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37주 미만에 태어난 신생아를 미숙아라고 한다. 미숙아는 만삭아에 비해 면역력이 약하고 각종 질환에 취약하다. [사진=중앙포토]
“출산 후 인큐베이터 안의 아이를 처음 마주했을 때 죄책감 때문에 눈물이 흘렀어요. 아이가 너무 작아 저러다 죽는 건 아닌지, 앞으로 어떻게 키워야 할지 막막함부터 앞섰지요”(올 초 미숙아를 출산한 32세 주부 임영심씨).
엄마의 배 속에서 열 달을 미처 채우지 못하고 일찍 세상으로 나온 신생아들. 이들을 미숙아 또는 이른둥이·조산아라고 부른다. 최근 고령·고위험 산모가 늘면서 미숙아 출산이 증가하고 있다. 고령 산모는 임신 후기로 접어들수록 미숙아 출산에 대한 두려움이 커진다. 미숙아 부모는 아이에게 문제가 생길까 봐 항상 노심초사한다. 전문가의 도움말로 미숙아에 대한 궁금증을 Q&A로 짚어본다.
Q. 저체중으로 태어나면 모두 미숙아다?
A. 태아는 엄마의 배 속에서 40주 동안 영양분을 공급받으며 성장한다. 미숙아는 이를 다 채우지 못하고 임신 37주 미만에 태어난 아기다. 반면에 임신 기간과 상관없이 출생 당시의 체중이 2.5㎏ 이하면 ‘저체중출생아(저체중아)’라고 부른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 성태정 교수는 “미숙아와 저체중아라는 용어를 혼용하지만 엄밀히 다른 개념”이라며 “미숙아는 만삭을 채우지 못한 조산아만을 뜻한다”고 말했다. 저체중아의 3분의 2는 미숙아지만 정상 개월 수를 다 채우고 체중만 적게 나간다면 미숙아와 달리 신체 모든 기관이 완성된 경우가 많다.
Q. 산모 나이 많으면 미숙아 출산 확률 높다?
A. 미숙아 출산의 원인은 다양하다. 임신성 고혈압·당뇨병, 조기 양막 파열, 조기 진통, 다태아 출산, 전치태반, 자궁경관무력증, 산모의 흡연·음주·스트레스·조산 경험 등을 꼽을 수 있다. 산모의 고령화만을 원인으로 꼽기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연관성은 존재한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조희영 교수는 “만 35세 이상 고령 임신부는 고혈압·당뇨병·신장병 등에 취약해 각종 합병증과 임신중독증으로 발전할 위험이 크다”며 “그만큼 조산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산모 나이가 많으면 상대적으로 자궁이 약해 태아 발육 환경이 나빠진다.
Q. 미숙아는 항상 생사의 갈림길에 선다?
A. 엄마의 자궁 속에 머무르는 기간이 짧을수록, 출생 시 체중이 적을수록 아이의 건강은 위험하다. 다행히 미숙아 생존율은 과거에 비해 월등히 높아졌다.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이경 교수는 “1㎏ 미만 미숙아 생존율은 1980~90년대 10%에 불과했지만 최근 70%에 이른다”며 “이제 생사의 문제보다 성장·발달 정도에 신경을 기울이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또 모든 미숙아가 인큐베이터 치료를 받는 것은 아니다. 김 교수는 “병원마다 차이가 있지만 임신 34주 미만에 체중 1.5㎏ 미만으로 태어난 아기가 인큐베이터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Q. 미숙아가 조심해야 할 질환은 따로 있다?
A. 미숙아는 모든 장기가 온전히 성숙되기 이전에 태어난다. 면역력이 약하고 호흡기·심혈관계·신경·소화기 등과 관련된 각종 질환에 노출된다. 특히 만성폐질환과 감염성질환에 주의해야 한다. 성태정 교수는 “미숙아는 폐가 성숙하지 못해 호흡이 어렵고 모세기관지염·폐렴 등 호흡기질환에 잘 걸린다”며 “체온 조절 기능이 약해 저체온증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온도·습도에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 세균에 감염되지 않도록 청결에 각별히 주의하고, 아이를 돌보는 사람은 항상 손을 씻는다. 이 밖에도 뇌출혈·미숙아막망증·빈혈·패혈증 등을 조심해야 한다.
Q. 미숙아는 교정 연령을 사용한다?
A. 같은 ‘생후 5개월’이라도 미숙아와 만삭아의 발달 정도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김이경 교수는 “미숙아는 실제 출생일이 아닌 출산예정일을 기준으로 개월수를 따져 발달 상태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컨대 출산예정일보다 2개월 빨리 태어난 미숙아는 생후 5개월이 됐더라도 생후 3개월로 봐야 한다.
엄마가 아기를 가슴에 품고 서로 밀착하는 캥거루 케어는 미숙아의 면역력을 높인다. [사진=중앙포토] Q. 미숙아를 위한 특별한 케어법이 있다?
A. 캥거루케어가 미숙아을 위한 육아법으로 시행되고 있다. 엄마가 신생아를 가슴에 품고 배꼽에서 흉골까지 맨살이 서로 닿도록 밀착시키는 것. 성태정 교수는 “자궁 속에서 들었던 엄마의 심장소리와 체취·숨소리·목소리를 들려주면 아이가 안정감을 얻는다”며 “아기의 특수감각섬유를 자극시켜 옥시토신 분비를 촉진하고 면역력을 강화한다”고 말했다. 캥거루케어를 시행한 아이가 감염·패혈증 발생 위험이 42% 감소했다는 해외 연구결과도 있다.
Q. 미숙아는 평생 관리해야 한다?
A. 미숙아는 퇴원 후에도 일정 기간 추적관찰을 통해 이상 소견에 대한 확인과 발달·청력·안과·뇌초음파 등을 검사해야 한다. 특히 교정연령 4, 8개월께에는 신경학적 후유증을 평가하는 중요한 시기이므로 외래 방문이 필수다. 하지만 대개 생후 12개월이 지나면 만삭아의 성장 속도를 따라잡아 24개월에는 만삭아와 큰 차이가 없다. 성태정 교수는 “특별한 이상소견이 없다면 24개월부터는 어느 정도 성장했다고 판단하고, 언어 능력이나 미세한 발달장애를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Q. 미숙아 출산을 예방할 수 있다?
A. 꼼꼼한 산전 검사는 미숙아 예방의 첫걸음이다. 정기적인 산과 진찰을 통해 임신성 고혈압·당뇨 등을 관리하고 임신중독증을 예방해야 한다. 특히 조산 경험이 있거나 고령 산모인 경우 조산 고위험군에 해당하므로 각별히 주의한다. 물론 조산에도 신호가 있다. 바로 조기진통과 양막 파열이다. 조희영 교수는 “대개 임신 7개월께부터 진통이 발생한다”며 “아프다고 느낄 정도로 진통의 강도가 세고, 쉬어도 진통이 사라지지 않으면 조기 진통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때 재빨리 병원을 찾아 조기 진통 여부를 진단한 뒤 수축억제제를 투여하면 임신 기간을 연장해 조산을 예방할 수 있다.
오경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