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나들이철 ‘숨은 살인자’ 졸음운전…지난해 108명 사망

봄 나들이철 졸음운전 사고가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나 운전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졸음운전은 ‘숨은 살인자’(Hidden Killer)라고도 불릴 정도로 높은 위험성이 존재하고 있다.

‘숨은 살인자’란 소리 없는 살인자로도 불리며 전쟁분야의 지뢰, 의학분야의 당뇨 및 고혈압, 건축분야의 석면과 같이 높은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그 존재나 위험성이 알려져 있지 않은 위험요소를 일컫는 용어를 말한다.

교통안전분야에서는 졸음운전에 적용이 가능하고, 미국의 경우 높은 치사율 등을 감안해 졸음운전을 고의살인죄의 형을 적용해 강도높게 처벌하고 있다.

6일 경찰청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최근 3년간 발생한 졸음운전 교통사고를 분석한 결과, 졸음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는 2013년 2512건에서 이듬해 2426건으로 소폭 주춤하더니 지난해 2701건으로 다시 늘었다. 3년 평균 2546건이 발생한 꼴이다.

이로 인한 사망자도 이 기간 121명, 130명, 108명으로 집계됐다. 치사율이 4.7%에 달한다.

특히 기온이 상승하는 3월부터 졸음운전 사고가 조금씩 증가하다가 4~5월에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3년 평균 1월과 2월에 각각 180명, 160명에 달하던 것이 3월에 214명으로 치솟았고, 이 기조는 4월(213명)과 5월(234명)으로 이어지고 있다.

6월부터도 휴가철 탓에 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7월에는 무려 247명으로 수직상승했고 8월 239명, 9월 223명, 10월 214명으로 꺾이면서 12월 189명으로 내려앉았다.

발생시간을 기준으로 볼 때 피로 누적과 식곤증 등의 영향으로 00~02시 사이와 14~16시 사이에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발생장소를 기준으로 볼 때 고속도로의 교통사고 치사율은 전체 치사율 4.7%에 비해 3배나 높은 14.1%에 달하고 있어 고속도로에서 운전자의 특별한 주의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전체 차량의 16%를 차지하는 화물차는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졸음운전 교통 사망 사고의 39.8%를 차지했다.

도로교통공단에서 졸음운전 원인 분석을 위해 시행한 연구에 따르면 차량 내 이산화탄소(CO2) 농도가 증가함에 따라 운전자의 졸음운전 가능성도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속버스를 대상으로 차량내 이산화탄소의 농도 변화를 측정한 결과, 승차정원의 70% 이상이 탑승한 상태에서 90분 이상 연속주행을 할경우차량 내 이산화탄소 농도는 평균 3422ppm, 최대 6765ppm을 기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밀폐 공간 내 이산화탄소 농도가 2000ppm을 초과하면 두통이나 졸음 등을 유발하는 등 졸음운전 가능성이 증대되며 5000ppm을 초과할 경우 산소부족으로 뇌손상에까지 이르게 한다고 한다.

실험 도로에서 차량 내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은 상황에서 운전자별로 연속 주행을 실시한 결과, 시간이 지날수록 건강한 운전자도 눈 깜빡임 속도가 느려지고 눈꺼풀이 감기는 비율이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장택영 박사는 “고속버스·화물차 등 사업용 자동차의 경우, 배차 일정 등에 쫓겨 무리한 운행을 할 가능성이 다분한 만큼, 유럽 등 교통 선진국의 자동차 운전자 노동시간 등의 개선을 위한 기준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이를 위해 국내 사업용 운전자에게도 연속 운전 시간은 1일 최대 10시간 이내, 5시간 운전 후 반드시 30분 이상의 휴식을 취하도록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도 졸음운전 취약시간대에 고순대·도로공사 합동 순찰을 강화하고, 교통방송·플래카드·도로전광판(VMS) 등을 통해 졸음운전의 위험성을 널리 알려 충분한 휴식과 주의 운전을 당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