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임 여성 수가 더 큰폭으로 줄어 ‘기현상’ 초래]
신생아 숫자, 3년 뒤부터 30만명대로 떨어질 우려 “출산정책 전면 재검토해야”
2년 연속 신생아 수가 감소했다.
통계청은 26일 발표한 ‘2014년 출생·사망 통계’에서 신생아 수가 2013년보다 1200명 줄어든 43만5300명으로 잠정 추계했다고 밝혔다. 이는 2005년 43만5031명에 이어 역대 둘째로 낮은 숫자다.
윤연옥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젊은이들이 아예 결혼하지 않거나 결혼을 늦게 하는 데다 결혼한 부부들도 둘째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현상이 강해지면서 신생아 수가 감소한 것”이라고 말했다. 3년째 혼인 건수가 줄어든 게 신생아 감소에 큰 영향을 미쳤으나 35세 이상에서 출산이 늘어난 덕분에 그나마 소폭 감소에 그친 것으로 분석된다
작년 합계출산율은 1.21명으로 2013년(1.19명)보다 오히려 높아졌다. 합계출산율은 여성이 평생 낳는 아기 수를 나타낸다. 그런데 아기를 낳는 가임 여성(15~49세) 숫자가 신생아 숫자보다 더 큰 폭으로 줄면서 수치상 출산율은 높아지는 착시 현상이 빚어진 것이다.
◇2018년부터 신생아 30만명 시대 될 듯
전문가들은 작년에 35세 이상 고령자의 출산이 늘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다른 연령층에 비해 많이 태어난 베이비붐 2세대(1979~1982년생)들이 늦게 결혼해 여전히 출산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출산이 거의 끝날 2018년부터는 가임 여성이 크게 줄어들면서 신생아 수가 현재 43만명대에서 30만명대로 뚝 떨어질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나온다.
서울대 조영태 교수는 “현재는 매년 9만여명씩 가임 여성 수가 줄어드는데 2018년이면 한 해 19만명, 2019년에는 22만명이나 줄어들게 된다”고 말했다. 출산율을 2.1로 유지한다고 해도 앞으로 10년 뒤면 이미 시작된 아동 감소로 전국 4년제 대학 188곳 중 70곳이 문 닫고, 군대 징집자도 지금의 절반가량으로 줄어 안보에도 큰 위협이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전망이다.
◇결혼 연령 낮추는 데 초점 맞춰야
저출산을 가속화시키는 주요 변수는 결혼과 출산에 대한 가치관 변화다. 통계청에서 2년마다 실시하는 사회 조사를 보면 ‘결혼은 꼭 해야 한다’는 답변이 1998년 33.6%에서 작년에 14.9%로 크게 떨어졌다. 반면 ‘결혼을 해도 좋고 안 해도 좋다’는 답변은 1998년 23.8%에서 30.7%(2010년)→38.9%(2014년)로 높아졌다. 이 때문에 저출산 정책은 젊은이들의 결혼에 초점을 맞추고, 초혼 연령(여성 29.6세)을 낮추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해 ‘청마’띠 영향도
보건복지부는 작년 10월까지 신생아 수가 전년보다 늘어나 희색을 보였다. 그러나 11월 한 달간 갑자기 신생아 수가 전년 같은 달보다 1527명이나 줄었다. 특정한 달만 출산이 맨홀에 빠지듯 줄어든 것은 드문 경우다. 12월은 전년보다 728명 늘어났지만, 결국 11월 감소분을 줄이지 못해 지난해 태어난 신생아는 전년인 2013년보다 1200명 적었다.
왜 지난해 11월에 신생아가 적게 태어났을까. 사회학자들은 말띠해 영향이라고 지적한다. 11월에 태어난 신생아는 1월에 임신한 경우다. 작년 1월에 ‘여자들의 기가 세진다’는 말(청마)띠해를 맞아 말띠 아기 낳기를 꺼려 임신을 피한 게 아니냐는 가설도 있다. 말띠해인 2002년에도 전해보다 신생아 수가 6만2000여명이나 줄었다.
[김동섭 보건복지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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