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똑똑] 미세먼지 대처법…이럴 땐 창문 여세요

푸른 하늘 아래 툭툭 터지는 꽃망울이 햇살을 튕겨내는 봄날. 봄의 정취를 한껏 느껴보고 싶지만 뿌옇게 낀 미세먼지가 기분을 가라앉힙니다. 흔히 미세먼지하면 중국 탓을 하지만 실상은 다릅니다. 우리나라 미세먼지 유발 원인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40% 정도입니다. 절반 이상이 국내에서 생성되는 미세먼지입니다. 디젤 자동차에서 나오는 배기가스와 공장의 매연, 화력발전소에서 배출되는 가스가 주요 원인입니다. 세계보건기구 WHO는 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습니다. 담배연기처럼 장기간 노출될 경우 발암 위험성이 높다는 뜻입니다.

미세먼지는 10마이크로미터 이하의 먼지를 말합니다. 머리카락 1/6 정도의 크기입니다. 초미세먼지는 2.5마이크로미터 이하로 머리카락 크기의 1/25 정돕니다. 초미세먼지는 너무 작아 기관지 섬모에서 거르지 못합니다. 폐의 가장 깊은 곳인 폐포, 즉 가스교환이 일어나는 모세혈관과 맞닿는 곳까지 도달합니다. 폐포에 도달한 초미세먼지는 이물질로 인식돼 대식세포에게 잡아먹히지만, 대식세포가 파괴되면서 염증이 생깁니다. 일부 초미세먼지는 모세혈관을 뚫고 혈액으로 들어가 온 몸에 영향을 미칩니다.

미세먼지는 호흡기를 자극해 천식이나 만성 기관지염을 악화시킵니다. 건강한 성인도 접촉성 피부염이나 알레르기성 결막염이 생길 수 있습니다. 최근 미세먼지가 우울증을 유발해 자살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결과도 나왔습니다. 머리카락 직경의 25분의 1 크기인 초미세먼지는 폐를 통해 혈액 속으로 들어와 온몸 전체를 순환합니다. 몸 곳곳에 노화와 염증을 일으키기 때문에 호흡기 계통이 아니더라도 동맥경화도 심해집니다. 심혈관질환을 악화시키고 뇌졸중의 위험성도 높입니다. 더 심각한 것은 오랜 기간 미세먼지에 노출될 경우 암 발생 위험이 커진다는 사실입니다.

미세먼지 예보는 좋음, 보통, 나쁨, 매우 나쁨으로 나뉩니다. 미세먼지가 ‘매우 나쁨’일 땐 ‘좋음’일 때에 비해 5배 이상의 미세먼지를 들이 마십니다. 1시간 동안 ‘매우 나쁨’일 때는 150마이크로그램 이상, ‘좋음’일 때는 30마이크로그램 이하를 들이 마십니다.

미세먼지가 ‘매우 나쁨’일 땐 천식이나 만성 기관지염을 갖고 계신 분들은 외출을 삼가야 합니다. 외출을 할 땐 황사마스크를 착용해야 합니다. 약국이나 편의점에서 파는 황사마스크는 정전기를 일으키는 특수 필터가 들어 있어 미세 먼지와 초미세먼지를 80% 이상 걸러냅니다. 일반 마스크는 미세먼지를 걸러낼 수가 없습니다. 황사마스크에는 KF(Korean Filter)지수가 나와 있습니다. KF 80은 미세먼지를 80% 걸러낼 수 있다는 뜻입니다. KF 지수는 높을수록 미세먼지를 많이 걸러낼 수 있지만, KF 94는 전문가용 방역 마스크입니다.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진이 세균이나 바이러스 감염을 막기 위해 착용하는 마스크인 것입니다. KF 94를 착용하면 답답해서 숨이 찰 수 있습니다. 황사마스크는 KF 80 정도가 적당합니다. 황사마스크는 기본적으로 일회용으로, 세탁하느라 물이 닿으면 특수 필터에서 정전기가 사라져 효과가 떨어집니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엔 창문을 닫아 유입을 막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집안에서 요리를 하면서 연기가 났거나 청소를 했다면 실내 미세먼지 농도가 급격히 상승하기 때문에 환기를 하는 편이 낫습니다.

삼겹살을 먹으면 먼지가 씻겨 내려간다는 등의 속설은 의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일부 음식은 몸의 기능을 높여 준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도움이 됩니다. 예컨대 도라지나 배 등을 끓여 마시는 게 좋습니다. 물을 충분히 마셔야 점막이 건조해지지 않아 필터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이충헌 기자 chleemd@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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