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의 일상 톡톡] 고기 많이 먹으면 암 걸린다고?

최근 2~3년 새 대장암에 걸린 중년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습니다. 대장암은 음식문화와 생활습관이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대표적인 암인데요. 한국 남성의 ▲높은 음주·흡연율 ▲잦은 회식으로 고기섭취 증가 ▲운동 부족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 등이 복합 작용해 대장암을 일으킨다는 것이 의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이 같은 대장암 예방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건강하고 규칙적인 생활습관으로, 대장암 발생위험이 높은 환경 요인을 제거하는 것인데요. 또 50세 이상에서는 대장암 가족력이 없더라도 병원을 찾아 대장검사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국내 대장암의 현황·예방법에 대해 집중적으로 살펴 봤습니다.

한국인의 대장암 발병률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려대학교 구로병원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한국의 대장암 발병률은 10만 명당 45명으로 조사 대상 184개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이는 국가별로 다른 인구 구성·통계의 정확도 등을 고려, IARC가 각국의 통계를 비교할 수 있도록 표준화한 결과다.

이 자료에 따르면 슬로바키아가 42.7명으로 한국의 뒤를 이었고, 헝가리(42.3명)·덴마크(40.5명) 등이 대장암 유병율이 높은 나라로 손꼽혔다. ▲네덜란드(40.2명) ▲노르웨이(38.9명) ▲벨기에(36.7명) 등 선진국이 대장암 발병률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우리나라의 대장암 발병률은 세계 평균(17.2명)과 아시아 평균(13.7명)을 크게 웃돌았다.

남성의 통계만 놓고 보면 한국의 남성 10만명당 대장암 발병률은 58.7명으로 남녀를 합쳤을 때보다 더욱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남성의 대장암 발병률이 가장 높은 나라는 슬로바키아(61.6명)로, 한국은 헝가리(58.9명)에 이어 3위였다. 여성의 대장암 발병률은 한국(33.5명)이 세계에서 5번째로 높았다. 여성 대장암 발병률이 가장 높은 나라는 노르웨이(35.8명)로 조사됐다.

대장암은 고열량 육식 위주 식생활과 운동 부족 등이 원인으로 꼽혀 ‘선진국형 암’으로도 불린다. 초기에는 대부분 아무런 증상이 없지만 일단 암이 진행되면 다른 암보다 암세포의 증식이 빠르고, 말기 생존율이 낮아 조기 진단이 치료의 핵심이다.

전문가들은 “대장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거의 100% 가까이 완치되므로 무증상인 시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대장암 예방을 위해 당류나 지방질이 많은 육류는 줄여야 하며, 하루 30분 정도 꾸준히 운동하면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장암 등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큰 선종성 용종 환자의 절반은 40~60대 중장년층 남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분석한 ‘선종성 용종’ 자료(3월22일 기준)를 보면, 진료환자는 2008년 6만7742명에서 2013년 12만9995명으로 5년간 약 1.9배 늘었다.

진료인원이 늘면서 건강보험 진료비도 2008년 약 186억원에서 2013년 약 360억원으로 늘었고, 건보공단이 부담하는 급여비는 2008년 약 120억원에서 2013년 약 228억원으로 증가했다.

2013년 기준 성별·연령별 선종성 용종 진료현황을 살펴보면 남성은 ▲50대(2만8814명) ▲60대(2만2923명) ▲40대(1만4088명) 순으로 많았고, 여성도 ▲50대(1만7279명) ▲60대(1만3588명) ▲40대(6712명) 순이었다. 특히 40~60대 남성 진료인원은 모두 6만5825명으로, 전체 진료인원의 50.6%에 이르는 수치다.

업계에 따르면 선종성 용종은 대장암으로 발전할 수 있는 신생물성 용종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용종이다. 대장암의 95%가 선종에서 발생한다. 선종성 용종의 약 10%는 서서히 대장암으로 진행, 선종 발생 후 암 증상을 보일 때까지 약 5~10년 정도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선종성 용종은 내시경 검사 중 도구를 이용해 제거할 수 있고, 크기가 크거나 암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수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선종성 용종 환자가 증가한 데는 특별한 증상이 없어도 건강검진을 목적으로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는 일이 많아진데다 식생활의 서구화, 고령층 인구 증가 등이 영향을 줬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 남성은 70세 이후 폐암에, 여성은 대장암에 많이 걸리는 것으로 조사돼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국립암센터의 2012년 우리나라 암 발생 현황 보고서를 보면 남성은 44세까지 갑상선암, 50∼69세는 위암, 70세 이후에는 폐암이 가장 많이 발생했다. 여성은 69세까지 갑상선암, 70세 이후에는 대장암이 많이 발생해 성과 연령에 따른 차이를 보였다. 모든 암의 연령별 발생률은 50대 초반까지는 여성이 남성보다 높다가 50대 후반부터는 역전됐다.

남녀 전체 주요 암의 연평균 증가율은 ▲갑상선암(22.6%) ▲전립선암(12.7%) ▲유방암(5.8%) ▲대장암(5.2%) 등의 순으로 높았다. 간암(-1.9%)은 1999년 이후 꾸준히 낮아졌다.

성별로는 남성의 주요 암 증가율은 갑상선암·전립선암·대장암 등의 순이었고, 간암·폐암은 지속적으로 줄었다. 여성의 경우는 갑상선암·유방암·대장암 등의 순이었고, 자궁경부암·간암은 증가율이 떨어졌다.

모든 암의 인구 10만명당 발생률은 1999년 219.9명에서 2012년 319.5명으로 늘어 연평균 3.5%의 증가율을 보였다. 성별로는 남성은 1999년 291.9명에서 2012년 337.2명으로 1.6%의 연평균 증가율을, 여성은 1999년 173.3명에서 2012년 321.3명으로 5.6%의 증가율을 보였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