 되자 다시 살이 쪘다. 현재 중학교 1학년인 혁주 군은 체육시간에 운동장에 나가는 것을 두려워할 정도로 과체중이 됐다.
○ 아이 몸무게 추이 잘 지켜봐야
전문가들은 자녀의 비만이 평생 비만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어릴 적 체중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 소아청소년의 성장 특징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신생아의 경우 체중에서 체지방이 차지하는 비율은 11% 정도다. 체지방 비율은 생후 4개월이 되면 26%까지 증가한다. 돌 전 아이들은 체지방 비율이 높은 편이다. 성인의 경우 남성은 15∼18%, 여성은 20∼25%가 적절한 체지방 비율이다. 돌이 지나고 아이가 걷기 시작하고 활동량이 늘어나면 체지방 비율이 크게 감소한다.
유아기인 2∼5세는 아이 건강에서 중요한 시기다. 이때 비만일 경우 성인 비만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 시기에 아이들은 1년에 체중이 2∼2.5kg 증가하는 반면 키는 7∼8cm 자란다. 체중에 비해 키가 크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체질량지수는 감소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생후 43개월까지 감소하던 체질량지수는 이후 점차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 시기를 ‘체지방 반등기’라고 부른다. 외국의 여러 연구에 따르면 체지방 반등이 5세 이전에 일찍 일어날수록 성인기에 과체중이나 비만이 될 확률이 높다. 정소정 건국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부모가 체지방 반등이 일어나는 시기를 알기 위해서는 아이의 체중과 키의 변화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 사춘기 비만 70%가 성인 비만으로 이어져
6∼10세의 아이들은 매년 체중이 3∼3.5kg씩 증가하고, 키는 4∼6cm씩 자란다. 초등학생의 경우 키 2cm당 체중 1kg이 증가하면 정상적인 성장곡선을 유지한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2cm당 체중 1.8kg이 증가할 경우 과체중이 될 확률이 높다. 아이가 이런 성장곡선을 유지하고 있는지 부모는 관심을 가져야 한다.
미국국립보건원의 조사에 따르면 10∼14세 때 비만인 경우 25세에 과체중일 확률이 75%, 비만일 확률이 83%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춘기 초반에 비만인 경우 성인 비만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사춘기 비만은 고지혈증, 지방간, 제2형 당뇨병(성인 당뇨병) 등 합병증을 동반할 위험도 높아진다. 제2형 당뇨병은 인슐린의 작용이 원활하지 않아 고혈당과 인슐린 분비 장애가 생기는 질환이다. 한국인 당뇨병의 대부분이 이런 제2형 당뇨병이다. 보통 40세 이상 연령에서 발생하지만, 최근 30세 이하의 젊은 환자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 국가 시행 영유아 건강검진 잘 활용해야
부모가 아이의 건강 상태를 잘 살펴야 하지만, 자라는 아이의 키와 몸무게를 매번 확인하기도 쉽지 않다. 정확한 측정이 이루어지는지도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이런 점에서 소아과 전문의들은 국가가 시행하는 영유아 건강검진을 활용하라고 조언한다.
영유아 건강검진 사업은 2007년 11월부터 국민건강보험 가입자를 대상으로, 2008년 1월부터 의료급여 수급권자를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다. 건강보험 가입자는 건강보험공단에서, 의료급여 수급권자는 시군구 보건소에서 비용을 모두 부담한다. 이 사업은 생후 4∼77개월인 영유아의 키와 몸무게 등 신체계측, 문진과 진찰, 발달평가 등 성장과 발달을 고려한 예방 중심의 검진을 실시한다. 생후 4∼6개월 1차를 시작으로 66∼71개월까지 모두 7차례에 걸쳐 시행돼 아이의 성장 추이를 볼 수 있는 중요한 지표다. 정 교수는 “우리나라 부모들은 영유아 검진을 유치원 입학용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영유아 검진은 아이의 연속적인 신체 측정을 통해 비만과 저체중을 조기에 예방할 수 있는 소중한 자료이다”라고 말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