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아오~ 당 땡겨” 나도 혹시 설탕 중독?

설탕·사카린·MSG, 그 진실은
설탕자체가 해로운 것이 아니라, 많이 먹으면 중독… 당뇨병 등 유발
발암물질이라던 사카린, 되레 항암효과… MSG 조미료, 대부분 안전한 첨가물
설탕. “이 정도는 넣어도 괜찮아유. 거봐유. 넣으니까 훨씬 맛있쥬?” 인기 요리사이자 요식업 사업가인 백종원씨의 별명은 ‘슈거보이’이다. 백씨는 설탕을 아낌없이 넣는다. ‘음식은 맛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백씨의 요리를 따라 하는 사람들은 설탕통 앞에서 망설인다. 설탕은 몸에 좋지 않다는 인식 때문이다. 설탕은 정말 해로울까.

◇설탕은 무죄, 많으면 유죄

설탕 제조사들은 설탕을 ‘순수한 자연식품’, ‘필수적인 에너지원’이라고 한다. 설탕의 원료는 사탕수수와 사탕무다. 자연의 식물이다. 설탕을 자연식품이라고 홍보하는 것은 ‘자연산이 몸에 좋다’는 사람들의 인식 때문이다. 하지만 자연산이라고 꼭 몸에 좋은 것은 아니다. 바닷물로 만드는 소금도 많이 먹으면 죽는다.

‘순수’라는 말도 함정이다. 사탕수수에서 얻어지는 원당에는 칼슘, 마그네슘, 비타민 등 미네랄이 풍부하지만 정제 과정에서 모두 버려진다. 순도가 높아지면 물질의 특성이 극대화된다. 양귀비의 유액을 말리면 마약인 아편이 된다. 이를 정제하면 ‘다이아세틸모르핀(diacetylmorphine)’, 즉 헤로인이 된다. 조금만 먹어도 환각효과를 일으키고 중독된다. 설탕도 마찬가지다. 순수하면 혈당을 더 많이 높인다.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도 더 많이 필요해진다. 결국 순수한 설탕을 많이 섭취하면 몸의 이런 작동원리가 망가지면서 마약처럼 설탕에 중독된다.

설탕은 인체의 주요 에너지원인 탄수화물의 일종이다. 설탕은 포도당과 과당이 섞인 가장 짧은 구조의 탄수화물이다. 쌀밥과 빵 등에 들어 있는 녹말과 셀룰로오스는 분자 구조가 길게 이어진 탄수화물이다. 소화 과정을 거치면서 분자 구조가 짧아져 포도당이나 과당 형태로 천천히 인체에 흡수된다. 설탕은 처음부터 소화의 최종 결과물인 포도당과 과당 형태로 먹는 즉시 흡수돼 피를 타고 온 몸으로 퍼져나간다. 하지만 에너지 공급원으로 설탕만 먹는다면 허기도 해결되지 않고, 당뇨병만 얻게 된다.

미국의 탐사전문기자인 윌리엄 더프티는 1970년대 ‘슈거블루스’라는 책에서 “정제설탕은 독이자 중독성 약물”이라고 주장했다. 슈거블루스라는 제목은 설탕 섭취를 줄이면 손발이 떨리고 우울해지는 금단증상을 묘사했다. 그 후로 수십 년간 진행된 수많은 연구도 설탕의 유해성을 입증했다. 하지만 설탕 자체가 유해한 것이 아니라 섭취량이 문제다. 적게 먹으면 설탕은 먹는 즐거움을 키워주는 조미료다. 영국왕립학회는 지난해 설탕 섭취량을 줄이는 것만으로 대사증후군 위험을 30% 이상 줄일 수 있다고 발표했다.

◇사카린과 MSG의 오해

설탕보다 더 많은 미움을 받는 조미료도 있다. ‘사카린(saccharin)’과 ‘MSG(글루탐산나트륨)’이다. 1879년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사카린은 설탕보다 300배 달지만, 인체에 거의 흡수되지 않고 대부분 배설된다. 한국에서도 1970년대까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사카린을 먹인 일부 쥐의 방광에서 악성 종양이 발생했다는 논문이 발표되면서 추락이 시작됐다. 1980년대 세계보건기구는 사카린을 발암물질로 분류했고, 사카린은 불량식품의 대명사가 됐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과거의 실험이 잘못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암이 생기는 쥐는 특정한 종류였다. 국제암연구소는 사카린을 ‘인체 발암성이 없는 물질’로 다시 분류했다. 사카린의 명예회복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미국 플로리다 의대 연구팀은 올해 “사카린이 항암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사카린이 암의 증식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백질과 결합, 단백질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발암 물질이 암 치료물질로 뒤바뀐 것이다.

MSG는 흔히 ‘화학 합성조미료’여서 많이 먹으면 메스꺼움, 복통, 더부룩함, 근육 경직 등 다양한 질병의 원인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MSG를 ‘만병의 근원’이라고 부르는 의사들도 있다. 하지만 시중에서 판매되는 MSG는 천연 발효 조미료다. 사탕수수를 미생물로 발효시켜 분리한다. 토마토나 다시마 등에도 MSG가 들어 있다. MSG의 생리효과에 대한 학술논문은 2000편이 넘는데, 대부분 안전한 식품첨가물로 인정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1987년 MSG의 일일 섭취 허용량을 철폐했다. 먹어도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최광민 미국 인디애나대 병원 연구원] [박건형 기자 defyin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