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분’ 많은 한국인…우울증 관리없이 자살 확산 못막아”

우리나라 자살률. /뉴스1 ⓒ News1
“생활고 등 사회경제적 요소가 절망감, 우울감 키워”
“충동을 많이 느끼면 치료받는 것 당연시돼야..사회적으로나 정책적으로 무관심”

(서울=뉴스1) 이영성 기자 = #직장인 김모 씨(41·남)는 최근 날이 갈수록 치솟는 아파트 전세 값 부담감과 그 동안 초등학교에서 왕따를 당해온 딸의 모습에 이중, 삼중으로 어깨가 무겁다. 주변에 더 힘든 사람들도 많기 때문에 스스로 괜찮다고 다독이지만, 최근 들어 많아진 자살 소식을 접하며 공감이 갈 때가 많아지고 있다. 점점 우울해지는 기분 탓에 병원에서 정신 상담을 받아볼까 했지만 주변시선이 의식되고 진료기록에 남는 것도 두렵다. 김 씨의 우울증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자살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2012년 기준으로 인구 10만명당 29.1명(우리나라 자살률 28.1명을 OECD 인구로 변환한 수치)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998년 IMF 이후 한국의 자살률은 10만명당 18.4명이었지만, 꾸준히 늘고 있으며 1위를 지키고 있다.

통계청 2014년 사회조사에 따르면 국민 100명 중 약 7명이 자살충동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인으로 경제적 어려움이 가장 컸다. 생활고 고통이 벼랑끝이나 막다른 골목으로 몰렸다는 느낌을 강하게 주고 있다는 뜻이다. 가정불화와 외로움, 신체 및 정신질환 순도 자살충동을 느끼게 했다.

과거에는 소위 ‘못 살아서’가 대부분의 자살 원인이었지만 최근 사회구조가 급속도로 변하고 나를 챙겨줄 사람이 적은 개인생활자가 많아지면서 우울증 노출이 더 쉬워졌다는 게 의료계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의료계는 자살 결심의 최대 원인으로 알려진 ‘우울증’ 관리부터 방치돼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보고 있다. 관리를 하면 나아질 수 있는데 아직까지 병원 정신건강 진료 상담에 대한 두려운 인식과 주변의 편견 등이 만연해 쉽지 않다는 진단이다. 정부도 정신과적 진료에 대해서는 관심이 덜한 것도 사실이다.

세월호 사건의 생존 학생들 진료를 맡아온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한창수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뉴스1과 전화통화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을 받은 사람들은 자살시도를 했다가 실패한 경우가 많고, 자살을 택한 경우 상담조차 받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스스로 갖고 있는 문제를 숨기다 쌓인 ‘울분’을 자기 탓으로 돌리게 된 경우가 대다수란 설명이다.

한 교수는 “아직까지 정신적인 문제로 병원에 가는 것을 ‘나약함’이라고 판단해 터부시 하는 경우가 많다. 극단의 상황으로 치닫기 전에 상담이나 약물 치료를 받으면 나아질 수 있는데 아직 주변에서 바라보는 사회적 편견도 심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의료계 차원에서도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유난히 높은 것이 사회적 요소와 관계가 크다고 보고 있다. 이같이 단서적 요인들이 개인적 기질과 결합돼 우울증이나 절망감의 수렁으로 빠져들지 않게 사회적으로나 정책적으로 관리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 교수는 “더 나아가 정신상담이나 우울증 진료를 받은 사람은 사(私)보험 가입이 어렵고 요즘 갑질 논란에 생활고에 비빌 언덕이 없다는 국민인식 역시 커진 것 같다”며 자살률을 줄이기 위해 사회적 구조도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 교수는 “정책적으로 자살을 나쁜 것으로 봐야하는 사회 문화를 형성하는 노력이 있어야하고 학교를 포함해 범국민적 예방 교육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대한의사협회 신현영 대변인(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전임의)은 “최근 성과위주로 평가되는 사회적 분위기가 사람들에게 심리적 압박이나 스트레스를 많이주고 있다”면서 “사회적 요인이 내재적 우울증을 키우고 관리되지 않으면서 자살이란 극단적 선택을 하게 만든다”고 진단했다.

그는 “국가 차원에서 정책적 대응도 필요하고 정신적인 문제가 있으면 치료받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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