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임약 오래 먹어도 괜찮을까

“피임약 먹다 끊어도 임신에는 문제 없어”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산부인과 의사를 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가 피임약을 먹다 끊으면 임신이 잘 안 되냐는 것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전성욱 인제대 해운대백병원 교수는 31일 “생각보다 많은 분께서 실제로 이렇게 믿고 계신다”면서 “우리나라에서는 먹는 피임제에 대한 잘못된 편견이 생각보다 매우 넓고 또 깊은 듯하다”고 말했다.

전 교수의 지적처럼 실제 진행된 연구결과를 보면 피임약 복용자가 약을 끊고 난 이후 1년간 가임률은 79.4%, 2년 후 가임률은 88.3%로 집계됐다. 이는 피임약 비복용자의 일반적인 가임률과 비교할 때 차이가 없는 수치다. 즉 피임약을 먹었다고 해서 안 먹은 사람보다 가임률이 떨어진다는 것은 전혀 근거가 없는 말이라고 할 수 있는 셈이다.

이 밖에도 먹는 피임약과 관련해 잘못 알려진 상식으로는 암 발생과의 연관성이다.

하지만, 되레 피임약을 복용하면 난소암, 자궁내막암, 대장암을 예방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전 교수는 “피임약을 복용하고 초기에 일시적으로 경험하는 메스꺼운 증상을 마치 피임제 복용 기간 내내 지속한다거나 일부 피임약에서 관찰되는 부작용인 체중 증가가 마치 전체 피임약 모두에 해당하는 것처럼 알려진 것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라며 “이런 잘못된 편견들이 쌓여 결과적으로 값싸고 효과적인 경구피임제를 복용하지 않게 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2006년을 기준으로 한 각 나라의 먹는 피임약 사용률을 보면 벨기에 42%, 뉴질랜드 40%, 프랑스 36%, 독일 29%, 영국 26% 등으로 높은 데 비해 한국은 2%에 그쳤다. 이는 일반인들이 피임약에 대한 잘못된 상식으로 피임약을 꺼리기 때문이다.

전 교수는 “경구 피임제는 안전하고 효과적인 피임법일 뿐 아니라 월경통 감소, 월경량 감소, 월경 전 증후군 치료 및 예방에도 효과적”이라며 “장기적으로는 골다공증 예방, 자궁내막증 치료, 갱년기 여성의 증상 개선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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