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윤정아 기자 = 1990년 이후 자살자 수가 크게 늘어난 시기는 1998년 IMF사태(18.4명), 2003년 카드대란(22.6명), 2009년 금융위기(31.0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yoonja@newsis.com
【서울=뉴시스】김희준 오동현 기자 = 9월 10일은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자살예방협회(IASP)가 정한 ‘자살 예방의 날’이다. 지난 2003년 첫 제정된 이래 올해로 12년째를 맞는다.
우리나라는 ‘자살 공화국’이라는 오명이 따라붙을 정도로 자살 사망률이 높다.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이 10년 연속(2003~2012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다.
자살이 비단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현상에 의해 당면한 과제들로 인한 스트레스가 원인으로, 사회구조적인 문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스스로 목숨끊는 사람 하루 40명꼴…10만명당 28.5명
2013년 자살로 사망한 사람은 모두 1만4427명으로, 2012년(1만4160명)에서 267명(1.9%) 증가했다. 하루에 39.5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통계청이 각 연도별로 발표한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2013년 10만명당 고의적 자해 사망자(자살) 비율은 20년 전인 1993년 8.3명에서 3.5배 늘어난 28.5명으로 나타났다.
2013년 자살률은 2012년(28.1명)과 비교해도 0.4명 많아졌다.
2003년 이후 한국의 10만명당 자살률은 OECD 주요 회원국 가운데 최고다. 자살은 10~30대 사망원인 1위이고, 40~50대 사망원인 2위다.
2013년 OECD 회원국의 자살로 인한 평균 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12.0명인데, 한국(2012년 기준)은 평균의 두 배가 넘는 29.1명을 기록했다.
자살 사망률 상위권에 포진해있는 헝가리(19.4명)와 일본(18.7명), 슬로베니아(18.6명), 벨기에(17.4명) 등과 비교해도 한국은 월등히 많다.
2013년 자살률을 성별로 살펴보면 남성이 39.8명으로 여성(17.3명)에 비해 2.3배 많았다.
연령별로는 연령층이 높아질수록 자살률이 높아지는데 70대는 66.9%, 80세 이상은 94.7%에 달했다.
2012년과 비교하면 30대(3.8%), 40대(6.1%), 50대(7.9%)의 자살률이 증가했고, 나머지 연령층에서는 감소했다.
◇”사회구조적 문제로 인한 스트레스가 가장 큰 자살 원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박정훈 교수는 “자살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경제적, 사회적 원인에 대한 스트레스가 가장 크다고 본다”며 “우리나라는 구조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환경인데 이런 문제를 극복하지 못해 우울증에 시달리다 치료가 잘 되지 않으면 자살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영리민간단체 자살예방행동포럼 ‘라이프’도 “자살의 원인은 개인의 문제도 있지만 사회적인 현상과 당면한 과제들로 인한 스트레스가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각 연도별 통계청이 내놓는 ‘사회조사’의 2006~2012년 결과를 토대로 국회예산정책처가 작성한 자료를 보면 자살 충동을 느끼는 이유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경제적 어려움’이다.
경제상황이 최악이었던 시기에 자살률이 급증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한국의 10만명당 자살률은 1994년까지 10명을 밑돌았으나 1997년 외환위기(18.4명), 2003년 카드대란(22.6명),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31명)를 거치면서 급격하게 증가했다.
세대별로 보면 20대, 30대, 40대, 50대, 60대 이상 모두 경제적 어려움을 가장 큰 자살 충동 이유로 꼽았다. 10대의 경우 성적 및 진학 문제에 이어 가정불화가 이유였다. 가정불화는 경제적인 측면이 원인이 됐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사회조사에서 13세 이상 인구 중 한 번이라도 자살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은 6.8%였는데 이 중 37.4%가 경제적 어려움을 이유로 택했다. 가정불화가 14%로 2위, 외로움·고독이 12.7%로 3위였다.
‘라이프’는 노령화 사회가 되면서 이른 퇴직으로 인한 경제상황에 대한 불안과 어려움, 배우자가 먼저 세상을 떠나면서 느끼는 외로움 때문에 60대 이상이 세상을 비관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최근 이혼율이 높아지고 고령화 시대가 되면서 독거노인이 늘어난 것도 자살률이 높아지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4월 발표한 ‘2013년도 자살실태조사’에 따르면 기혼자들의 10만명당 자살률이 남성 18.3명, 여성 6.9명로 가장 낮았고, 미혼자가 남성 20.8명, 여성 11.2명이었다. 이혼·사별한 사람의 자살률은 남성 38.7명, 여성 17.2명로 가장 높았다.
사회구조 탓에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도 스트레스로 작용해 자살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교육수준으로 봤을 때 중졸이하 남성의 10만명당 자살률은 49명에 달했다. 고졸 남성이 20.5명, 대졸 이상이 13.9명으로 학력이 높을수록 줄어들었다.
소득수준을 4분위로 나눴을 때 소득수준이 가장 낮은 1분위의 10만명당 자살률이 소득수준이 가장 높은 4분위와 비교해 2.3배 높았다.
이택광 대중문화평론가(경희대 교수)는 “자살은 개인의 문제만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국가가 나서서 자살률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기 위해선 복지제도를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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