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해서 맞는 수액주사 “감기약처럼 생각해선 안 돼”

최근 서울 양천구 다나의원에서 발생한 C형간염 집단 감염 사태는 우리 사회 일각에서 벌어지고 있는 과도한 수액치료의 문제를 보여준다. 피곤하거나 힘들 때 습관적으로 수액을 찾는 환자들과 이들을 모으려는 ‘수액클리닉’이 있다. 다나의원은 수액주사를 맞으러 오는 환자들을 하루 20명꼴로 받았다.

보건당국이 2008년 이후 이곳을 방문한 환자 2268명 중 662명의 C형간염 검사를 실시했더니 71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들은 모두 수액치료를 받았다. 71명이 이 의원에서 진료받은 횟수의 평균은 240회로 조사됐다. 662명 중 비감염자들의 진료 횟수는 평균 15회였다. 보건당국은 C형간염 집단 감염이 수액 주사기의 재사용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일반 진료로 수익을 내기 어려워진 일부 의원은 수액을 경쟁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마늘주사 3만원, 멀티비타민 주사 3만·6만·10만원, 백옥주사 3만원’. 인터넷 포털에는 이렇게 가격표까지 올리면서 광고하는 곳도 있다.

 수액은 종류가 수백 개에 달해 적정 투여량과 속도에 대한 ‘공식 가이드라인’이 없다.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을 위험성이 항상 존재한다. 2012년에는 프로포폴과 수액을 섞어 투여(일명 ‘우유주사’)한 피부성형외과 부원장과 간호조무사가 구속되기도 했다. 대부분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들의 부담도 크다.

 전문가들은 건강한 사람들은 수액을 맞을 필요가 없고, 심장·신장이 안 좋거나 나이가 많은 사람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고 말한다. 장기와 혈관에 부담을 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고, 너무 자주 맞으면 몸에 무리가 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박경희 한림대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수액 맞는 걸 감기약 처방받는 것처럼 간단하게 생각해선 안 된다. 탈수나 출혈이 심하지 않다면 일반인에게 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나의원 사건은 의사 면허 관리체계의 허술함도 드러냈다. 2012년 시작된 ‘면허신고제’에 따르면 3년마다 신고하고 24시간 보수교육만 받으면 의사 면허가 갱신된다. 하지만 2012년 교통사고를 당해 뇌병변장애 3급, 언어장애 4급을 받은 다나의원 원장은 면허를 유지하며 진료를 이어갔다. 그 사이 무면허인 부인의 의료행위나 주사기 재사용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대한의사협회는 27일 보수교육 강화안을 내놓았다. 대리출석이나 허위기재 등의 내용이 적발되면 면허신고를 아예 못하도록 하겠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면허 관리의 해외 사례를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다만 의협은 의사의 장애 여부가 진료행위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다는 일부 지적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의협 관계자는 “다나의원 원장의 뇌병변·언어장애와 주사기 재사용의 인과관계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고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 인권 침해 소지가 있기 때문에 장애가 있는 의사의 진료권을 완전히 제한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수연·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