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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유방암 환자 비용 부담, 최대 2000만원서 400만원으로 줄어
회사원 성지영 씨(29)는 2012년 유방암 1기 진단을 받고 항암 치료를 받았지만 올해 다시 암이 발견됐다. 주치의는 “암 재발 가능성을 5% 미만으로 떨어뜨리기 위해 유방을 완전히 절제할 것”을 권유했다. 그러곤 “절제 이후 자신의 복부 근육을 활용한 유방재건술을 받으면 다시 가슴 라인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성 씨는 결국 유방재건술을 포기했다. 1000만 원이 넘는 수술비가 부담이 됐기 때문이다. 그 대신 성 씨는 가슴을 완전히 절제할 때보다 암 재발 가능성이 2배 이상 높은 부분절제 수술을 받았다.
성 씨처럼 수술비 부담 때문에 유방재건술을 주저하는 유방암 환자들의 고민이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와 병원업계에 따르면 이르면 내년 1월부터 건강보험에 유방재건술이 포함돼 비용이 1000만∼2000만 원에서 400만 원 선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유방절제술은 건강보험이 적용됐지만 재건은 미용성형이라는 인식 때문에 건보 혜택을 받지 못했다.
유방 재건은 유방암 환자의 삶의 자존감과 만족도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삼성서울병원에 따르면 유방암 절제 수술을 받은 여성의 62%가 “내가 장애인과 다를 바 없다고 느낀다”고 답했다. 문병인 이화여대목동병원 유방암센터장은 “위암 환자가 위를 절제하면 식도와 소장을 연결해 소화기능을 복원해주는 수술을 해주듯 유방의 암을 절제했으면 원래대로 복원을 해주는 것까지를 치료의 영역으로 보는 것이 맞다”며 “하지만 비용 때문에 10명 중 3명꼴로 재건술을 포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방 절제술을 받은 뒤 재건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배우 앤젤리나 졸리가 받은 보형물을 이용한 재건은 가격이 150만∼200만 원 정도로 싸고 기존 유두를 살릴 수 있지만 방사선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보형물 파열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자신의 복부 또는 옆구리 조직을 활용해 새로운 가슴을 만드는 자가조직 유방재건술을 더 권하는 편이다. 하지만 서울의 대학병원에서 이 수술을 받으려면 한쪽을 받는 데만 1000만∼2000만 원이 든다.
문구현 삼성서울병원 성형외과 교수는 “자가 조직을 이용하면 근육과 혈관을 모두 보존할 수 있어 수술 후 경과가 좋은 편이다”며 “다만 향후 새로운 유두와 유륜을 만드는 추가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측면에서 유방재건술 건강보험 적용을 추진해 온 복지부는 유방암 환자의 ‘자가조직 활용 재건술’의 의료수가를 약 800만 원 선으로 결정할 예정이다. 자기부담금은 약 50%. 이럴 경우 환자가 내는 비용은 약 400만 원으로 준다. 복지부 관계자는 “유방재건술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면 연간 비용이 400억∼550억 원 필요하다”며 “의료수가를 최종 결정하는 건강정책심의위원회에서 가격은 미세 조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