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방병은 에어컨 등의 냉방시설이 갖춰진 사무실이나 집에서 오랜 시간 머물 경우에 나타나는 가벼운 감기, 두통, 근육통, 권태감, 소화불량 같은 임상 증상을 지칭하는 용어로 엄밀한 의미에서 의학용어는 아니다. 냉방병은 신체기능이 여름의 온도에 적응되어 있는 상태에서 지나치게 차가운 실내 환경이 계속됐을 때 우리 몸이 기온 차이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여 발생한다. 실내외 온도차가 5~8도 이상 되는 환경에 오래 노출되면 말초혈관의 급속한 수축을 동반한 혈액순환의 이상과 자율신경계 기능의 변화 등이 나타나면서 냉방병 증상들을 동반하게 된다. 고혈압, 당뇨병, 심폐기능 이상, 관절염 등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냉방병에 취약하다. 냉방병의 주요 증상은 뇌의 혈류량이 감소되어 두통이 발생하고, 어지럽고 졸리거나, 장운동의 변화로 소화불량, 복통, 설사 등 다양한 소화기계 통증이다. 또 근육수축에 불균형이 나타나 근육통이 생기고, 여성의 경우에는 호르몬 이상 때문에 생리가 불규칙해지기도 한다. 이 밖에 혈류 변화로 인해 얼굴과 손, 발 등에 냉감을 느끼고, 얼굴이 화끈거리고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하며, 체내에서는 열을 보충하기 위해 계속 열을 생산하기 때문에 쉽게 피로를 느낀다. 일부 환자는 잘 낫지 않는 감기 증상도 호소한다. 일반적으로 병원에서는 여름철에 장기간 냉방에 노출된 후 앞에 언급한 여러 가지 증상을 보일 경우 냉방병으로 진단한다. 그러나 하지만 증상이 심하거나 오래 지속될 경우에는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레지오넬라증을 감별하기 위해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레지오넬라증은 에어컨 냉각수에서 레지오넬라균이 번식하여 에어컨 공기를 통해 퍼져 발생하며, 특히 면역기능이 약화된 사람에게 잘 나타난다. 레지오넬라균에 감염되면 초기 증상은 감기와 유사하지만, 발병 2, 3일째부터 가슴 엑스레이 검사에서 이상 증상이 나타난다. 폐에 발생한 증상을 제때 발견하지 못하면 폐렴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폐렴에 걸려서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레지오넬라증은 폐렴 이외에도 심근염, 부비동염, 봉소염, 복막염, 신우신염 등도 유발한다. 냉방병은 환경을 개선하면, 대부분 증상이 호전된다.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거나 휴식을 취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러나 증상으로 인해 일상생활이 불편하다면 각각의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는 약물치료를 하는 것이 좋다. 고열, 기침, 근육통 등의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다른 질환의 감별을 위해 반드시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아야 한다. 증상이 경미한 경우에는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아도 회복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도움말=선우성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