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등 신종 감염병이 국경 없이 번지고 있다. 중동에서 시작된 메르스는 한국을 덮쳤다. 서아프리카의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 사태는 미국과 유럽 대륙을 위협했다. 특히 최근에는 동물에서 발병한 질병이 인간에게 전이되는 ‘인수공통감염병’이 널리 유행하고 있다. 한 해에 평균 5종의 신종 감염병이 발생하고 있는데, 이중 3종은 인수공통감염병이다. 세계화의 진전, 환경 및 생태계 변화, 개도국의 열악한 위생 및 보건 체계 등으로 인해 신종 감염병은 지구촌에 새로운 재앙을 안겨주고 있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등 신종 감염병이 국경 없이 번지고 있다. 중동에서 시작된 메르스는 한국을 덮쳤다. 서아프리카의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 사태는 미국과 유럽 대륙을 위협했다. 특히 최근에는 동물에서 발병한 질병이 인간에게 전이되는 ‘인수공통감염병’이 널리 유행하고 있다. 한 해에 평균 5종의 신종 감염병이 발생하고 있는데, 이중 3종은 인수공통감염병이다. 세계화의 진전, 환경 및 생태계 변화, 개도국의 열악한 위생 및 보건 체계 등으로 인해 신종 감염병은 지구촌에 새로운 재앙을 안겨주고 있다.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지구촌을 강타하는 신종 감염병의 실태를 진단해 본다. 편집자 주
◆신종 감염병의 현황
약 50년 전에만 해도 국제 과학계와 의료계는 백신과 항생제 개발로 감염병을 정복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그러나 그런 기대는 이제 무참히 깨졌다. 글로벌 방역 체계의 허점을 틈타 신종 감염병이 끝없이 창궐하고 있기 때문이다.
낙타로부터 시작된 메르스가 인간에게 전염된 것은 2012년의 일이다. 그후 불과 3년 만에 동물원 이외에는 낙타가 없는 한국에서 메르스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동물에서 인간에게 전이된 바이러스가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퍼져나감으로써 이를 통제하기 쉽지 않은 지경에 이르렀다.
지난해 지구촌을 공포로 몰아 넣었던 에볼라는 1976년 중앙아프리카에서 처음 발생했다. 에볼라는 지난해 서아프리카로 확산됐고, 이로 인해 지금까지 900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미 의회 전문지 CQ 최신호가 보도했다. 에볼라는 기니,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에서 집중적으로 퍼졌고, 스페인과 영국, 미국 등으로 퍼져 나갔다.
현대판 흑사병으로 불리는 후천성면역결핍증(HIV/AIDS)은 1981년에 실체가 드러났고, 그 이후 이 질병으로 약 3900만명이 사망했다고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밝혔다. 에볼라로 인한 총 사망자는 올해 1월까지 1만533명에 달했다고 CDC가 밝혔다. H1N1(돼지 독감)으로 불린 신종플루는 2009년 창궐해 28만4500여명이 사망했다. 한국에서 2009∼2010년에 신종플루 확진 환자가 75만명에 달했고, 263명이 사망했으며 358만명이 항바이러스제를 투약했다고 의학신문이 최근 전했다.
전문가들은 신종 감염병 발병의 핵심 요인으로 환경 변화, 인구 증가, 기계화된 영농, 자연 생태계 파괴, 빈곤 확산, 개도국의 열악한 위생 및 보건 시스템, 여행객의 증가와 세계화 진전 등을 꼽는다. 현대인이 항생제를 남용함으로써 내성이 생긴 박테리아를 쉽게 제거하지 못하는 것도 신종 감염병 확산을 부추기는 요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신종 감염병은 미생물이 유발한다. 그러나 지구촌의 가난한 나라는 미생물을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인수공통감염병의 창궐
지구상의 인수공통감염병은 120종에 달하고, 이중 30∼40%가 한국에서 발병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인수공통감염병은 척추동물에서 인간으로 감염되는 것을 말한다. 그렇지만 동물이 매개체 역할을 하지 않고도, 인간과 동물 사이에서 공통의 신종 질병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인수공통감염병은 가축과 야생 동물에서 모두 발병할 수 있다. 특히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질병을 일으키는 미생물인 이콜라이(E.coli) 박테리아는 끊임없이 돌연변이를 계속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지난 14세기에 발생한 흑사병으로 당시 유럽 인구의 3분의 1인 2000만명과 그 밖의 지역에서 2000만명 등 약 4000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최근에 항생제가 효력을 미치지 못하는 흑사병의 변종이 다시 발견됐다.
2000년 이후 발생한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HPAI(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신종플루 등도 인수공통감염병이다. 미국 뉴욕에 본부가 있는 국제 질병 연구기관인 에코헬스 어라이언스의 피터 다스작 대표는 “인간을 포함해 모든 동물은 고유의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고, 이 바이러스가 숙주에 따라 변형을 한다”면서 “지구상에 약 5만종의 척추동물이 있다고 가정할 때 종별로 20개의 바이러스가 있다면 지구상에는 100만종의 바이러스가 퍼져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신종 감염병은 대체로 개도국에서 처음 발병한다. 불량한 주거 환경, 열악한 영양 체계, 위생 및 보건 시설 미비 등으로 인해 개도국에서 감염병이 발생할 가능성이 큰 탓이다. 게다가 정보 및 통신 시설이 부족해 특정 지역에서 감염병이 창궐해도 이 사실이 알려지지 않아 피해가 커지는 경향이 있다. 반면 지구촌 전체적으로는 급속하게 세계화가 진전되고 있고, 각국 국가별로 국내 및 해외 여행객이 급증하면서 특정 지역에서 발생한 감염병이 순식간에 국경을 넘어 퍼져 나갈 환경 또한 갖춰져 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