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때문인가요 ?’
지난해말에 독감으로 시작된 기침이 한달이 지났는데도 지속되자, 김부장은 여러 원인들을 생각하며 걱정하고 있었다. 폐암은 아닌지, 결핵과 같이 몹쓸 병에 걸린 건 아닌지. 그게 아니라고 하자, 한편으론 안도감을 보이면서 혹시 미세먼지 때문은 아닌지 또다른 우려섞인 질문을 한다. 그런데, 그 다음 고혈압 진료를 위해 들어온 임여사도 똑 같은 질문을 하신다. 최근의 혈압 상승이 미세먼지 때문이 아니냐라는 거다. 최근 미세먼지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경보가 지속되고, 이날은 이로 인하여 대중교통요금도 받지 않는다고 하자 이러한 질문과 걱정을 하는 분들이 확실히 늘어났다.
최근의 우리나라 미세먼지 상황을 살펴보면 이러한 우려들이 과장된 것만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미세먼지농도는 미국, 일본, 프랑스 등 다른 OECD국가들과 비교하면 거의 2배까지 더 높다. 높은 미세먼지농도는 폐렴이나 폐암과 같은 호흡기질환 뿐 아니라, 임여사 우려대로 심장질환, 뇌졸중, 당뇨병 등 다른 만성질환들도 증가시켜 조기 사망을 일으킨다는 것은 상당히 잘 밝혀져 있다. 그래서, 작년에 발표된 미국의 건강영향연구소의 결과에 의하면 인구 10만 명당 예측되는 조기 사망자 수가 우리나라는 26명으로 일본 13명, 프랑스 12명, 미국의 8명 보다 2~3배 더 컸다.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농도 상태는 분명 다른 OECD 국가들에 비해서 좋지 않고, 이에 대한 여러 정부의 대책에도 불구하고 그 상황이 크게 좋아지지 않고 있는 사실은 분명 우려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이러한 이유로 언론에서도 미세먼지에 대한 걱정을 더 자주 보도하고 있고, 대중교통 무료이용이라는 정부의 색다른 대처도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얼마 전에 실시된 여러 위험요인들에 대한 두려움 및 발생 가능성에 대한 국민 인식도 조사 결과를 보면 그 정도가 조금 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메르스, 광우병, 원전, 위해식품, 노후불안 등 더 현실적인 문제들보다도 미세먼지에 대해 더 크게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김부장과 임여사처럼 많은 환자들이 미세먼지에 대해 걱정과 질문을 하는 것이 진료실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사회적 전반적 현상이라는 것이며, 실제에 비해 국민들의 걱정이 더 크다는 또 다른 문제라는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상황은 더 좋아지지 않고 있기는 하지만, 과거보다 더 나빠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여러 대기오염 상황을 보면 1980년 이전에 비해 최근 우리나라의 상황은 상당히 개선되었다. 그러므로 과거에 없던 새로운 문제가 발생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김부장의 만성기침이나 임여사의 불안정한 혈압에 미세먼지가 어느 정도 역할을 할 수 있으나, 그 정도는 그렇게 크지 않다. 김부장의 만성기침에는 아직까지 끊지 못하고 있는 흡연이 훨씬 더 큰 문제이다. 흡연이 지속되면 천식, 만성기관지염과 같은 폐쇄성 폐질환이 발생하고 이들은 만성기침을 유발하는 대표적 원인 질환이다. 임여사의 경우는 퇴행성관절염으로 인해 줄어든 신체활동과 이로 인한 몸무게 증가, 좋아하는 짠 음식들, 자녀들의 불화로 인한 스트레스 등이 혈압 불안정의 더 큰 원인이다. 두 분이 자신도 어찌할 수 없는 미세먼지 핑계를 대며 걱정하고, 정작 조절해야할 문제에 대해서는 회피하는 것이 더 큰 문제라는 것이다.
미세먼지는 분명 우리나라의 풀어야할 숙제이다. 미세먼지는 건강한 사람들보다는 만성질환이 있거나 영유아, 고령자 등 건강상황이 좋지 않은 사람들에게 특히 더 큰 영향을 미친다.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우리의 상황을 보자면 좀 더 시급히 해결해야할 과제임에는 틀림이 없다. 다른 선진국들의 성공적인 정책들을 잘 활용하고 대처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기 위해서는 좀 불편하거나 비용이 들어가더라도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여러 환경친화적인 정책을 지지해야 할 것이며, 스스로도 대중교통을 더 이용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물론, 미세먼지가 높다는 경보가 발령이 되면, 가능한 외출을 자제하고 마스크를 사용하는 등의 개인적인 조치를 권장하는대로 잘 따르는 것도 꼭 필요하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먼지에 대한 과장된 걱정보다는 조금 더 현실적인 대처를 할 필요가 있다. 다행히도 우리나라의 미세먼지는 건강한 사람들에게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서도 가장 큰 원인이라기 보다는 우선순위가 낮은 부가적인 문제이다. 즉, 김부장이 담배를 지속적으로 하고 한두번의 폐렴으로 기관지 확장증이 심하여지면 어느 순간 높아진 미세먼지로 말미암아 응급실로 실려올 수도 있다. 임여사가 계속 운동을 못하고 지속적으로 짠음식을 선호하면 나이가 들면서 미세먼지의 미세한 영향때문에 심근경색이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지금부터 담배를 끊고 유산소 운동을 지속하고, 독감 예방접종과 폐렴예방접종을 권장한대로 잘 한다면 두분 모두 현재의 미세먼지 농도 때문에 고생할 일은 없을 거라는 것이다. 건강한 행동만 지속하여 준다면 그 정도의 영향은 발전되고 있는 의료기술이 충분히 보상하여 줄 것이기 때문이다.
서울의대 국민건강지식센터
가정의학과 교수 조비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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