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비상③] 동물의 역습..위협적인 바이러스 확산 주범

(서울=뉴스1) 이영성 기자, 음상준 기자

인천공항 출국장 탑승수속 카운터에 중남미 지역 지카바이러스 주의 안내문이 보이고 있다. /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최근 2~3년간 치명적인 바이러스들이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모두 인수 공통감염 바이러스들로, 동굴이나 정글 등에 사는 동물들이 인류의 주거환경에 근접하면서 퍼뜨린 바이러스들이다.

원인으로 환경파괴와 이에 따른 기후온난화 등이 우선 꼽히는 데 결국 인재(人災)라는 지적이다. 과거에는 드문드문 발생했던 바이러스 확산 우려가 최근 숨 돌릴 틈 없이 잇달아 나타나면서 바이러스 경보가 점점 거세지고 있다.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유행한 에볼라바이러스, 중동지역 풍토병이 되고 있는 메르스 바이러스 감염 질환과 신생아의 소두증(小頭症)을 발생시키는 지카바이러스 그리고 나이지리아에서 많은 사망자들을 내고 있는 라싸바이러스까지 전파원은 박쥐, 원숭이, 들쥐 등 다양하다.

◇치명률 높은 에볼라·메르스 바이러스 근원은 ‘박쥐’

7일 학계에 따르면, 에볼라 바이러스와 메르스 바이러스의 근원은 각각 과일박쥐, 이집트무덤박쥐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감염 시 두통과 근육통, 발열을 일으킨 뒤 피부 발진, 저혈압, 출혈로 진행돼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는 중증 전염병이다. 메르스 바이러스는 호흡기감염증으로 발열이나 기침, 호흡곤란, 폐렴을 일으킨다. 치명률도 30~40% 정도로 높고 우리나라는 지난해 메르스 확산으로 치명률 20%를 기록했다. 두 바이러스 모두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지만 최근 세계 각지에서 개발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과일박쥐. ⓒ AFP=News1

박쥐가 바이러스의 숙주가 될 수 있는 이유는 쉽게 말해 해당 바이러스에 감염돼도 아무렇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박쥐가 약 5천만년전부터 존재해 바이러스 면역력을 키워온 진화론으로 풀이된다. 그 종도 무려 1000개가 넘었다. 따라서 다른 동물들에 비해 높은 체온을 유지하면서 면역 활동력을 높여 바이러스로선 박쥐가 숙주로 활용해 공생하기 안성맞춤인 동물이 된다는 설명이다.

사람이 동굴에 사는 박쥐로부터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이유는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박쥐가 음식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쥐가 숨어있는 동굴은 인류의 발길이 닿을 수 밖에 없고 시대가 흘러 점차 숲이 사라지면서 박쥐는 더욱 노출되기 쉬워졌다. 물론 박쥐를 먹지 않더라도, 소변과 침 등으로도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어 감염경로는 더욱 다양해진다.

메르스 바이러스처럼 박쥐에서 낙타로, 다시 사람으로 감염전파가 이뤄질 수 있다. 사람 대 사람 간 감염이 된다는 점은 지난해 우리나라는 물론 전세계를 공포에 떨게 만들었던 요소다. 교통발달도 한 몫 했다. 작년 5월 20일 첫 확진을 받았던 메르스 감염자는 중동지역에서 입국해 국내 전파했다.

◇황열병 앓는 ‘원숭이’에서 지카바이러스 첫 발견

최근 세계에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는 지카바이러스는 1947년 아프리카 우간다의 황열을 앓고 있던 원숭이 혈액에서 처음 검출됐다. ‘지카숲’에서 발견됐기 때문에 바이러스 이름도 지카바이러스다. 이 경우 바이러스 숙주가 원숭이인지 다른 동물인지 명확하지 않다. 원숭이가 다른 동물로부터 감염된 것일 수 있지만 인류가 첫 감염 사례를 확인한 원숭이가 바이러스 숙주로 추정하고 있다.

1952년 나이지리아에서 지카바이러스가 인간에게 감염된 첫 사례가 나왔다. 전염은 열대지역에 사는 이집트숲모기에 의해 이뤄지는데, 결국 사람과 원숭이, 모기가 공존한 환경 속에서 감염이 이뤄진 것이다.

원숭이. /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최근 호주의 20대 남성이 인도네시아 발리의 우붓원숭이숲에서 원숭이에게 물린 뒤 지카바이러스에 감염된 사실이 뒤늦게 나타나기도 했다. 원숭이가 감염원이란 점을 다시 한 번 보여주는 사례다. 특히 성관계로 인한 감염도 확인되면서 사람 대 사람 간 바이러스 전파가 가능하다는 점도 명백해져 현재 세계를 공포에 떨게 만들고 있다.

신생아의 소두증(小頭症)을 발생시키는 지카바이러스도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다. 임신부의 경우 일반적인 감염 매개체인 모기를 피하는 게 최선의 대처법이 된다.

◇나이지리아 강타하고 있는 라싸열…바이러스 숙주는 ‘야생쥐’

지난 5일 보건당국은 아프리카 나이지리아에서 유행 중인 급성호흡기 질환 라싸열에 대해 주의를 당부했다.

나이지리아 ‘라싸열’ 발생지역.(자료 : 질병관리본부) /뉴스1 ⓒ News1

라싸열은 라싸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급성호흡기 질환으로 환자의 80%는 증상이 없다. 가벼운 발열과 전신무력감, 두통 등이 발생하지만 발병 자체를 모르고 완치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발병 환자의 20%는 출혈과 쇼크 같은 중증 증상이 나타나 숨질 수 있어 위협적이다.

이 경우 야생쥐가 바이러스 숙주다. 야생쥐 분비물과 접촉했을 경우 사람이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다. 예방 백신은 없고, 치료제로는 ‘리바비린’이 있다. 치료효과는 좋지만 나이지리아의 경우 여러 개의 감염병이 존재하다보니 라싸열인 줄 모르고 있다가 사망하는 사례가 발생한다.

나이지리아는 지난해 8월부터 올 1월 24일까지 57명이 라싸열 확진판정을 받았고, 이 중 34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12월에서 다음해 2월까지 라싸열이 유행하는 기간이다. 국내에는 아직 라싸열 환자가 발생한 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