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산후우울증을 앓던 젊은 엄마 A 씨(21)가 태어난 지 7개월 된 자식을 폭행해 두개골 골절과 뇌출혈 등 중상을 입힌 사건이 발생했다. 22일에도 생후 10개월 된 딸이 울며 보챈다는 이유로 플라스틱 공을 던져 숨지게 한 엄마 B 씨(29)가 경찰에 붙잡혔다. 두 사람 모두 산후우울증과 극심한 육아 스트레스로 이 같은 일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출산 후 우울함을 느끼는 것은 전체 산모의 85%가 경험할 정도로 일반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산후우울증은 극심한 불안과 우울증이 오랫동안 지속되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 산모의 10∼15%가 산후우울증에 시달리고, 이 중 5%는 꼭 치료가 필요한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국내에서 산후우울증으로 진료를 받은 산모는 전체의 1%가 되지 않는다. 반면 미국은 전체 산모 중 12.5%가 산후우울증으로 병원을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후우울증이 A 씨처럼 아주 젊거나 아니면 아주 나이가 많은 산모에게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는 점도 흥미롭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산후우울증으로 진료받은 산모 중 18∼24세와 40∼45세의 비율이 특히 높게 나타났다.
이소희 국립중앙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젊은 초산모의 경우 준비 없이 아이를 낳았을 가능성이 높고 또래와 다른 삶으로 인한 박탈감 때문에 우울증이 더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서적으로 도움이 돼야 할 남편 역시 상대적으로 젊어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지 못한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전문가들은 “보건소와 의료기관, 산후조리원 등에서 고위험군 산모를 대상으로 산후우울증에 대한 조기 검진 프로그램을 실시해 선제적으로 방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임신과 출산 비용을 지원해 주는 국민행복카드로 산후우울증 치료를 할 수 있게 해 진료율을 높이고, 대규모 역학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병수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산모가 가족에게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하고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게 하는 게 중요하다”며 “특히 남편이 육아휴직 등을 통해 육아에 동참한다면 산후우울증의 상당 부분은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