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란
피로란 국어 사전적 의미로는 ‘과로로 정신이나 몸이 지쳐 힘듦, 또는 그런 상태’입니다. 이 뜻대로 한다면 내가 감당하기에 힘들 정도의 물리적(예: 노동) 혹은 정신적(예: 스트레스) 업무로 인해 몸 혹은 마음이 힘들고 지쳐서 일상적인 활동을 하기 어려운 상태이니 해결책은 일을 줄이거나 (물리적인 일을 줄이든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줄이든) 평소보다 충분한 휴식을 취해서 몸과 마음의 고갈된 에너지를 보충하면 될 것입니다. 문제는 과로를 하지 않았는데도 피로하거나, 평소보다 충분히 쉬었는데도 피로가 풀리지 않는 상태가 지속될 때 입니다. 이런 경우가 지속될 경우는 스스로 해결하기 힘든 병적인 피로로 판단하여 일단 의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병에 의한 피로는?
의사들은 오랫동안 피로가 가시지 않아 걱정되어 병원에 오신 분들에 대해 다음과 같은 질환들이 혹시 피로의 원인인지를 염두에 두어 질문도 하고 검사도 하게 됩니다.
먼저 혈액검사를 통해서 피로를 일으키는 흔한 질환들인 ‘갑상선기능 저하증’, ‘빈혈’, ‘당뇨병’, 등과 함께 흔하지는 않지만 가능한 원인인 ‘심한 간기능 이상’, ‘신장기능 이상’을 살펴보고, 가끔은 특수 혈액검사를 통해 특이한 감염성 질환이나 자가면역성 질환 유무를 살펴보기도 합니다. 그 외에는 상담이나 설문 평가 등을 통해 폐쇄성 수면무호흡(혹은 저호흡)증, 우울증 등이 있는지를 알아봅니다. 오래된 피로를 호소하는 환자에서 가장 흔한 원인은 우울증과 같은 정신건강의 문제라고 알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이 외에 흔히 놓치기 쉬운 원인으로는 복용하고 있는 약입니다. 일부 약들은 작용 기전이나 부작용으로 인해 피로를 유발합니다.
검사에서도 병은 없다는데 계속 피로해요?
위와 같은 원인에 해당하여 생긴 피로면 의사의 도움으로 해당 원인에 대한 치료를 받으면 피로가 해결되겠지만 많은 경우 상기와 같이 특별히 피로를 유발할만한 병적인 원인을 발견하지 못합니다. 이럴 경우 피로는 결국 ‘나’라는 사람이 가진 외부의 자극(물리적, 정신적 자극)을 이겨내는 방어능력과, 이러한 자극의 축적된 정도 사이의 균형이 깨진 것이 원인이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이에 따른 대책은 결국 나의 대응 능력은 키우고 외부의 자극은 줄이는 것이 될 것입니다.
대응 능력을 키우는 것으로 지금까지 연구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즐기면서 하는 규칙적인 유산소운동’입니다. 피로하신 분들은 누워 쉬려고만 하고 몸을 움직이길 싫어하는 경향이 있고 운동을 하면 피로가 심해진다고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유산소 운동은 우리 인간이 알고 있는 가장 강력한 건강의 수호자이자 에너지원입니다. 유산소 운동은 쉽게 말해 온 몸을 지속적으로 움직이는 운동으로 심장을 평소보다 빨리 뛰게 하고 숨을 차게 하는 운동을 말합니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빨리 걷기, 수영, 에어로빅, 자전거, 등산 등이 있겠고 탁구, 베드민턴 등 대부분의 스포츠도 해당됩니다. 하루 최소 30분 이상을 하는게 좋은데 꼭 한번에 30분 이상일 필요는 없어서 한번에 10분 이상 하루 3번에 나눠서 해도 건강 효과는 똑 같다고 합니다. 최소 주 3회 이상 가능하면 주 5회 이상 하시면 더 좋습니다. 이왕이면 목표를 정하고 가까운 사람(친구 등)과 같이 하는 것이 더 좋습니다. 예를 들면 탁구를 배워서 친구랑 팀을 이뤄 구청장배 체육대회에 출전하여 4강 안에 들기와 같은 계획이 필요합니다.
외부 자극을 조절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또 다른 핵심입니다. 먼저 자신이 하고 있는 일들이 자신이 감당하기에 충분한 정도인지 현재의 자신의 상황에 맞춰서 냉철하게 판단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그런 후에 꼭 필요하지 않은 일들은 과감히 없애고, 필요한 일들은 우선 순위를 정해서 가장 중요한 일을 가장 기운이 남아 있을 때 먼저 하며, 나머지를 차근차근 합니다. 그러면서 업무 성취에 따라 다시 목표를 조정하고 필요하다면 업무를 더 줄입니다. 일은 가능한 몰아서 하기 보다는 긴 시간에 걸쳐 분배를 해서 중간중간 휴식을 취하면서 하도록 합니다. 즉, 100 미터를 전력 질주 한 후 지쳐 쓰러지는게 아니라 마라톤을 한다는 생각으로 꾸준히 일정하게 하되 중간중간 규칙적인 휴식을 취합니다. 하나의 일에 투자하는 시간을 최소한으로 하여 효율을 높입니다. 이러기 위해서는 맡은 일을 완벽하게 해내겠다는 생각은 버리고 목표를 다소 낮춥니다. 예를 들면 성적을 50점 맞은 사람이 10시간 공부하면 70-80점은 맞을 수 있지만 95점 받는 사람은 10시간 공부해도 기껏 1-2점 밖에 올릴 수 없습니다. 50점인 과목을 우선 순위로 잡아서 목표를 99점이 아니라 80점으로 잡으면 훨씬 효율적입니다. 또 하나 염두에 둘 것은 늘 자신의 에너지의 80% 정도만 쓸 수 있는 정도의 일만 계획하는 것입니다. 20%는 비상 사태에 대비하는 여유분입니다.
서울의대 국민건강지식센터
가정의학과 교수 박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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