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임약 오래 복용하면 임신에 지장·살 찐다’ 근거 없는 오해 질외사정 피임 실패율 27%…생리주기 계산법도 안전하지 않아 (서울=뉴스1) 음상준 기자
불법 낙태약을 복용 중인 여성 이미지./ⓒ News1
저출산 시대에 진입하면서 피임을 거론하는 것에는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다. 하지만 원치 않는 임신은 여성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고민을 준다. 자칫 낙태로 이어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대한의사협회 도움말을 통해 피임에 대한 잘못된 10가지 오해를 알아본다.
첫 번째 오해는 피임약을 오래 먹으면 나중에 임신하는데 지장이 생긴다는 걱정이다. 피임약은 배란을 억제해 임신 가능성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이런 효과는 약을 복용하는 시기에 국한될 뿐 복용을 중단하면 그 영향이 지속되는 것은 아니다. 피임약을 장기 복용하던 여성이 약 복용을 중단한 후에도 임신이 어렵다면 나이가 문제인 경우가 많다. 나이가 들면 자연적으로 임신 능력이 감소한다.
두 번째 피임약이 유방암 위험을 높인다는 속설도 믿을 것이 못 된다. 15년간 피임약을 복용했더라도 유방암 발병은 증가하지 않는다. 35~64세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에서도 피임약 복용이 유방암 발생과 무관한 것으로 보고된다. 35세 미만이면서 피임약을 복용 중인 경우 일부 위험이 증가된다고 보고되고 있으나 이 연령에는 유방암 발생이 매우 드물다. 유방암 가족력이 있는 경우, 양성 유방 질환이 있어도 피임약 복용이 유방암 발생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세 번째 피임약을 복용하면 살이 찔 것으로 걱정하는 여성들이 있다. 피임약은 체내 수분을 축적시켜 체중이 약간 증가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개발된 저용량 경구(먹는) 피임약은 약간의 이뇨 효과로 수분 축적을 막아 체중 증가와 관련이 없다. 약을 복용하면서 식이조절과 운동을 하면 체중 조절이 가능하다.
네 번째 질외사정으로 피임이 가능하다는 맹신이다. 질외사정은 역사에 기록된 가장 오래된 피임법이지만 100% 장담하기 어려운 방법이다. 질 안에 사정하지 않으면 임신이 어렵지만 성적 흥분이 최고조에 달한 순간 오로지 남성의 느낌에만 의존하는 것에는 위험이 따른다. 성교를 중단하고 질 밖에 사정을 하는 방법으로는 27% 정도 피임에 실패한다.
다섯 번째 성관계 후 피임약 3~4알을 먹으면 미리 피임하지 않아도 임신을 막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과거 응급 피임약이 따로 존재하지 않던 시절에 사용하던 방법으로 구토, 메스꺼움 등 부작용이 있어 현재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임신을 막으려면 성교 후 72시간 이내에 전문의 상담을 거쳐 약을 처방받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여섯 번째 생리주기를 계산해 피임을 막을 수 있지만 100% 안전한 것은 아니다. 규칙적으로 28~30일 생리주기를 반복하는 여성들은 다음 생리 예정일 2주 전에 배란이 일어나 생리 시작일이나 생리 중에는 임신 가능성이 낮다. 그러나 여러 가지 원인으로 주기가 쉽게 바뀔 수 있으므로 주기법만으로 피임을 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생리 중 성관계는 자궁내막증 같은 부작용을 일으켜 주의해야 한다.
일곱 번째 성관계 후 필요에 따라 한 주기 내에서 2회 이상 응급 피임약을 복용하는 행위는 금물이다. 응급 피임약 효과는 한 주기에 한번 복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반복해서 복용하는 것은 효과를 보장하기 어렵다. 예기치 못한 성관계 등 피임이 되지 않았을 때 임신 가능성을 줄이려고 처방받는 것이 응급 피임약이다.
여덟 번째 응급 피임약 복용 후 며칠 내 출혈이 있다면 임신이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다. 응급 피임약 복용 후 5~7일 후 출혈이 있을 수 있다. 이는 피임약 부작용 중 하나다. 피임이 안 되고 임신한 경우에도 소량의 출혈이 생기므로 생리 예정일에 생리가 없다면 임신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아홉 번째 콘돔을 사용하면 성병 감염률을 낮추지만 100% 장담할 수 없다. 피임법 중 성병 감염 예방에 확실한 효과가 있는 것은 콘돔이 유일하다. 그러나 효과는 90% 정도다. 콘돔으로 덮을 수 없는 피부 상처나 타액 등으로 인해 성병에 감염될 수 있다.
열 번째 산부인과 방문을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라는 미혼 여성들의 쓸데없는 걱정이다. 산부인과는 분만뿐 아니라 다양한 부인과 질환을 진료한다. 미혼 여성들은 월경 전 증후군이나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 등을 위해 언제든 산부인과를 방문할 수 있다. 시험이나 중요한 행사를 앞두고 생리 주기를 조절하기를 원할 때도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필요하다. 주기적인 산부인과 방문을 통해 자신의 몸을 보호할 줄 아는 것이 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