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세먼지와 건조한 겨울철 날씨로 인해 ‘눈이 뻑뻑하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여성의 생리주기가 일정하지 않으면 안구건조증 발생 가능성이 50% 가까이 높아진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 안구건조증은 전 세계 인구의 7∼34%가 겪고 있는 흔한 질환이지만 그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4일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KOFRUM)에 따르면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안과 나경선 교수ㆍ의정부성모병원 산부인과 송재연 교수팀이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국민건강영양조사의 원자료(2010∼2012년)를 토대로 19∼50세 여성 4319명을 조사한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 이 연구결과(생리주기의 불규칙성과 안구건조증의 상관관계: 인구-베이스 연구)는 국제 학술지인 ‘각막과 외안부 질병 저널'(The Journal of Cornea and External Disease) 최근호에 소개됐다.
나 교수는 “생리불순 여성의 안구건조증 발생 위험은 매달 생리를 규칙적으로 하는 여성보다 1.5배 높았다”며 “이는 조사 대상 여성의 연령, 체질량지수(BMI, 비만의 척도), 출산 경력과 흡연ㆍ음주ㆍ운동량ㆍ지역 등 라이프스타일 요인들로 인한 오차를 모두 보정(補正)한 뒤 나온 결과”라고 밝혔다.
생리불순 여성이 안구건조증을 가질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이 이번 연구의 결론이다.
나 교수는 “아직 의료계 내에서도 찬반양론이 있지만 호르몬의 변화와 안구건조증이 서로 관련성이 있다는 것은 1930대부터 제기돼 왔다”며 “성(性) 호르몬이 안구 표면의 항상성(恒常性)과 눈물샘ㆍ마이볼선(눈꺼풀에 있는 작은 지방선)에 영향을 미친 결과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폐경을 맞았거나 임신 중인 여성이 안구건조증으로 고통 받는 경우가 많은 것도 안구건조증 발병에 성(性)호르몬이 관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생리불순 여성의 경우 성호르몬의 분비에 이상이 있을 수 있으며 이 때문에 안구건조증이 촉발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대상 여성(4319명) 가운데 ‘생리불순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14%(607명)였다. 안구건조증은 눈물 부족이나 과도한 증발로 인해 안구 표면이 손상된 병이다. 안구건조증이 있으면 눈이 충혈 되고, 눈에 모래가 들어간 것 같기도 하며, 심하면 뭔가에 할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책ㆍTV를 볼 때도 눈이 뻑뻑해져 자극감이 심해지고 뿌옇게 보이기도 한다.
요즘처럼 날씨가 건조하거나, 미세먼지ㆍ황사ㆍ매연 등 대기오염이 심할 때 안구건조증은 더 심해진다. 미세먼지가 많고 찬바람까지 불어 대기가 마르고 혼탁한 날에 안구건조증 환자가 급증하는 것은 그래서다.
스마트폰의 과다 사용도 안구건조증을 부른다. 일반적으로 성인 남성은 분당(分當) 20회, 여성은 15회 정도 눈을 깜박인다. 하지만 스마트폰에 집중하면 눈 깜박이는 횟수가 평소의 절반 이하로 떨어지며, 이는 눈의 피로ㆍ안구건조증의 유발 요인이 된다.
나 교수는 “안구건조증을 예방하려면 겨울철 난방 시 충분한 습도를 유지하고, PCㆍ스마트폰 사용 도중 휴식을 취하고 의식적으로 눈을 자주 깜박거리거나 잠깐이라도 눈을 지그시 감아 눈물을 적셔주는 습관을 갖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안구건조증도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 눈에 만성 염증이 있는 상태에서 눈이 자주 뻑뻑해진다는 이유로 인공눈물만 보충하면 오히려 증상이 악화돼 각막염ㆍ시력 저하를 부를 수 있다. 한편, 나 교수팀은 이번 연구에 앞서 여성이 남성보다 안구건조증에 3배 정도 잘 걸리고, 특히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여성(총 콜레스테롤 200㎎/㎗ 이상)은 정상 수치를 가진(200㎎/㎗ 미만)에 비해 안구건조증 발생 위험이 1.8배 높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
헬스팀 이경호 기자 kjeans2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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