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더 적극적인 대책도 검토 필요”
(서울=연합뉴스) 전명훈기자 우리 국민의 당 섭취량은 아직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 기준보다 낮지만 증가 추세다. 더 큰 문제는 우리 미래를 짊어지고 나아갈 10∼20대의 당 섭취량은 WHO의 권고 기준을 이미 넘어섰다는 점이다.
젊은이들의 당 섭취 습관은 세월이 흐른 뒤 결국 국민 전체의 습관으로 굳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보건당국은 국민건강을 심각하게 훼손할 이런 심각한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7일 ‘당류 저감 종합계획’이란 칼을 빼 들었다.
◇ 국민 평균 당류 섭취량 낮지만 젊은 층은 심각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0년까지 가공식품 당류로 섭취하는 열량의 비율을 전체 하루 섭취 열량의 10% 수준(WHO 권고 기준)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하루 2천㎉를 섭취한다면 가공식품으로 당류를 50g 미만만 섭취하도록 조절하겠다는 의미다.
2013년 현재 우리 국민의 평균 가공식품 당류 섭취량은 44.7g(8.9%)으로 WHO 기준을 밑돈다.
그러나 이 수치는 2010년 7.6%, 2011년 7.7%, 2012년 8.1% 등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위협적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3∼29세 연령층에서 당 섭취량이 이미 WHO의 기준을 넘어섰다는 점이다.
식약처가 2013년 자료를 분석한 결과 3∼5세는 가공식품으로 섭취한 당이 전체 열량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0.2%, 6∼11세는 10.6%, 12∼18세는 10.7%, 19∼29세는 11%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30∼49세도 이 비율이 9%에 달해 안심할 단계는 아니었다.
50∼64세(7.3%), 65세 이상(6.4%) 등 중·장년, 노년층은 가공식품으로 당류를 섭취하는 비율이 비교적 높지 않은 편이었다.
가공식품 중에서도 당류 섭취가 가장 많은 식품은 음료류였다. 우리 국민은 음료류로 하루 평균 당류 13g을 섭취한다. 종이컵 3분의 2 정도의 콜라 양과 비슷한 정도다.
그 다음으로는 빵·과자·떡(6.12g), 설탕 및 기타 당류(5.8g) 등이 뒤를 이었다.
◇ 당류 섭취량 증가…비만 유병률도 따라 증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가공식품으로 당류를 기준 이상 섭취하면 비만, 고혈압, 당뇨병 등의 위험을 높인다고 경고한다.
그러나 WHO의 기준치 이상의 가공식품을 통해 당을 섭취하는 국민은 34.4%(2013)에 달한다. 이 비율 또한 2010년 26%, 2011년 27%, 2012년 29% 등으로 증가 추세다.
젊은 층은 이 비율 역시 훨씬 높다.
연령별로 3∼5세는 45.3%, 6∼11세는 47.6%, 12∼18세는 44%, 19∼29세는 47.7% 등으로 각각 절반에 육박했다.
당류는 비만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꼽힌다.
체질량지수가 25㎏/㎡ 이상인 비만 환자 유병률은 1998년 26%에서 꾸준히 증가해 2014년에는 31.5%에 달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의 최근 연구(2016년) 결과를 보면 비만이 유발한 사회적인 비용은 6조8천억원에 달했다. 비만이 원인인 질병의 치료비와 이에 따른 노동력 손실 등을 금액으로 환산한 결과다.
식약처는 “국민 전체로 보면 당 섭취량이 지금 당장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현재 젊은 세대가 당 섭취 습관을 바꾸지 않고 나이를 먹으면 국민 전체의 당 섭취량도 매우 증가할 수 있다”며 “지금이 섭취를 줄이는 노력을 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 당류도 나트륨처럼 확 줄까
식약처는 나트륨 낮추기 정책이 성공한 데 이어 이번 설탕 줄이기도 국민 식생활을 개선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식약처가 ‘덜 짜게 먹기’ 정책을 펼쳐온 결과 2005년 5천257㎎이던 하루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2014년 3천890㎎으로 9년 새 26.0%나 줄었다.
식약처는 “나트륨 저감화 성공사례에 이은 이번 설탕 줄이기 종합계획이 국민 스스로 당류에 대한 인식과 입맛을 개선하고 당류 저감 식품들의 생산·유통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국민의 당류 섭취실태를 계속 지켜보며 정책의 효과를 높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신현영 명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한국인은 아주 오래전부터 짠맛 국이나 찌개에 적응돼 있었는데도 당국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이제 대부분 ‘짠 음식은 몸에 좋지 않다’는 인식을 하게 됐다”며 당국의 캠페인이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신현영 교수는 “최근 식생활이 서구화하면서 당류의 섭취량이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인 만큼 더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비만이나 대사증후군 등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더 전문적인 상담·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추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