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당뇨병 발병 억제 유전자 기능도 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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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밀라아제 유전자 많으면 당뇨 억제
흡연으로 아밀라아제 유전자 비활성화당뇨병 발병 위험을 낮추는 유전자를 가진 사람도 담배를 피우면 이런 효과가 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연구팀은 건강검진을 받은 1257명을 대상으로 침샘 아밀라아제 유전자와 당뇨병 발병의 상관성을 조사한 결과 이같이 분석됐다고 지난달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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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샘 아밀라아제 유전자는 그 수가 많을수록 아밀라아제를 많이 분비한다. 농경사회를 기반으로 산 한국인은 곡식을 소화시키는 아밀라아제 유전자가 많은 편이다. 이에 비해 동양인과 모습이 유사하지만 농경에 부적합한 추운 지역에 살고 있는 에스키모인은 아밀라아제 유전자가 상대적으로 적다. 이 때문에 에스키모인은 곡식을 많이 먹으면 탈이 난다. 몸속 유전자가 환경에 맞춰 진화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데 이번 연구결과를 보면 이런 아밀라아제 유전자의 개수는 단지 소화기능뿐만 아니라 당뇨병 발병 위험에도 영향을 미쳤다.

조사 결과 연구 대상자들은 아밀라아제 유전자를 적게는 2개에서 많게는 19개까지 가지고 있었는데, 아밀라아제 유전자가 1개 많으면 인슐린 저항성이 높을 확률이 8% 감소했다. 인슐린 저항성이 높으면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 기능이 정상 작동하지 않아 당뇨병 등 대사 질환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 아밀라아제 유전자가 많으면 당뇨병에 걸릴 위험이 적어지는 셈이다.

그런데 아밀라아제 유전자 개수와 인슐린 저항성의 상관관계는 비흡연자에게서만 관찰됐다. 흡연이 아밀라아제 유전자 활성화를 억제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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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아밀라아제 유전자 개수가 많아도 비흡연자만큼 당뇨병 발병 위험이 줄지 않았다”며 “이는 흡연 자체가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는 데다, 흡연이 아밀라아제를 비활성화시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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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평소 생활습관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구팀은 “타고난 유전자 영향도 크지만, 금연과 같은 생활습관 개선으로 질병의 발병 위험을 충분히 조절할 수 있다. 앞으로 개인 유전자와 환경적 특성을 결합해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맞춤의학에 접목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결과를 담은 논문은 국제학술지 ‘당뇨병의학’에 발표됐다.

박승헌 기자 abc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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