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비상①] 뎅기열이 지카바이러스보다 더 치명적

뎅기열을 옮기는 모기(John Tann 제공) 뉴스1 트래블./ⓒ News1 travel
뎅기열 감염되면 사망할 수도…감염자 유입 최근 급증

(서울=뉴스1) 음상준 기자,이영성 기자 = 신종 감염병인 지카바이러스 감염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지만, 정작 보건당국과 전문가들은 뎅기열 유입을 더 걱정하고 있다.

신생아의 소두증 유발 외에는 큰 위험요소가 없는 지카바이러스와 달리 뎅기열은 국내 유입이 증가 추세고 증상에 따라 사망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7일에는 뎅기열이 집단으로 유입된 최초 사례가 확인됐다. 지난해 12월 동남아 국가인 스리랑카로 봉사활동을 다녀온 대구 한 대학교 소속 자원봉사단원 8명이 뎅기열에 무더기로 감염됐다.

10명 가까운 사람이 뎅기열에 동시에 감염된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지카바이러스 감염이 전 세계로 확산되고 국내 유입이 우려되면서 정작 사람들 기억에서 잊혀졌다.

◇질본 “지카바이러스 보다 뎅기열 더 위험”

지난 3일 정기석 신임 질병관리본부장의 취임 일성은 지카바이러스와 함께 뎅기열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내용이었다.

이날 취임식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 본부장은 뎅기열의 위험성을 거듭 강조했다.

정 본부장은 “모기는 지카바이러스뿐 아니라 뎅기열 감염을 일으킨다”며 “뎅기열에 감염되면 숨질 수도 있기 때문에 지카바이러스보다 더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지카바이러스 확산이 국내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전인 지난달 6일에도 보건당국은 뎅기열 유입이 우려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은경 질본 긴급상황센터장은 이날 오송 본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뎅기열이 기후 온난화로 인해 동남아 지역에서 증가 추세”라 며 “국내로 유입되는 환자가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건당국은 뎅기열의 토착화가 우려됨에 따라 유입을 차단할 수 있는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2017년으로 예정됐던 모기 분포도 조사도 올해로 앞당겨 시행할 계획이다.

◇뎅기열 5년간 895건 유입…7~11월에 유입 급증

보건당국이 뎅기열을 우려하는 배경에는 국내 유입이 빠르게 증가하는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이 질본으로부터 제출받은 ‘2011~2015년 해외유입 감염병 연도별 신고 현황’을 보면 뎅기열은 5년간 총 895건이 국내로 유입됐다.

2011년 72건에서 2012년 149건으로 2배로 증가했다가 2013년 251건, 2014년 164건, 2015년에는 259건으로 집계됐다. 4년 사이에 3.6배로 증가한 셈이다.

지난해 뎅기열의 월별 유입 현황을 보면 1월과 2월은 각각 11건, 12건으로 평균에 못 미쳤지만, 날씨가 더워지는 7월부터 11월에는 유입 건수가 크게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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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10월과 11월에는 각각 41건, 40건으로 두 달에만 30% 넘게 유입 건수가 몰렸다. 8월에도 36건으로 세 번째로 많았다.

최근 5년간 뎅기열 유입으로 국내에서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카바이러스와 함께 뎅기열을 옮기는 흰줄숲모기는 나무가 울창한 숲 등에 서식하며 전체 모기의 2~3%가량을 차지한다.

이 모기는 5월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 전국의 산이나 숲에서 낮 시간에 주로 활동하며 두꺼운 청바지를 뚫고 피를 빠는 능력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뚜렷한 치료법 없고 증상 심하면 쇼크로 사망

뎅기열은 기후 온난화로 인해 동남아 지역에서 크게 유행하고 있다. 한국인 환자 대부분이 현지에서 감염된 채 국내로 입국하며 고열과 두통, 근육통, 피부발진 같은 증상을 겪는다.

사망 사례는 드물지만 혈소판이 감소해 출혈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뎅기출혈열이 계속되면 몸의 힘이 쭉 빠지고 식은땀이 난다.

늑막이나 복강에 물이 차고 출혈이 계속되면 혈압이 떨어져 뎅기쇼크 증후군이 발생하고 사망에 이를 수 있다. 현재까지 뎅기열 바이러스만 억제하는 치료제는 개발되지 않았다. 예방이 유일한 치료법인 셈이다.

사람 간 감염은 없어 대유행은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최근 국내 유입 추세를 고려하면 토착화 가능성이 우려된다.

이 질환은 진단 후 특별한 치료를 받을 필요가 없으며 1주일 정도 지나면 저절로 몸 상태가 나아진다. 뎅기출혈열이나 뎅기쇼크 증후군이 생겼다면 다른 몸속 장기들에 이상이 생길 수 있어 의사 상담을 통해 적극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

보통 수액을 보충하고 산소요법, 증상이 심한 경우 혈장(혈액 속 투명한 액체) 수혈 치료가 이어진다.

정은경 센터장은 “해외로 나가는 여행객이 많아져 예방과 홍보 활동에 집중하고 있지만 안심하기 어렵다”며 “정부 차원의 진단체계를 정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