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도약 2015 – 식습관을 바꾸세요](3) 지방도 먹기 나름

ㆍ지방, 나쁘거나 착하거나

▲ 동물성지방 – 각종 암 유발·동맥경화 위험
▲ 불포화지방 – 심장질환·당뇨 완화

서울의 모 대기업에 근무하는 직장인 6명이 8일 회식 자리를 가졌다. 술 안주는 돼지고기. 삼겹살 10인분(2000g)을 구워 먹었다. 삼겹살 100g은 대략 330㎉에 해당한다. 삼겹살의 주 성분인 지방 1g이 9㎉여서 칼로리가 매우 높다. 굽는 과정에 기름기가 빠지는 것을 감안해 섭취한 지방 성분을 70%로 줄여 계산한다 해도 이날 1인당 770㎉의 열량(330×20×0.7÷6)을 삼겹살을 통해서만 섭취했다. 술까지 감안하면(알코올 1g은 7㎉) 엄청난 열량이다.

한국영양학회에 따르면 2010년 제정된 한국인 영양섭취기준에서 총지방 에너지 적정비율은 15~25%(포화지방은 총열량의 6%)다. 일본은 20~30%, 미국과 캐나다는 20~35%로 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날 직장인들의 회식은 고지방 식이의 전형적인 행태 중 하나다. 1일 평균 칼로리(2000㎉ 내외)의 38.5%나 되니 말이다.

한국인의 지방 섭취비율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영양소별 에너지 섭취율은 1969년의 경우 탄수화물 80.3%, 지방 7.2%, 단백질 12.5%였다. 하지만 2013년에는 탄수화물 64.1%, 지방 21.2%, 단백질 14.7%로 지방이 차지하는 비율이 3배로 늘었다. 학계가 제시한 영양섭취 평균을 본다면 아직은 고지방식에 도달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는 상당수 국민이 고지방 식이를 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지표다.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권오란 교수는 “전반적으로 20대 남녀의 지방 에너지 섭취비율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다”며 “특히 남성은 총지방 에너지 섭취비율이 적정비율을 초과할 경우 대사증후군 발병 위험도가 2배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을지병원 가정의학과 권길영 교수는 “국내외 연구를 보면 동물성 지방을 과하게 섭취할 경우 유방암, 자궁내막암, 대장암, 전립선암, 간세포암 등 암 발병 위험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우울증, 골다공증, 당뇨병, 역류성 식도염, 인지기능·후각능력 저하 등 여러 만성 질환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문제는 동물성 지방이다. 과하게 섭취하면 복부(내장) 비만과 더불어 각종 질환의 위험성을 높인다. 이게 쌓이면 동맥경화가 유발된다. 반대로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한 식사를 하면 심장 질환의 빈도를 낮추고 당뇨병에도 좋은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지방의 종류 표 참조).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김영학 교수는 “포화지방과 트랜스지방은 심장과 뇌혈관 질환, 암 등 여러 질병의 발생 위험을 높이고 혈액 내 콜레스테롤 수치를 증가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혈청 콜레스테롤 농도를 10% 낮추면 심장 질환에 의한 사망률 20%, 심근경색의 발생률 17%, 관상동맥경화증과 관련된 사고 비율을 23%가량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병원 영양팀 강신숙 차장은 “건강을 유지하려면 평소 고지방 식품 섭취를 피하고 불포화지방이 든 식품을 선택하거나 가공식품의 영양 성분 표시를 확인하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