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교차가 커지면서 감기의 계절이 오고 있다. 감기의 가장 고통스러운 증상은 기침. 특히 아이가 기침을 계속하며 보채면 부모의 속은 타들어 간다. 그러다 보니 너무 쉽게 기침을 멎게 한다는 시럽형 기침약을 먹인다. 이 약은 기침을 유발하는 중추신경을 마비시켜 기침이 나오는 것을 강제로 차단한다. 그런데 요즘 유·소아 기침을 억제하는 기침약을 두고 논란이 거세다. 유럽에서 기침약이 호흡을 얕게 하고, 동공축소·졸림·환각 같은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는 보고를 발표하고부터다.
기침 억제하면 이물질 몸속에 쌓아두는 셈
기침약은 크게 두 가지다. 기침을 하도록 지시하는 뇌를 마비시키는 진해제와 가래를 묽게 해 기침을 줄이는 거담제가 그것이다. 문제가 되는 약은 전자인 기침을 강제로 억제하는 시럽형 기침약이다. 이 약에는 중추신경을 마비시켜 기침을 멎게 하는 ‘디히드로코데인’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 유한양행에서 판매하는 코푸시럽, 코데원포르테시럽(대원제약), 코데날액(삼아제약) 등이 대표적이다. 기침약을 먹으면 기침하는 횟수가 줄어 낫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근본적인 치료는 아니다. 가천대 길병원 소아청소년과 선용한 교수는 “기침을 억제하면 몸 밖으로 밀어내야 할 이물질이 몸속에 쌓인다”며 “이렇게 되면 기관지·폐의 염증이 심해져 더 심한 호흡기질환으로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의해야 할 점은 또 있다. 디히드로코데인 성분을 함유한 기침약은 몸속에서 마약의 일종인 디히드로모르핀으로 바뀐다. 이런 이유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디히드로코데인 성분을 모르핀·코데인 등과 함께 마약 원료로 분류해 관리한다. 더 큰 문제는 이 약을 복용하는 환자가 주로 12세 미만 유·소아라는 점이다. 기관지를 포함해 모든 장기가 완전하게 발달하지 않아 디히드로코데인에서 디히드로모르핀으로 전환한 성분이 어떤 부작용을 일으킬지 양상을 예측하기 어렵다.
성균관대 약대 오성곤 교수는 “약과 독은 한 끗 차이”라며 “기침약을 적정량 이상 복용하면 눈동자가 풀리고 호흡이 억제돼 숨을 쉬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장기간 복용하면 호흡기관의 발달이 더디거나 장 운동이 약해져 변비가 생긴다는 보고도 있다. 의존성이 심해 중독 우려도 존재한다.
같은 약을 먹어도 사람에 따라 약효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경희대 약대 송연화 교수는 “디히드로코데인 성분의 기침약은 몸속에서 특정 효소(CYP2D6)가 얼마나 활성화됐는지에 따라 약효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몸속에서 모르핀으로 빨리 전환되는 사람은 약효·부작용이 강하게 나타난다. 송 교수는 “이 성분은 코데인·모르핀·아편 등과 똑같이 아편 수용체에 결합해 체내에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모유 수유하는 엄마는 기침약 복용 말아야
기침약은 자신에게 맞는 용량을 정확하게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많이 먹으면 좋다고 용량을 늘리거나, 증상이 같다고 첫째가 먹던 약을 체구가 작은 동생에게 그대로 주는 것은 위험하다. 선 교수는 “기침약은 나이·신체발달·체중에 따라 복용하는 양이 다르다”며 “딸기향이 나는 시럽형 기침약은 아이들이 좋아해 과량 복용하기 쉽다”고 말했다.
아이가 아직 어리다면 가능한 한 기침약은 피한다. 2세 미만 영·유아는 사용 기준량을 조금만 넘겨도 중대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가벼운 상태에서 위급한 상황으로 돌변할 수 있다. 따라서 의사의 지시를 반드시 따르고 아기의 상태를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 오 교수는 “성인은 증상을 금세 인지해 의사에게 표현하지만 아이들은 이상 반응이 나타나도 그냥 지나친다”며 “아이의 움직임이 둔하거나 평소보다 수면시간이 늘었는지 등을 세심하게 관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침으로 힘들어하면 가래를 묽게 해 기침을 줄여주는 약을 복용하는 게 낫다.
모유를 수유하거나 임신 중인 여성도 기침약을 삼간다. 디히드로코데인은 태반을 통해 배 속에 있는 태아에게 전달된다. 이렇게 되면 폐기능이 완전하지 않은 태아의 호흡 억제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수유할 때도 모유를 통해 아기가 기침약에 노출될 수 있다. 기침약을 먹는다면 수유를 중단한다.
기침이 심하다면 기관지 점막이 건조하지 않도록 평소보다 물을 자주 마시고 실내 습도를 높인다. 가글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외출 후에는 손 씻기 등 개인 위생관리에 신경쓴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