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건강 100세]갱년기 여성, 호르몬치료 두려워마세요

가천대 길병원 가정의학과 김경곤 교수

얼마 전 병원을 찾은 49세 여성의 사연이다. 이 여성은 사춘기 소녀처럼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는 갱년기 증상 때문에 바깥활동도 못하는 등 마음의 병이 생겼다. 그러면서도 ‘참으면 나아지겠지’라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우연히 백화점에서 왕성하게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친구를 만났다. 호르몬 치료를 받고 있다는 친구 말에 용기를 얻어 그 역시 치료를 시작했다. 치료 효과보다 더욱 극적이었던 것은 치료 후 되찾은 자신감이었다.

병원에 온 여성 갱년기 환자들마다 하는 질문이 있다. “참으면 되는데 괜히 호르몬제를 먹었다가 병을 키울 수 있다더라”란 소문의 진위다. 일단 참으면 된다는 내용은 상당수 폐경기 여성에게 맞는 말이다. 남성은 나이가 들면서 호르몬 분비가 서서히 줄어드는 반면 여성은 짧은 시기에 성호르몬 농도가 급격히 변화한다. 남녀 모두 갱년기를 맞지만 여성은 급격한 변화에 신체가 적응하지 못하면서 여러 갱년기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 증상은 확실한 폐경기에 접어들면 대부분 사라진다.

이 과정에서 대부분의 여성은 견딜 수 있는 수준의 증상을 느끼고 지속기간도 2∼3년이면 끝난다. 하지만 일부 여성은 증상이 심해 치료가 필요하고 지속기간도 천차만별이어서 길게는 5년 이상 지속되기도 한다. 이처럼 개인차가 심하기 때문에 모든 여성이 무조건 참고 기다리다간 오히려 병을 키울 수 있다.

‘호르몬제를 먹으면 병을 키운다’는 내용은 사실일까? 여성호르몬제를 장기 복용하는 사람들의 유방암 발생률이 높은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에게서 증가하는지, 모든 호르몬제가 다 그런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오히려 호르몬제를 복용하는 여성들 중에서 대장암 및 자궁내막암 발생이 줄어드는 사례도 있다.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흡연 등 위험 요인이 분명한 사람들은 이런 요인을 조절하기 위해 생활습관을 개선하고 다른 약물요법의 병행을 통해 갱년기 증상을 치료할 수 있다. 여성호르몬 요법이 얼굴이 달아오르는 증상에 대한 개선 효과만 있는 것은 아니다. 폐경 후 찾아오는 골다공증 예방 등 긍정적 효과도 있다. 성관계를 포함한 다양한 갱년기 및 폐경기 증상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보여 전반적으로 폐경 후 삶의 질이 높아진다.

여성호르몬제 복용에 앞서 전문가와 상담하고, 관련 질병의 유무에 관한 기초검사를 받고, 적절한 강도로 호르몬제를 복용하면 치료에 대한 불안을 떨쳐 버릴 수 있다.

가천대 길병원 가정의학과 김경곤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