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측부터 원자력병원 폐암센터 이해원 과장, 간암센터 박수철 과장, 대장암센터 문선미 과장.
“흡연으로 인한 질병에 조기 사망한 미국인이 전쟁 중에 숨진 미국인의 10배가 넘는다”는 말이 있다. 뒷받침하는 근거로 1964년 미국 정부는 ‘테리보고서’를 통해 흡연이 폐암을 일으킨다는 것을 발표했다. 이 보고서가 올해에는 ‘흡연이 일으키는 질병’ 10가지에 폐암 외 간암과 결직장암을 추가했다.
통계청의 ‘2013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의 사망 원인은 암, 뇌혈관질환, 심장질환 순이었고 전 연령대의 사망 원인 역시 암이 1위였다. 암 종류로는 폐암이 1위였고 간암이 그 뒤를 따랐다. 세부적으로 전년 대비 사망자가 가장 많이 증가한 질병에 폐암이 포함되었으며 인구 10만 명당 33명에서 34명으로 폐암 사망이 증가한 것은 눈여겨볼 만한 지표이다. 이처럼 흡연은 폐암을 유발하는 것을 넘어 간암과 결직장암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원자력병원에서 실제 암 환자를 진료하는 각 분야별 전문의를 통해 흡연의 위험성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폐암’ 이해원 폐암센터 과장=흡연이 폐암을 유발하는 정확한 기전은 밝혀지지 않았다. 그렇지만 폐암의 주된 발생 원인은 암 유발 유전자의 변이이고 담배의 발암물질이 유전자 변이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므로 이러한 과정이 폐암 유발 원인으로 추정된다. 통계적으로 보면 흡연자의 폐암 발생률은 비흡연자 대비 최소 9배부터 20배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담배에는 니켈, 벤젠, 비소 등 직접적인 발암물질의 종류만 60종 이상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다. 담배를 피우다가 금연을 하게 되면 폐암의 발생률은 서서히 감소하게 되고 20년 이상 금연을 하게 되면 비흡연자 대비 9배 이상에서 2배까지 그 위험도가 감소하게 된다.
◇‘간암’ 박수철 간암센터 과장=간은 담배에 함유되어 흡연 시 섭취하게 되는 유해물질 등의 대사를 담당하는 기관이다. 담배 유해물질 속 발암물질들은 이미 일부 동물실험에서 직접적으로 간암을 유발시킨다고 보고되어 있다. 즉 흡연을 통해 발암물질을 섭취하게 되고 이런 물질이 대사되는 장소가 간이므로 간암이 발생하게 되는 원리이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흡연을 하지 않는 사람에 비해 현재 흡연을 하는 사람에서 간암이 63% 정도 많이 발생하지만 금연을 한 사람의 간암 발생 위험률은 13%로 줄어든다고 보고되어 있다.
◇‘결직장암’ 문선미 대장암센터 과장=흡연이 대장암을 비롯한 다른 암의 발생 위험 인자로 보고되고 있으나 대장암을 유발하는 과정의 명확한 기전은 아직 밝혀진 바 없다. 담배에 포함된 독성 화학물질 중 다수의 유해 물질에 의해 DNA의 손상을 유발한다고 볼 수 있다. 흡연으로 인한 니코틴의 체내 흡수는 DNA의 메틸화를 유발하게 된다. 흡연은 대장 세포에서 DNA의 CpG 과메틸화를 유발해 대장암 발생을 증가시킨다는 보고가 있다. 흡연이 대장암 사망률에 미치는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흡연을 지속해 온 경우 비흡연자에 비해 남자에서는 32%, 여자에서는 41% 정도 사망률이 더 높게 조사됐다. 또한 흡연 기간이 짧을수록, 금연 시작 연령이 낮을수록, 금연을 한 기간이 길수록 비흡연자에 비해 4∼15% 정도 높은 사망률을 보였다.
이영수 기자 juny@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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